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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by
최태경
May 2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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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란 그러하더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듯, 하긴 유전자 변형 콩도 있기는 하겠지만 불변의 법칙이 적용되는 관계도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것 같더이다.
딸램때문에 알게 된 하이볼(얼음에 증류주와 탄산수를 넣어 레몬이나 라임을 필하여 마시는 상큼한 맛의 칵테일의 일종)을 해 먹으려고 사 온 레몬.
씨가 많다. 또한 매번 드는 생각이 욘석을 심어서 키우면 레몬을 따먹을 수 있을까.
까잇거 해보면 되지.
앗싸~~~ 싹을 틔웠다.
그래 무럭무럭 자라다오. 내 너를 빌어
하이볼잔치를 벌여보리라.
재미 들린 싹틔우기는 씨앗만 보면 맘이 꿈틀거린다.
날이 푹해지면서 끝물이 되어가는 오렌지를 먹다 나온 씨.
아싸라븅~~
신나는 일이 적어지는 이 나이에 로또당첨도 아닌데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오렌지 싹이 요래 생겼구나. 기특한지고.
신나는 자랑질에 한 녀석 추가.
메로골드자몽.
저녁참에 산책 삼아 나서는 대형마트에서 마감시간이 가까워오면 할인코너에 올라오던 메로골드자몽.
이참이다 싶어 갈 때마다 할인딱지가 붙은 걸 사 온다.
될까 싶었는데 되더이다.
씨앗에서 싹을 틔우고 더디 크기는 하지만 참하게 자라준다.
예전에 아보카도를 창가에 졸졸이 키웠을 때도 신기해서 눈을 떼지를 못했었다.
씨앗은 위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사오기 전 거실과 베란다에서 키우던 화초들
화원에서 이쁘게 자리 잡은 화초를 들여와 키우는 일도 재미있고, 병들어 버려진 녀석들을 치료해주고 건강해지는 걸 보는 것도 행복이다.
씨앗을 발아시키고 흙에 안착시켜 새순을 보는 과정은, 별 볼 일 없는 일상에서 잠시 눈 돌려 식멍을 하게 만든다.
씨앗을 묻어 둔 흙에 매일 분무기로 습기를 유지시켜 주며 협박^^에 가까운 나의 기원을 들려준다.
‘언제쯤 얼굴을 보여줄 테야~’
‘내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잊지 마’
그런 날들이 쌓이고, 흙이 빼꼼히 돋아 올라오는가 싶었는데 다음날 연한 연둣빛이 고개를 내민다.
안녕~~
자식도 그러하다,
열 달을 내 몸에 품었다 만나게 되는 그 순간.
출산의 고통도 이겨낼 수 있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내가 품은 것도 아니고, 흙이 품어 싹을 틔웠는데도 기쁘기 그지없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며 어떻게 변화를 할지 설렘도 크다.
내겐 아들, 딸 두 아이가 있다.
중환자실을 들락거리며 힘들게 낳았지만, 건강하게 자라서 성인이 되었으니, 가없이 이쁘고 기특하다.
그러다가도 무자식이 상팔자.
이 말이 왜 생긴 줄 알겠으니.
남들이 보기에는 부럽다 해도 내 자식일 때는 속이 터질 일이 비일비재한다.
어린눔하고 싸움질을 하는 것도 쫀심이 상할 일인데, 할 말 또박또박(하는 족족이 틀린 말이 없을 때는 더 성이 난다)하고 팽~ 뒤돌아서 가는 뒤통수를 디립다 때리고 싶어지는 맘은, 나도 부모이전에 사람인 것이다.
누굴 닮아서 저럴까? 으이구, 싫은 건 다 빼다 닮았으니?
워워워~~~
잠시만.
한없이 부정적으로 치닫는 생각에 제동을 건다.
이보시게~
자네 뱃속에서 나왔는데 어디 가겠는가.
누굴 탓하는 겨.
콩밭에 콩을 심었으니 콩 나왔겠지.
되돌아보면 나도 부모님에게 수월한 자식은 아니었을 것이다. 요래요래 저울질 해보면 저만할 때의 나보다는 나을 텐데.
누워서 침 뱉기를 하는 격이니 창피한 줄 알아야겠지.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지금은 어엿한 사회의 일원으로, 작은 녀석까지 졸업과 동시에 취업됨을 기점으로 출가(결혼이 아닌 독립)를 시켰다.
잘 키웠고, 잘 커줬으니 이만하면 낳아 준 의무이행(낳을 때는 내 뜻으로 낳았으니, 성인일 될 때까지는 의무지 않겠는가)을 해냈으니 성실한 임무완수.
쓰담쓰담~
이제 나만 잘 살아내면 될 터이다.
막 싹을 틔워 낸 저 어린 새싹들을 데리고 땅 밟고 살 곳을 찾아야 할 텐데.
눈뜨면 하는 고민이지만 쉬 해결될 기미가 보이진 않는다.
배산임수(背山臨水)
뭐 어떻습니껴~ 꿈이라도 야무지게 꿔봐야지.
뒤로는 산이 감싸고, 앞으로는 개울물 소리 졸졸거리는 흙냄새 맡을 곳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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