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질 수 없는>영화땜시 날 샜네

잠들지 못하는 밤에 영화 삼매경

by 최태경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제법 춥다.

때때로 보일러를 돌리지 않으면 발바닥이 시리다.

전기장판이 몸에 해롭다는 걸 모르는바 아니지만 우짠데요 쉽고, 따신 데... 밖에 바람이 아무리 차가워져도, 방바닥이 냉골이어도, 온도 다이얼만 돌리면 불이 들어오면서 딱신 딱신 하니 금세 녹작지근해진다. 찬 기운에 수축되었던 근육들이 무장해제되면서 작은 행복이 찾아온다.


하던 일이 있어 잘 시간을 놓치고 나니 쉬 잠이 오질 않는다. 눈만 붙이면, 바닥에 등 닿으면 잔다는 사람들이 부럽다.





잠 못 드는 밤이면 정해진 일정 중에 하나처럼 넷플릭스를 뒤진다. ㅜㅜ볼 게 너무 많다.


뒤적뒤적 넘기다 감독도 배우도 생소했지만, 제목 때문에 재생시킨 영화 <가질 수 없는>.

왠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고 말끝에 속내를 삼켜버린 감독의 저의가 궁금해진다.


첫마디 대사는 이리 시작된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부부. 의학적인 노력에도 잉태되지 않는 아이 문제만이 이 부부관계를 흔들어 놓는 요인일까?


영화는 잔잔히 흘러간다.


흔한 우리의 모습에 비춰봤을 때 화낼 법도 한 상황들을, 그들은 안정되고 덤덤하게 끌어간다.

시원하고 개운하지만은 않다.

이해한답시고 참고, 불편해질 게 뻔한 대화라는 걸 알기에 회피하는 건 상처를 키워, 곪게 만든다. 참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열 내고 싸우는 것 또한 해법은 아니다.

진솔한 대화의 시작이 우선일 것이다.


온통 푸른빛의 수면 아래 영상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조용한 것 같지만, 문제를 안고 있는 위태로운 부부관계와 닮았다.

수면 위에서 떨어지는 빛줄기가 희망의 돌출구.

그 빛은 강렬히 물살을 가로질러 수면 아래를 비춘다.

희망이 보인다.

희망을 찾아 빛을 찾아, 수면 위로 올라가야 하는 건 물밑의 그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흔들리는 물결과도 같은 음악은 전반적인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며 보는 내내 편안함을 준다.

극 중 대사에도

'인생에 아름다운 것은 음악밖에 없어요'

귀차니즘과 의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13살 아이(세상 다 갖은 옆 숙소에 묵고 있는 부부의 아들)의 대사다.

알 듯, 모를 듯, 살짝살짝 비껴가는 아이의 어두운 감정선.



누워서 한 자세로 내내 보기란 쉽지 않다.

굼벵이 구르듯 꿈틀꿈틀 자세를 튼다.

켜놓았던 전기장판의 올라간 온도의 열기 때문인지, 이불도 걷어차 버리고 용트림을 한다.


CCTV를 본다는 느낌이랄까.

한정적인 공간을 비추는 것이 아닌, 살아 날아다니는 CCTV.


떠나고 싶다.

배경 속으로 빠져든다.

대사가 많지 않아 영상 속에 감정이입이 잘된다.


가질 수 없는 걸 갈망하는 여인.

그녀의 절제 된 대사가 뜻을 헤아리게 만든다.

'좋은 의미일까, 나쁜 의미일까?'


동전에 양면이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은 장단점이 있다.

오롯이 좋지만도, 나쁘지만도 않다.


빠르지 않은 전개는 보는 이의 생각과 같이 움직인다.


'돈 걱정은 하지 마'

영화의 마지막 대사다.

(나도 돈 걱정 없이 살고시프다ㅏㅏㅏㅏ)


여행에서 만난,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다 가진 줄 알았던 가족의 숨겨진 슬픔을 보게 되고, 뜻밖의 사건으로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된다.

보는 힐링이 아닌, 깨달음의 힐링이 된 여행을 마무리하며 그들은 미래를 위한 새집을 짓고 있던 일상으로 돌아온다.




'가질 수 없는' 페터 슈탐의 단편소설'세상의 이치에 기반함'이 원작이다.

페터 슈탐이란 작가를 찾아보니 <아그네스><가출><희미한 풍경>들이 있긴 한데 <세상의 이치에 기반함>이란 번역본은 찾을 수가 없었다.

늘 그렇듯이 원작이 있는 영화들은 보고 나서, 책을 찾아 읽게 되는데 좀 아쉽기는 하다.

상영 시간 내내 잔잔히 그려 낸 영상들이 글로는 어떻게 쓰여져 있을까. 궁금해진다.


요즘 영화들은 대부분 강한 향신료를 넣어 감각 더듬이를 자극한다. 그런 영화들에 비해서 이 영화는 간이 덜 된 다소 밋밋한 음식 같다. 자극적이지 않으나, 입에 넣고 씹다 보면 문득 재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요리 같은 영화다.


가진 자와 갖고 싶어 하는 자.


뒤집어 보면 똑같다는 걸 알 수 있다.

갖지 못하기 때문에 갈망하지만, 갖고 있기에 굴레가 되고 억압이 되어 삶을 옥죄게 만든다.

인간이라면 욕구와 욕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만, 사람만이 갖고 있다는 이성이 있기에, 욕망을 다스리고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것이다.


흐읍~~~~ 오늘 밤 내가 갈망하는 것은 무엇인가¿

좌불이라도 해서 욕심을 내려놓아야 할랑갑네.

땡그랑~~~~~(풍경소리ㅎ)



https://youtu.be/MJb-eUFqz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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