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태경 Jun 05. 2021

대략 난감

일진이 사나운 날이다.

요즘 되풀이되는 어긋난 일상ㅜㅜ

바람이라도 쐬려고 라이딩을 나왔는데, 오토바이도 날 외면해버린 날이다.

출발하고 주유할 때만 해도 괜찮았다.

비 온 후라 하늘도, 바람도 근사하기 이를 데 없다. 완벽하다. 나만 빼고ㅜㅜ

바이크 후미 쪽에 이상을 감지하고 길가에 세웠다.

헐랭~

뒷바퀴 바람이 빠졌다.

귀염 뽀작한 녀석. 커스텀용으로 새로 들여온 녀석이라 애정이 남다르다.

저 녀석을 끌고 나오면서, 늘 타던 바이크에게 미안하더니 오늘 제대로 걸렸다. 바이크를 같이 타는 해결사에게 연락을 했더니 시외 출장 중이란다. 되는 일이 없다. 4~5시간은 걸린단다. 좌표를 찍어주고, 쪼그리고 있으려니 처량하다. 오늘따라 지나가는 차들은 웰케 많은겨. 창피하다.

안 되겠다. 키를 뽑아 들고는 어디로든 가서 앉아야겠다.

히치하이킹을 하기엔 험한 세상도, 내 성격도 감당이 안되니, 땡볕에 도보밖에는 없어 보인다.


운빨이 바닥나지는 않았나 보다.

택시가 지나갈 도로는 아닌데 구세주다. 무작정 손을 들어 세우고 보니 휴일이란다. 그럼에도 가는 길목까지 태워주시겠단다. 감사한 마음에 몸이 자연스럽게 굽신거려진다. 연거푸 인사를 하고 근처 카페에 내렸다.

알고 보면 세상은 살만한 거다.


대략 난감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뜻하지 않게 찾아온 행복.

시원한 커피, 책, 음악, 멋진 풍경까지, 길가에 잠시 버려진 오토바이만 아니라면 완벽하다.

편안함에 젖어들면서 혼자 길가에 서있을 오토바이 걱정도 덜해졌다.

뭐든 읽을 거리가 없을까, 카페 안을 둘러보다 발견한 책 한 권.

이 또한 뜻밖의 작은 행운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바람 빠진 바이크를 구해줄 구세주를 기다리는 기다림의 시간에 여유가 생겼다.

까이꺼~~~ 어두워지기 전에는 오것지. 해도 길잖어.


션한 아이스아메리카노나 한 잔 더 시켜야겠다.


혹여, 이 시간 대청호를 지나다 제 바이크를 만나면 혼자 잘 있는지 인사라도 해주세요.ㅎ^^

작가의 이전글 서점 산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