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쏘냐 정 Jan 11. 2024

아들이 물어본 방학의 이유

그리고 아들의 소망

요즘 우리 아이들은 일주일에 하루씩 엄마와 같이 잔다. 화요일은 첫째가 엄마와 자는 날. 얼굴에 행복이 가득하다. 밤시간까지 점령당한 나는 이게 마냥 좋지만은 않은데,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 집 밖의 일들을 물으면 늘 답이 짧아 답답한 아이가 잠자리에서만은 수다쟁이가 된다. 덕분에 (늘 좋은 얘기만 하는) 이 아이에게도 싫어하는 친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새 학기에 가장 걱정되는 게 뭔지도 알게 됐다. 두런두런 우리만의 대화가 길어지는 밤, 아이가 물었다.


사진: Unsplash의Artem Kniaz


"엄마. 방학하니까 너무 좋아. 매일매일 놀고. 근데 방학은 왜 하는 거야?"


"여름은 너무 덥고 겨울은 너무 추워서 학교에서 공부하기 힘드니까 방학을 하는 거야."


"그래? 그럼 봄은 너~무 따뜻하고 가을은 너~무 시원하니까 방학하면 안 되나?"

 

"뭐? 하하하하하."


황당한 듯 웃었더니 아이가 덧붙인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걸 알고는 있다는 듯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말이다.


"왜? 그렇잖아~~ 봄은 공부하기엔 너무 따뜻하다고. 가을은 너무 시원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 다 방학을 해야 돼."


우왓. 신박하다. 이럴 때마다 어린 날의 나를 떠올린다. 그 무렵의 나는 어땠더라. 순응적인 나는 당연한 듯 학교에 가고 공부에 대한 거부감도 그리 크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역시 학교보다는 집이 더 좋았다. 잠깐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을 엄마의 노고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그래. 원래 그런 거지. 학교 가기 싫다는 마음은 학생의 숙명 아닐까. 그래도 사계절 내내 방학을 할 순 없지. 봄은 너무 따뜻하고 가을은 너무 시원하니 학교에 가자. 엄마는 있잖아, 여름은 너무 덥고 겨울은 너무 춥더라도 방학은 짧았으면 좋겠거든. 너나 나나 비슷하구나, 우리. 언젠가 어른이 되면, 너도 방학을 싫어하는 날이 올까? 

매거진의 이전글 시력발달이 더디다던 아이가 11살이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