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는 단어의 조합이다. 밤! 해변! 혼자!

<밤의 해변에서 혼자> 영화를

by 최태경

배우와 감독의 이러쿵저러쿵 연애 가십은 귀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인터넷상에서 스치듯 읽은 유부남인 감독과 여배우 두 사람의 기사를 접했을 때 위험하고, 아픈 사랑을 하는구나 하는 정도의 관심뿐이었다.

어찌 그들만이 사는 게 복잡하겠는가.

사람의 삶은 깊이도, 넓이도 가늠할 수가 없다. 그러기에 우산 없이 폭우 속에서 오롯이 비를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볼 영화를 뒤적이느라 오며 가며 눈에 들어오던 제목이었다.

일러스트레이터인 ‘토니 스텔라’가 그린 <밤의 해변에서 혼자>포스터


밤, 해변, 혼자

세 개의 단어가 주는 느낌들이 오늘의 영화 재생목록이 되었다.

영화 이야기 요약은 이렇다.

떠도는 이야기로 봐서는 자전적 영화라고 해석되는 이 영화는 유부남과의 사랑에 빠진 영희가 방황하는 이야기다. 결론은 없다. 진짜가 뭘까? (극 중 영희의 대사)

3인칭 시점에서는 불륜, 1인칭 시점에서는 사랑

세상 그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성이 그러면 안 된다 한다. 운명이라는, 필연이라는 개미지옥에 빠지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빨려 들어갈 것이다. 그들이라고 그게 잘못된 만남인 줄 몰랐겠는가. 시작인 줄도 모르고 빠져 정작 알았을 땐 개미지옥이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람 맘이 생각처럼 두부 자르듯 뚝딱 정리가 되느냐 말이다. 그러니 남의 일을 가지고 시시비비 하는 것은 성숙한 인간이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내 삶도 내 맘대로 하지 못하는데 말이다.


감독은 영화 속에 자신을 녹여냈다.

화제가 되었던 연예 뉴스가 엮여 있지 않았더라면 더 담백하게 보았을 영화다.


초반부에 영희가 도망치듯 찾아간 도시에서 암 투병 중인 작곡가를 만나는 장면이 있다. 책이 빼곡히 쌓인 벽, 그림을 배경으로 놓인 피아노, 그 앞에 죽음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남자.

시작부터 뭔지 모르겠으나 어색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머릿속이, 이 장면의 피아노 연주가 흐르면서 조금씩 편해지지 않았나 싶다.


_곱게 사그라들면 좋겠어요.

_사랑이 어디 있어. 사랑은 보이지 않잖아.

_실패 성공 난 그런 거 모르겠어요. 성공을 원한 건 아니고 재미있게 살고 싶었어요.

_소재가 중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_먼저 읽어야 잘 쓸 수 있고, 먼저 많이 들어야 말도 잘할 수 있다.

_후회. 그것도 하다 보면 자꾸 달콤해져. 그래서 돌아가고 싶지 않다.

_후회한다. 계속 후회하면서 그대로 죽어버리고 싶어. 숨이 막혀


저벅저벅 발소리, 도시의 소음, 생생한 바람 소리... 덤덤히 강물이 흐르는 듯 영상이 흘러간다.

대화 중간중간 카메라 앵글이 말하는 이를 중심으로 줌인을 시킨다. 감정 이입을 시키기 위함일까?

촬영기법이나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지는 못하겠으나, 영화를 해석하고 어떤 느낌을 느끼는지는 보는 이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사랑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흔들리는 슬픈 눈을 한 영희의 까만 머리카락 속 새치가 희끗거렸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맞나 보다. (요즘 관심사 중 하나가 새치와 탈모라 그런가 보다ㅜㅜ)

꽃도 피면 언젠가 지는 것처럼, 붉디붉은 아름다움도 언제나 푸르를 것만 같았던 젊음도,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나 보다. 영희의 대사 ‘곱게 사그라들면 좋겠어요’ 자연스러운 것이 편안한 안정감을 준다. 억지 쓰지 않고 처진 뱃살도, 눈가의 주름도, 흰머리도 신경 쓰지 않으며 곱게 늙어가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누군들 나이 드는 게 좋을까만은 나는 처연히 받아들이며 살아내고 싶다.


세상이 수군거렸겠지만 영희를 연기하면서, 감독으로 영화를 이끌어 가면서 그들은 속이 좀 시원해지지 않았을까.

옳고 그름을 떠나서 당사자들은 심적 고충을 극 중 인물을 빌어 이야기할 수 있었기에... 다시 숨 쉴 수 있었을 것이리라.(극히 개인적 소견. 살다 보니 가끔은 말도 안 되는 어거지를 쓰며 타인에게 주절거리며 수다를 떨고 나면, 이상하게 속이 시원해지고 편안해질 때가 있다)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나는 내게 수없이 돌을 던진다.

바보같이 버티고 아둔하게 살아 낸 나 자신이 싫어서 자책하며 방황한다.

그러다 생각했다.

사랑하리라.

그 무엇보다 먼저 나를 사랑해야지.



영희도 자신을 사랑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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