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태경 Sep 14. 2021

씨! 씨! 씨를 뿌렸죠. 싹! 싹! 싹이 났어요~

반려식물

얼마 전 자주 드나드는 카페에서, 색이 곱기에(사장님이 키우시는 화초들이 아플 때 치료 처방을 해준다는 이유로 흔쾌히 분양) 얻어 온 녀석이다.

대부분은 짙은 녹색을 띠고 있지만 받아 온 종류는 형광 스킨답서스다.

'스킨답서스'라는 품명이 있기는 하지만 ‘행복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내게는 특별한 녀석이 되었다.

기본 성질이 병해충에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다. 관엽식물 중에 일산화탄소 제거 능력이 우수하다는데 그 수치를 느낄 정도로 정밀한 인간이 아니라 공기정화 능력은 모르겠으나, 보기는 좋다.

환경에 굴하지 않고, 잘 자라는 것도 맘에 든다.

저 녀석도 못 키우면 화초 키우는 걸 포기해야 된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손쉽게 키울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반려식물 입문용으로는 딱이다.

다만, 잎에 독성이 있어서 어린 아이나 애완동물에게는 해로울 수 있다 하는데, 굳이 맛보려 하지 않는다면 별 탈은 없다.(산소기 없이 열대어를 키울 때 스킨답서스를 잘라 바로 어항에 넣는 것은 좋지 않다. 뿌리를 내려 넣는 것이 식물에도, 열대어에게도 good~~)



화초를 키우면서 애정이 가지 않는 녀석들이 없다. 내 손을 타고 사랑을 듬뿍 주니, 어느 하나 이쁘지 않은 녀석이 없다.

그래서 반려식물이라 하는갑다.

화원에서 사 온 녀석들도 예쁘지만, 이렇게 분양받아와 뿌리내리며 성장시키는 화초들이 더 눈길이 간다.

잘라왔음에도, 기특하게 잘 자라주니 감사하다.


사진 오른쪽에 세상 밖으로 빠꼼히 싹을 틔워낸 녀석이 보인다.

아보카도다.



단단한 씨앗일수록 싹을 틔우기가 더디고 힘들다.

알밤 크기에 돌멩이같이 단단한데 조건만 잘 맞춰주면, 저리 근사한 일을 벌인다.

씨의 갈색 껍질을 벗겨 놓으면 뽀얀 속살을 볼 수가 있다. 환골탈태 한 씨를 페트병(입구를 잘라 거꾸로 뒤집어 놓으면 씨앗이 올라앉기에 딱이다)이나, 씨앗이 익사하지 않을 정도의 유리병에 뾰족한 부분이 위로 가게해서 자리를 잡아준다.

밑동 부분이 물에 잠겨 있어야 뿌리를 내릴 수 있으니 마르지 않도록, 가까이 살필 수 있는 곳에 두고 노래를 해준다.

‘매일~ 매일~ 너를 기다려~~~’

나름 마인드 컨트롤도 되더이다. 설레는 기다림으로 조금씩 행복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분명 싹이 올라온다는 걸 알면서도 매번 신기하다.

그러니 정자, 난자가 만나 잉태되어 자궁 속에서 자라나 생명체가 되어 태어난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가.

알고 보면 누구나 똑같이 신비로운 세포분열을 거쳐 세상에 나오니, 귀하고 소중하다.

허나, 어디서부터 변질되어 희비쌍곡선 위에서 줄 타듯 살아가는지 슬프다.




올해 처음 맛 본 레드자몽을 먹고 득탬한 씨앗에서 틔운 싹



조만간 이사를 시켜줘야 할랑갑다. 사람이고, 식물이고 크면 분가를 시켜야하는게 맞다.

레드자몽을 먹고 씨를 버리려다 문득, 싹이 날지 궁금했다.  

토실하니 튼실한 씨를 골라 물에 적신 키친타월에 띄엄띄엄 놓고, 그 위에 키친타월로 이불을 덮어준다.

늘상 스프레이로 촉촉함을 유지시켜 주어야한다.

환경에 따라서 뿌리를 내리는 기간이 달라지니 가끔씩 이불^^을 젖혀 훔쳐봐야 한다.

썩지 않았다면 나머지는 지구력이 필요하다.

위인지 아래인지 구분이 안 가겠지만 하얀 뭔가가 고개를 내밀면 그게 바로 뿌리다.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렸다면, 흙에 옮겨 심는다. 배양토로 심으면 싹을 틔우기가 수월하다.

통풍이 잘되는 그늘진 곳에서 흙 위에 신문지나, 키친타월을 덮어주고 마르는가 싶으면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준다.

‘과유불급’ 과습이면 썩어 버릴 수 있다.


오마나 세상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며 저리 이쁜 짓을 하며 매일 생명의 신비를 보여주며 아침을 열어준다.

저런 걸 보면, 행복은 거창한 게 아니란 걸 새삼 깨우친다.

작은 것에서 얻는 행복이 크고, 더없이 소중하다.


존재 자체도 불투명하던 것이 관심과 애정을 주면, 어제와 오늘 별반 다를 거 없는 삶에, 작은 불빛 같은 따스함으로 보답을 한다.


끊임없는 욕심 때문에 이미 손안에 있는 것은 보지 못한 체 만족하지 못하고, 불안의 문 앞에서 노심초사하며 서성거린다.

굳이 문을 열고 나아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냥 지금의 자리에서 평안할 수 있으면 그만이지 않을까.




반려식물도…

나도…

내일은 얼마나 자라 있을지 기대해보련다.

작가의 이전글 더위 먹었나 보다 주저리주저리... 두서없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