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자해지(結者解之)를 검색하면 - 매듭을 묶은 자가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일을 해결해야 함을 비유한 한자 성어. 누구나 자신이 저지른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책임지고 풀어야 한다는 말이다.
알면서도 안 되는 것들이 있으니 참으로 우둔한 게 사람이다.
나만 안 되는 건가?
화는 속으로 삭여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절제만을 요구한 가정학습에도 불구하고 가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표출시키다 후회를 남긴다.
두 개의 탈을 쓰고 산다.
속과 겉의 표현이 다른 나.
폼생폼사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불러온 가면.
외부적인 부조리함에 손해를 보는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시시비비 큰소리 나는 걸 피해서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손해 보는 쪽을 택한다.
남들에게 애초부터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았으니 어찌 내 맘을 알아주겠는가.
반세기를 살아내고 보니 이제 좀 보인다.
시발점의 문제이기보다는 결국은 해결 방법의 문제였다는 것을.
종국에는 마무리 선택지를 쥔 내 문제이다.
매번 상황이 나를 힘들게 만든다 생각했다.
타인으로 인해 지쳐 있었던 게 아니라, 늪에서 빠져나올 의지를 잃고 주저앉은 내 문제.
욕을 좀 먹으면 어떻다고 아등바등 모지리 짓을 했는지.
인정하고 무너져도 그대로도 괜찮음을 다독여 주는 것이 중요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머리로는 깨달았음에도 지금도 복잡해짐에 휘둘리고 싶지 않은 게 진심이다.
비우자.
미움도 욕심도 잡생각도, 허할지는 모르겠으나 속으로 탈 날 일은 적어지지 않겠나.
내게는 아물대도 되었는데 정리가 안 되는 오래 곪아 묵은 일이 있다.
묵은지는 맛이라도 있지.
떨어지지 않는 독감과도 같다.
따지고 보면 상대인 A(아주 가까울 수 있는 다른 성을 가진 친척?)가 결자해지 했어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주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유도 없다면서 골을 부려, 많은 사람을 힘들게 만든 A의 저의는 아직도 간음이 안된다.
긴 시간 수없이 잘 지내보려는 노력도 허사(어찌 보면 A는 강단 있고 지조가 대단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가 되고,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은 포기한 상태로 진즉에 그리했으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었겠지만, 알면서도 쉽지는 않은 게 인생사.
살아갈 남은 날들 문득문득 열꽃처럼 화가 끌어 오르겠지만 이만해도 다행이다.
다만, 아물지 않는 상처를 끌어안고 사실 노모가 걱정될 뿐이다.
얼마 전 A의 집안 대소사가 있어서 고민을 하다, 아직은 살아계신 노모의 평안을 위해 참석했다.
그날 명확히 알았다.
이승에서는 해결될 관계가 아님을 확정.
역시나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집에 돌아와 냉장고를 뒤졌다.
잔칫날도, 기일도, 누구의 생일도 아니었지만, 매달려 있던 두통거리를 마무리 지은 날을 위한 잔치를 해주고 싶었다.
앞으로는 그들로부터 상처받지 않으리라.
맘을 정리하며 냉장고 안을 정리해 주방에서 수선을 떤다.
땀이 비 오듯 흐르는데도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묵은 것들을 처리하니 잘했다는 개운함이 앞섰다.
몇 시간을 한 것 치고는 먹는 건 간단.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지, 결정하고 정리하면 순간처럼 지나가 버린다.
한 접시 담아 시원한 맥주를 곁들이니 딱딱했던 어깨가 풀리며 세상 이리 후련할 수가 없다.
어제보다는 더 나은 어른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