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그립당

올 겨울 눈 오던 날들

by 최태경

2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햇살이 따시다 바람도 봄이다.

오전 내내 서점에서 농땡이 치다가 얼큰한 마라탕을 먹었으니 커피가 땡기는 건 수순이다.


서점에 갓나온 따끈한 신간을 읽는 재미. 그렇게 책을 읽다 머리위를 올려다 보니 종이비행기 조명. 근사하다.


여름에도 어지간하면 따신 아메리카노를 먹는데 오늘은 션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땡긴다.

저혈당이 오면 당 보충이 중요한 것처럼, 오후가 되어 피로감이 몰려오니 카페인 보충이 급 필요하다. 생각이 많은 날이면 유독 심하다. 스멀스멀 관자놀이에서 두통이 시작되면 일단 커피 한 잔이 대체 약이다.

몸은 장마철 습기 먹은 솜이불 같지만, 맑은 하늘은 봄을 부르고 있다.

누구든 만나고 싶은 날이다.

커피를 시켜놓고 메신저를 켰더니 멀리 캐나다에 있는 동생이 온라인 되어 있다. 코로나 때문에 어딘들 안전한 데가 있을까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다. 그리 멀리 사는데 다다닥 손가락 몇 동작으로 안부를 묻고 답할 수 있으니 세상 참 좋아졌다. 영상통화는 더 대박이다. 요즘 젊은 애들이야 특별할 것 없는 생활이 되었겠지만, 살수록 신문물의 놀라움에 경탄을 금치 못할 때가 많아진다. 그래도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서 멍 때리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는데 빠르다. 너무 빠르게 변화에 변이를 한다.


코로나 때문에 제야의 종소리도 없이 조용히 새해를 맞이한 게 엊그제인데 2월도 훅~지나가고 있다. 봄ㆍ가을이 짧아졌으니 새순이 돋는다 싶으면 금세 더워지겠지. 춥다~ 추워 노래를 불렀더랬는데 것도 그립겠군.


눈이 오면 끈 풀린 동네 강아지가 되어, 옷이 젖어도 좋아라~ 신발이 젖어 발이 꽁꽁 얼어도 좋아라~


걷는 것은 자체로 많은 걸 얻게 된다.

그 산책길에서 천변과 사계절을 함께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런 복이 없다.

설경으로 즐기는 눈요기는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게 한다.



오래된 내 추억 속의 여러 날처럼 아이의 추억 속에서 근사한 날로 기억되겠지.

한 해 한 해 눈 오는 날의 추억이 쌓여, 기억의 숲이 만들어질 것이다.

엄마와의 추억


눈밭에 쌓아 올린 작은 돌탑의 간절한 기원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쌓아 올렸을 누군가를 위해, 돌탑을 바라보는 나를 위해 기도한다.


자연이 만들어 내는 조형물이란 그저 신비롭다.

눈 결정을 자세히 보면 겨울 왕국이 보인다.^^ 엘사가 되어 콧노래가 나오는 걸 보면ㅎ


올겨울 눈 오던 여러 날, 혼자 또는 누군가와의 기억이 추억 주머니 속에 켜켜이 쌓였다.

추억 속의 눈은 녹지 않는다.


아~~~~

벌써 이리 그리우니 다가 올 겨울까지 어찌 참아낼까나.

앞으로 남은 나의 눈 쌓인 길이 몇 해나 될는지. 곁에 누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숨 쉬는 이 시간, 이 순간을 흠씬 사랑하리라.

후회 안 할 자신은 없지만 서럽지 않도록 오늘을 아낌없이 살아내야지.


올겨울엔 눈 쌓인 야영장에서 타닥타닥 장작불 피워 불냄새 맡으며 커피 한 잔의 배경과 만나고 싶으다.


오래된 사진첩에 간직된 눈 오는 지난날들의 추억.

사진으로 담기지 않은 기억들까지 그리움이고, 소중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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