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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정 Mar 06. 2020

내가 육아에 지칠 때 힘을 얻는 간단하고 현실적인 방법

가정보육에 지친 그런 날

지금 나는 8살, 4살 두 아들을 가정 보육하고 있다. 중국을 강타하고, 한국을 들었다 놨다 하더니 이제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 때문에 많은 것들이 올 스톱되었다. 그나마 전업 맘인 나는 아이들을 직접 볼 수 있으니 다행인 상황. 그런데 직접 아이들과 24시간을 보내다 보니 많은 엄마들이 지금 얼마나 지쳐가고 있는지 너무 잘 알 수 있게 된다. 나 역시 그러하니까. 그래서 한번 적어보는 내가 힘을 얻는 소박한 방법. 지금처럼 앞뒤 위아래 다 막혔을 때는 사실 이 이상의 방법을 찾을 수가 없다. 


 오랜만에 아이와 뒹굴거리다 보니 또 새삼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사실 나는 참 소박한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특별하지 않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이 있다. 회사 다닐 때, 당시 대리였던 나에게 과장님이 말했다. "내가 이 회사에 있어보니 이 회사는 사람을 칭찬하는 데 참 인색해. 그렇다 보니 일하면서 지치기 쉬운데 정대리는 스스로를 칭찬하는 능력이 있어서 남들보다 덜 힘들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스스로 칭찬하기를 잘하는 사람이다. 그냥 그 자리에서 찾는 거. 내가 특별한 것을 성취하지 않았더라도. 그냥 그 상황에서 '그래도 난 잘하고 있어'하고 스스로 크게 만족하며 칭찬해준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아주 소심해져서 땅을 파고 들어가기도 하지만... 그건 뭐 누구나 그렇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전업맘이 되고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회사 선배에게 "저 일 그만두고 엄마만 하면 엄청 우울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이것도 되게 좋아요." 그랬더니, 그 선배가 했던 말. "너는 그냥 뭐든 잘할 수 있는 애라서 그럴 거야." 여기서 '잘'이란 표현은 훌륭하다는 뜻이 아니라, 현재의 것에 만족하는데 능숙한 사람이라는 뜻이었을 거라고 짐작한다.


그것이 어쩌면 현실 타협 혹은 안주로 보일 수 있지만 나는 그것이 행복을 여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만족한다고 해서 그 자리에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더 큰 꿈을 꾼다고 해도 지금은 지금의 나를 칭찬할 수 있는 거다. 


이런 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는 내가 육아에 지칠 때 힘을 얻는 방법이 그렇게 특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박하기에 지극히 현실적인 그런 방법. 나는 엄마의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런 시간은 언제나 가질 수 없다는 것. 그럴 땐 그냥 아이와 더 가까이 붙어있는 방법을 쓴다. 




내가 지칠 때 힘을 얻는 방법 1. 아이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아요.


그럴 때가 있다. 특별히 아이가 힘들게 하는 것도 아닌데 밥을 준비하다가, 식탁을 치우다가, 그냥 맘이 지치고 몸이 힘들고, 모든 것이 다운되는 순간.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있지 않을까? 그냥 다 힘든 그런 날. 그럴 때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일 때. 예를 들면, 지금같이 강제 가정보육으로 아이와 24시간 한 몸 체제일 때. 


그럴 때, 난 아이를 바라본다. 하던 것을 내려놓고. 그럴 때 난 집안일도 모두 뒤로 미룬다. 어찌 보면 이것이 핵심. 모든 것을 하려고 하지 말고 내려놓기. 


웃는 얼굴이 아니어도 아이의 표정을 바라보는 건 그저 좋다. 하지만 내가 바라봤을 때 아이가 웃고 있다면 순식간에 마음이 밝아진다. 아이가 더 크고 나서도 이 방법이 통할지는 모르겠다. 아직 어려서 순수한 표정이 진짜 힐링의 이유니까. 8살 첫째까지는 아직 통하는데 더 커서도 통할지는 앞으로 더 해봐야 알 수 있을 듯. 더 크면 어떨지 알 수가 없으니 일단 지금을 마음껏 즐겨야지 생각한다. 순수하고 해맑은 그 표정. 힘들다고 외면하는 대신 아이를 바라보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아이는 의외로 잘 웃는다. 그래서 잠깐만 보고 있어도 금방 웃는 표정을 만날 수 있다. 



이틀 전의 해맑은 우리 둘째. 집 치우 기는 뒤로 미뤄버린 관계로 집은 너저분하지만 이런 표정이 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이럴 때 아이를 마주 보고 씩 웃으며 생각한다. '엄마가 뭐 해주지는 않고 보기만 해서 미안해. 근데 엄마도 충전이 필요하니까 말이야. 이해하렴.'


 근데 사실 굳이 웃지 않아도 아이의 표정은 힐링이 된다. 입 쭉 내밀고 집중하는 모습도, 가끔 원숭이 표정 지으며 우는 모습도 엄마에게는 힐링. 아마 이것이 아이들이 주는 기적이 아닌가 싶다. 



 뒷 배경이 보여주는 더욱더 적나라한 독박 육아의 현실. 그렇지만 여전히 그저 귀엽기만 한 아이의 표정. 이 날 아이가 울었던 이유가 너무 재밌어서 지금 봐도 다시 웃게 된다. 집에 정수기 점검을 오셔서 청소를 위해 정수기 분해를 했더니 "우리 물 먹어야 되는데, 엉엉엉" 뜬금없는 대성통곡. 정수기 코디님도 나도 얼마나 웃었던지.



이번엔 삐진 표정. 엄마가 패드 못하게 한다고 단단히 삐졌다. '아들아, 그런 표정 짓는다고 패드 주는 거 아니야.' 아마 엄마라서 가능한 거겠지? 우는 것도, 삐진 것도, 웃는 것도. 다 에너지가 되는 건.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건. 이럴 땐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한다. 결혼 전의 나는 아이가 울거나 뛰어다니면 기겁하던 그런 여자였으니까. 어떻게 이렇게 아이 표정 하나에 행복해지는 엄마가 되었는지. 참 신기한 일이다. 



내가 지칠 때 힘을 얻는 방법 2. 뽀뽀하고 껴안고 뒹굴고 스킨십해요.


 나는 정말 뜬금없이 아이에게 가서 휘릭 뽀뽀하고 껴안고 뒹굴곤 한다. 엄마인 나만 그렇게 하는 건 아니다. 아이한테도 엄마에게 뽀뽀해달라고 시도 때도 없이 떼쓴다.


"엄마, 나 오늘 유치원에서 친구랑 칠판에서 놀았는데.. "

"응. 근데 엄마 뽀뽀부터 해주고 얘기하자... "

이러면서 입술 쭉 내밀면 첫째는 얼른 뽀뽀한다. 얼른 엄마에게 뽀뽀를 해줘야 엄마가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이런 엄마 아들 8년 차. 이제 안다. 얼른 안 해주면 엄마가 자꾸 해달라고 할 것이라는 걸. 


"엄마. 사탕 어딨어?"

"글쎄. 근데 엄마 뽀뽀해줘."


 정말 맥락 없고 뜬금없다. 길가다가 사진 찍다가 밥 먹다..... 아기 때 뽀뽀는 자제하라고 하지만 나는 그게 쉽지 않았다. '아이와 엄마 모두의 마음 건강에 이보다 좋은 게 없을 것 같은데 왜 이걸 자제해야 해. 이 뽀뽀로 아이는 더 행복해질 거야.'라는 구시대적 생각으로 마구 뽀뽀를 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그 덕분에 나와 아이들이 서로의 사랑을 충분히 느끼고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덕분에 뽀뽀샷도 많이 만들어냈다. 


우리의 첫 번째 뽀뽀샷. 첫째가 3살 때 한 스튜디오에서 찍었던 가족사진이다. 이때 이후로 뽀뽀샷 홀릭이 되었다.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6살 첫째와의 뽀뽀샷. 벌써 8살이 된 올해 찍은 첫째와의 뽀뽀샷. 더 크면 창피하다고 안 해줄 날이 올 것 같아서 더 소중해지는 요즘이다. 그런데 이것도 아이들마다 다른 모양. 첫째는 뽀뽀하자고 하면 쉽게 해주는 아이였는데 둘째는 뽀뽀를 좋아하지 않았다. 안을 때도 첫째는 폭 안기는 반면 둘째는 버티며 싫어하는 스타일. 그런데 자꾸 뽀뽀를 해서 그런지 이제는 아주 스위트 하게 뽀뽀해주는 아들이 되었다. 지난 여행에서는 아주 그럴듯한 뽀뽀샷도 찍어주어서 깜짝 놀랐다. 아이는 자꾸 변한다.




스킨십에는 참 큰 힘이 있다. 아무리 사랑의 말을 한다고 해도 따뜻한 스킨십이 없다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한다. 반대로 따뜻한 스킨십은 마음을 치유한다.  가끔 나는 아이를 꼭 안으면서 내가 위로를 받는다. 그게 자주 뽀뽀하고 껴안고 뒹굴뒹굴하는 이유.


아이가 울고 떼쓸 때도 아이를 부드럽게 안아주면 내 마음이 덜 힘들어진다. 아이가 마음을 달래는데도 엄마의 따뜻한 스킨십은 큰 힘이 된다. 꼭 안고서 이해한다 말해주면 아이의 울음소리가 슬슬 작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동시에 엄마인 나도 아이의 떼에 짜증 나는 마음이 진정된다. 아이의 울음이 바로 작아지지 않아도 그냥 우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을 때에 비해 엄마 마음이 덜 지치는 효과. 그것만으로도 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통육아의 비밀'이란 책에 보면, 전통놀이 미션을 수행한 엄마들이 전통놀이를 하다 보니 아이와 지내는 시간이 덜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전통놀이는 아이와의 눈 맞춤과 스킨십이 많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아이에게 집중하다 보면 아이에게 더 잘 맞출 수 있고, 교감을 하다 보면 아이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그러다 보면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 표정을 바라보고, 뽀뽀하고 껴안고 뒹굴거리고, 집안일은 뒤로 미루고, 그렇게 행복한 엄마의 날을 찾는다. 사실 너무 별거 없는 방법이다. 그래도 이렇게 정리해보는 이유는 너무 소박해서 떠올리지 못할 때가 많으니까. 물론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가능한 때가 오면 얼른 그 기회를 덥석 잡겠지만 당장은 육아의 현장에서 벗어나지 않고도 회복이 필요하니 상당히 소박하지만 상당히 현실적인 방법을 일단 사용해 본다. 


 오늘도 가정보육의 현장에서 힘들 모든 엄마들을 응원하며, 사실은 지쳐가고 있는 나 자신도 조용히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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