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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맛

by 최태경

어제 종일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미끄럽다.

수통골(계룡산) 가려던 발길을 돌려, 신난 강아지 맹키로 아직 녹지 않은 눈길을 뽈뽈거리며 동네 한 바퀴 휘젓고, 근처 카페로 왔다.

김이 모락모락(나 정말 뜨겁다. 조심해~ 경고를 한다.)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반가운 날이다.

쓰다.

원두가 바뀌었는지 유독 쓴맛이 강하다.

독한 감기약 때문에 버려버린 내입 때문일지도 모르지.

그래도 좋다. 쓴맛이.

맛은 특정성분을 감지하기 위한 것으로, 쓴맛은 독성 물질을 경고하기 위해서 발달했다 한다.

안전을 위해 유아의 작은 장난감이나 부동액, 농약등에 강한 쓴맛을 느끼게 하는 성분을 넣어, 호기심이나 착각해서 입에 넣었을 경우 바로 뱉어내게 하기 위함이란다.

카페인, 니코틴(연기만 마셔봐서는 그리 쓸 거 같지는 않은데)을 비롯한 강력한 마약성분인 아편도 쓰다는데 그건 안 먹어 봤으니 뭐라 표현하기 어렵다.


커피 한 잔 들고, 생각이 한없이 우주를 떠돌다 문득 드는 생각.

사약맛은 어떨까?

한수저는 쫄보라 좀 겁이 나고, 손끝으로 살짝 찍어 맛보고 싶다.

무식하면 용감하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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