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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태경 Aug 12. 2021

더위 먹었나 보다 주저리주저리... 두서없이

뭐라도 쓰고 싶어 진 날

반세기를 살다 보니 별의별 통증을 겪어 봤다.

출산의 고통(금쪽같은 내 새끼니까 참는다), 여러 가지 수술 통증(소독과 드레싱, 간단한 실밥 제거는 알아서 뽑는다),  발가락뼈가 훤히 보이게 절개되거나, 요리하다 손에 끓는 기름이 튀었다.

대박이었다.

손가락에 커다란 소시지를 붙여놓은 것처럼 우스꽝스러웠다. 바쁘다는 핑계로 처치는 자가치료.(독하다)


어지간한 상처는 직접 치료하다 보니 큰일? 아니면 병원 문턱을 드나들지는 않는다.

어릴 적부터 상처를 달고 살았으니, 말하지 않아도 성격이 미루어 짐작이 갈 것이다.

동적이며 급하고 동선도 클 것이니 엎어지고, 쓸리고, 깨지지 않았겠나.

머스마도 아닌데 왈가닥 가스나가(요즘이야 성별 구분을 안 한다지만, 어른ㆍ남자ㆍ 여자 밥상도 달리 받았었는데… 맞다, 우리 집은 역사를 거슬러 조선시대 유교사상이 투철했다. 치열하게 1인 시위로 승산도 없는 투쟁을 하며 유년 시절을 보내야 했다.) 말괄량이 삐삐가 되어 상처를 달고 사는 시한폭탄이었다.

부모님 애간장을 많이 태웠으니 불효자일세.

뒤집어 생각해보면 자식인데 어쩌지도 못하고 얼마나 속이 상하셨을까. 더운 여름에도 한복을 입으시고, 시대를 역행하시며 사셨던 할아버지 밑에서, 엄마는 얼마나 가슴 졸이며 사셨을까. 오빠,  남동생과 성별을 앞세워 차별하는 게 반항심을 키우지 않았나 싶다.

(병폐의 근원은 차별이라고 이 연사 힘주어 외칩니다~~~~)

그때를 생각하니 욱~해서 얘기가 새 버렸다.


나의 치료방식을 미덥지 않아 하며, 병을 키운다고 주위의 성화도 심하다.

문제인 줄 알면서도 쉽게 바뀌질 않는다.

자가치료로도 별 탈 없이 치유사례가 쌓이다 보니 돌팔이 치료사가 된 거 같다.

웃긴 사실은, 뭐라 하던 그들도 아프면 나를 찾는다. 급체, 담, 부항에 뜸(절대 돈이 오가는 게 아니니 잡아가지 마세요ㅜㅜ 다만, 맛난 거는 얻어먹어 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피를 보는 어지간한 찰과상은 상처로 쳐주지도 않는다.


작년에 허리 때문에 고통의 시간을 겪어야 했다.

마약성 진통제도 듣질 않는 매서운 고통. 수술하고 회복실에서 깨어나면서 끔찍한 통증으로 다시 수술실로 실려 들어가면서 죽여달라고 했다.(죽는 게 쉬운 일도 아니건만, 지금도 그때를 회상하면 소름이 끼친다. 그 고통을 갖고 살라 하면 살까 싶다.)

회복 기간도 길다. 1년이 되어가는데도, 작업이나 책을 읽기 위해 장시간 책상에 앉아 있거나,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기타 연습으로 악기를 품고 앉아서 줄을 튕기는 배짱이 노릇도, 바이크를 타는 일들도 예전 같지가 않다. 하물며 머리 감는 것도 숙이고 할 수가 없다.(머리 빠빳이 들고 당당히 살아야 한다는 취지에선 좋지만^^)

그전에는 어지간히 아파도 하던 일은 끝냈는데, 요즘엔 신호가 빨리 온다. 무섭다. 다시 그 고통과 마주할까 봐. 극히 평범했던 일상생활도 맘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속상하다. 이래서 나이 들면 맘 같지 않다는 말이 있나 보다.


경험담이 쌓이다 보니 잔소리도 많아졌다.

내 아이에게 말한다.

‘하고 싶은 건 하고 살아라’ 

남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하고자 하는 일은 건강하고 젊을 때 하는 게 좋다.

‘후회하지 말자’라는 신념으로 살아왔는데, 과거를 돌아보면 후회로 점철된 시간이 대부분이다.

내가 존재함에 세상도 존재할진대, 떠밀리듯 주체성 잃은 생존의 바다에서 부초처럼 허우적대다 뜻하지도 않은 황량한 무인도에 떠밀려 와 허망하게 수평선만 멍 때리는 형국이다.

후회한들 어찌 시간을 되돌리겠는가.

지금부터라도 그렇게 살지 말아야 하는데, 몸에 밴 습관을 고치기가 쉽지 않다. 대체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산다. 욕먹지 않으려고,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직진한다. 현명하게 판단하려 노력한다.


그런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아등바등 애쓰며, 매번 현명할 필요가 있을까???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할 거라면 흥하든, 망하든 까짓~ 질러보는 거다.

사람마다 가치 추구와 기준 차이가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게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눈치보지 말고 하면 된다. 남은 삶은 후회할지언정 해보고 후회하는 편을 택하리라. 기회는 턱없이 좁아지고, 불이 잘 붙을랑가 모르겠지만 잔챙이 가지라도 주워 불 질러 보면 불은 지펴지겠지.

아프고 상처가 아물고 나니 세상이 더 넓게 보인다.

수많은 통증을 이겨낸 몸도, 끝날 것 같지 않던 고통을 디디고 일어난 맘도, 내성이든 항체가 생기든 다시 시험에 들게 할 바이러스?가 심신을 뒤흔든다 해도 이겨내리라.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

내 인생은 내가 주인공이잖은가.

타고난 팔자가 그렇다고?

쫘아악~ 그어버리고 각본이야 다시 쓰면 되잖아.

결말은 해피앤딩이야. 스토리는 만들어가는거지 뭐~




레이첼 야마가타<Be be your love>

https://youtu.be/4Uyli38PzT8

좌판을 두드리고 있으려니 뜬금없이 이 노래가 머리에서 맴돈다. 뭐라 말하는지 알아듣지 못해도 감정이 느껴진다는 게 재미있다.

가사를 찾아보니, 떠나가지 말아 달라며 애걸복걸 사랑을 갈망하네그려.

것도 내 손안에 있음 시들해지드만.

영원한 사랑이 존재할까?

ㅎ그래도 사랑은 좋은 거야. 그 사랑에 데일 걸 알면서도 불나방처럼 뛰어들지.

사랑 그 설레임.

사랑 그 짜릿함.

아프고 또 데일망정 다시 사랑하고 싶다.




—-> 주절주절 두서없이 뭐라도 간절히 써야 하는 날이었다. 속이 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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