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아일리쉬 <The 30th>
낮이 길어졌다.
새벽 5시면 훤해지고 누워있자니 이미 심신은 기상.
춥다고 뭉그적 거리며 미루던 아침운동을 나갔다. 운동이라고 하기엔 예전처럼 멀리도 못 가고, 느릿한 보폭은 어르신급ㅋㅋ.
6시가 넘으면 건물꼭대기 모서리에 해가 눈부시게 걸린다.
서둘러 귀가를 해야 한다.
햇볕알레르기 때문에 싫지 않은데 피할 수밖에 없다. 공짜로 얻을 수 있는 비타민D가 아까워도 방법이 없다.
내일부터는 양산을 들고 나와야 할랑갑다.
오래간만에 일찌감치 바깥바람을 쐬고 돌아다녔더니 몸에 기운이 솟는다.(필시 일시적인 반짝~)
세탁기를 돌리고, 냉동실에 있는 잔멸치를 꺼내 볶음을 한다.
단맛을 빼고 아보카도오일로만 볶아서 들기름과 통깨로 마무리. 비릿하고 고소하니 맛나다.
하지만ㅜㅜ 온 집안에 가득한 비린내를 우짤고.
창문을 열어젖히고, 룸스프레이를 뿌려대고, 향을 피워대는데도 무용지물.
안개처럼 묵직하게 깔린 비린내는 향들과 섞여서 먹을 맘까지 앗아가 버렸다.
이번에 구입한 멸치가 유독 심한걸 보니 멸치가 문제가 있는 건가?
마지막이다. 혼자 먹자고 역한 냄새(입덧도 아님서 까탈이다ㅋ)를 감내하면서 멸치볶음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늘은 저녁 볼 일을 빼고는 뭉기적거리며 여유를 부리리라 맘먹었는데 일찌감치 산통을 깨버렸다.
서둘러 샤워를 하고, 다 돌아가 알림음이 울리는 세탁물을 털어 널고는 카페로 도망을 왔다.
빌리 아일리쉬의 노래가 몽몽하게 흐르고, 따뜻한 라테 한 잔.
턱고인 손목이 휘어지게 넋 놓고 멍하니 밖을 응시한다.
https://youtu.be/WyrZYGmoaFM?si=cdZMzS2Ej70PS8rk
-빌리의 말처럼 <넌 살아있어, 살아있어, 살아있어.>
그냥 오늘이 다행인 날일지도…
이팝꽃잎들이 바람에 날려 길가에 나뒹군다.
이제 오전 10시를 막 넘기고 있다.
저녁외출까지 남은 시간이 널널하다.
읽자 하고 들고 나온 책은 뒷전이고, 봄바람 부는 창밖으로만 눈길이 간다.
찬란하게 눈부신 날.
참으로 다행인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