요즘 우리 아이들은 일주일에 하루씩 엄마와 같이 잔다. 화요일은 첫째가 엄마와 자는 날. 얼굴에 행복이 가득하다. 밤시간까지 점령당한 나는 이게 마냥 좋지만은 않은데,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 집 밖의 일들을 물으면 늘 답이 짧아 답답한 아이가 잠자리에서만은 수다쟁이가 된다. 덕분에 (늘 좋은 얘기만 하는) 이 아이에게도 싫어하는 친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새 학기에 가장 걱정되는 게 뭔지도 알게 됐다. 두런두런 우리만의 대화가 길어지는 밤, 아이가 물었다.
사진: Unsplash의Artem Kniaz
"엄마. 방학하니까 너무 좋아. 매일매일 놀고. 근데 방학은 왜 하는 거야?"
"여름은 너무 덥고 겨울은 너무 추워서 학교에서 공부하기 힘드니까 방학을 하는 거야."
"그래? 그럼 봄은 너~무 따뜻하고 가을은 너~무 시원하니까 방학하면 안 되나?"
"뭐? 하하하하하."
황당한 듯 웃었더니 아이가 덧붙인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걸 알고는 있다는 듯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말이다.
"왜? 그렇잖아~~ 봄은 공부하기엔 너무 따뜻하다고. 가을은 너무 시원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 다 방학을 해야 돼."
우왓. 신박하다. 이럴 때마다 어린 날의 나를 떠올린다. 그 무렵의 나는 어땠더라. 순응적인 나는 당연한 듯 학교에 가고 공부에 대한 거부감도 그리 크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역시 학교보다는 집이 더 좋았다. 잠깐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을 엄마의 노고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그래. 원래 그런 거지. 학교 가기 싫다는 마음은 학생의 숙명 아닐까. 그래도 사계절 내내 방학을 할 순 없지. 봄은 너무 따뜻하고 가을은 너무 시원하니 학교에 가자. 엄마는 있잖아, 여름은 너무 덥고 겨울은 너무 춥더라도 방학은 짧았으면 좋겠거든. 너나 나나 비슷하구나, 우리. 언젠가 어른이 되면, 너도 방학을 싫어하는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