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내게로 왔다

by 최태경

휙~휙~

아직은 겨울 냄새를 품고 있는 스치는 풍경들이 글썽거리는 눈물에 일그러진다. 다시 바이크를 탈 수 있음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감격의 눈물이 흐른다.

햇살에 반짝이는 물빛은 내게 오랜만이라고 반갑다 환호를 한다. 조잘조잘 반짝빤짝


'봄바람에 여우가 눈물을 흘린다'

속담이 틀리지 않다. 꽉 쥐여 잡은 핸들이 휘청거린다. 봄바람이 맵다.

예전엔 겨울에도 눈 오는 날만 피해 칼바람을 가르며 탔었다.

시간 나면 키 꽂아 부르릉~시동 걸면 쉽게 탔더랬는데, 사소한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알면서도 망각하며 사는 게 사람인가 보다.


허리 때문에 수술실에 들락거리며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통증에 직립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바이크를 탈 수 있겠죠? 의사 선생님이 기가 콧구멍까지 막히는지 헛웃음을 쳤다. 펴지지도, 힘이 들어가지도 않는 허리가 원망스럽기만 했다.

허리 수술은 디다. ㅜㅜ 다리 수술이나 맹장, 찢어져 꿰매는 것들은 일도 아니다. 전에 했던 수술들은 시간만 좀 지나면 움직이는데 별 무리가 없었다. 허리 수술은 만만치 않다.

몇 개월이 흘렀는데도 책상에 앉아 있기가 힘들다. 수작업이나 책을 읽고, 쓰는 작업이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간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았던 일들이 감사한 일이었다.

사람이 이성적 동물로 현명하다지만 알면서도 망각하기에 어리석은 일을 일삼기도 한다.

잃어봐야 그 가치를 안다 했다.


요즘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푹신한 의자에 다리 꼬고 앉아 책 읽는 것이다.

ㅠㅠ다리를 꼬면 안 된다. 끔찍한 고통을 잊을 수 없다. 무심코 꼰 다리가 허리에 경고를 한다.

된장할......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아껴가며 쓸 껄.

보조기를 차고 천 보, 오천 보, 만 보, 어쩌다 컨디션 좋은 날은 이만 보.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 걷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직도 책상에 앉아 한 시간이 넘어가면 통증이 심해진다. 집중하다 보면 마무리할 때까지 통증을 잊는다.

한마디로 무식하다. 아파도 싸다ㅠㅠ 무모한 주인을 만나 몸이 고생이다.

눈물이 찔끔거리게 스트레칭과 물리치료를 하고 좀 나아지면 또다시 반복되겠지만, 그래도 이만하기 참으로 다행이다.


작업이 있어 사무실에 나갔다.

작업장 한 켠에 덩그러니 먼지가 쌓이기 시작한 바이크가 산만하게 작업을 방해한다. 일하다가도 어느새 눈이 가 닿으니 집중도 안 된다.


에라 모르겠다.

살살 타면 되것지.

엔진에 오일 순환도 시키고, 기계는 안 쓰면 녹스는 법ㅎ 핑계 아닌 핑계를 잡는다.

바퀴 두 개에 시동만 걸린다면 뭐라도 좋다.

눈꼬리가 올라가는 지인의 잔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오랫동안 세워 놨는데도 다행히 시동이 걸린다.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오일 칠도 했으니 스탠바이~ 큐


발에 기어 걸리는 느낌이 짜릿하다. 폼생폼사도 오늘은 아웃이다.

폼이 대수랴 패팅에 겹겹이 솜바지 껴입고 추우ㄹ~발

흐미 좋은 거

가슴에 하트가 날아다닌다.

라이킷이 머리에서 종을 울린다.

새장 속에 새가 자유를 찾아 새장 밖으로 나와 하늘을 날면 이런 기분이겠지.

그래 인생 뭐 있겠노,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면 그만.

지난 시절 행복할 때도 있었지만, 사람도 잃고, 가진 것을 잃으며 살았다. 주위에 사람이 많은들, 가진 것이 풍족한들 지금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없다.

이제야 깨달은, 모든 것이 내 안에 있다는 진리.

행복은 늘 곁에 있었다. 욕심이 과해, 곁에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멀리 가 찾으려 아등바등하며 살았다.

행복하다.

다시 바이크를 탈 수 있음에 감사하다.

큰 것보다 작은 것에 행복해할 수 있는 마음이 이쁘다. 나를 사랑할 수 있음에...

그러니 비로소 살아있음에 감사하다.


도로 위를 내달린다.

풍경도, 하늘도, 바람도 내게로 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