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인드 컨트롤 중
지랄 같은, 숨은 성깔.
평소의 나는 '긍정인'이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생각을 기본값으로 깔고 산다.
어지간하면 손해를 좀 보더라도, 해결만 된다면 내 선에서 참고 넘어간다.
덕분에 속앓이를 좀 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사람이란 참 우습다.
성격 좋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이들이,
정작 자기들 입장이 될 때는 그런 여린 마음을 너무 쉽게 역이용하곤 한다.
'당하는 사람이 바보지'라는 깨달음을 뒤늦게야 얻었지만,
사람이란 게 그렇게 쉽게 바뀌진 않더라.
"어~ 화살이 날아온다~ 어어어~ 퍽!… 깨꼬닥."
알면서도, 당한다.
사람들은 나를 ‘곰탱이’라 부른다.
소처럼 느리지만 우직하고, 곰처럼 묵묵하다고.
싹도 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불모지에
열정을 불사르며 쟁기를 끌고 나가는 얼룩소.
(소 일 바에야, 간지 나는 얼룩소가 좋겠다.)
잘 참고, 잘 받아주고, 잘 삭인다.
평소에는 말이다.
그런데 말이지.
정말 드물게, 타이밍이 절묘하게 나쁜 날엔
심장 귀퉁이에 숨어 있던 '판단마비'라는 녀석이
비수처럼 확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난 욱한다.
금세 후회하면서, 애초에 시작을 안 했으면 좋았을 걸 자책한다.
결국, 후회와 자책으로 마무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만큼은 그런 나를 응원해 주기로 했다.
생각이 없어도 문제지만,
생각이 너무 많아도 병이다.
스스로에게 채운 엄격한 족쇄로
매 순간 채근하며 산다.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일어서 보지만
떨어진 자존감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그렇게 점점 회피하게 되고
회복까지는 시간이, 에너지가 더 많이 든다.
오늘만큼은 나에게 말해주자.
“잘했어.”
“상대방이 먼저 거칠게 들어왔잖아.
매번 묵인하니까, 그 사람이 습관처럼 너에게 막말한 거야.
그때그때 불편하다고 말했어야 했어.”
길게 끌고 싶지 않아 급하게 마무리했지만,
돌아서는 맘은 편치 않았다.
'그냥 적당히 넘길 걸' 하는 생각과
'이번엔 참지 않길 잘했어' 하는 마음이 엇갈리며
속이 뒤집혔다.
이제 그만하자.
생각은 그만.
어떤 식으로든
그 일은 이미 끝났다.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은
이제 아무 의미 없는,
스스로를 괴롭히는 짓일 뿐이다.
맘도, 몸도 아픈 지금의 나를 다독이자.
내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결국 ‘긍정의 마인드’니까.
한 고비만 넘기면
또 단순해지지 않던가.
나름 착하게, 바르게 살고 있으니
오늘만큼은
내가 나를
‘쓰담쓰담’
다독여주련다.
그리고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단단해질 나를 믿어보기로 한다.
평소 좋아하는 노라의 목소리로 위로를 받는다.
그녀의 촉촉한 음색은 성난 맘을 잔잔하게 정렬시켜 준다.
Norah Jones(Don't Know Why)
https://youtu.be/tO4dxvguQDk?si=r00J7zty7pyfkX5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