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태경 Sep 18. 2021

계절마다 다르다. 희한하지!

가을볕ㆍ가을바람

희한하지.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볕이 다 다르다.

찬란하다는 단어는 누가 만들었을까.

동터오는 공원.

이슬 맺힌 풀섶에 새벽빛이 비스듬히 찬란함을 뿌린다.

요즘엔 조석으로 산책하기에 더없이 근사하다.

목 언저리를 휘감는 시원한 바람.

이처럼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코로나 양아치 때문에 유독 더웠던 여름.

새벽녘 인적 드문 곳에서 슬며시 마스크를 내리고 바람을 마신다.

그래 너였어.

오매불망 보고픈 너였어.

찐 사랑은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더니, 바람 너는 내게 찐 사랑인 게야.

‘잘 버티고, 잘 이겨내고 있네’

파인 옷깃을 스치며 쓰담 쓰담 위로를 건네어 온다.

타이타닉의 뱃머리나 되는 양, 할 수 있는 한껏 팔을 펼친다.

가슴골, 겨드랑이로 파고들며 느껴지는 바람.

ㅎ내 사랑이 맞나 보다.

내 맘을 술렁거리게 만드는 바람님.


촤르륵~ 촤악~ 몽돌에 휘감기며 이는 포말에 밀려오는 여수의 비릿한 바닷바람.

계룡산 관음봉 오르는 길에 잠시 쉬어가는 금잔디 고개에 걸터앉아 맞던 산들바람.

속도에 못 이기며 헬멧 사이로 삐져나온 미친 듯 산발한 머리카락을 휘감던 바람.

선산에 아부지를 묻고 내려오는 길, 마르지 않는 눈물을 말려주던 아직도 느껴질 거 같은 그 바람.

친구가 되고, 내가 되고, 네가 되어 준 바람.

어느 작가가 그러더군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었다'

내게 음악이ㆍ바람이 없었다면 내 삶은 황폐한 사막과 같았을지도 모르겠다.


난 웰케 바람이 좋은 거지.

이른 아침에 맞는 바람은 내게 어제와는 다른 세상을 열어준다.

오늘을 살아 낼 기운을 준다.




https://youtu.be/rq0yrP6Qp84

어설픈 기타 연주지만, 나도 저 가을빛 짙어가는 길가에 앉아 바람에 몸을 맡기고 흔들리는 미류나무 이파리처럼  파르르~ 연주하고프다.

므찌게^^





작가의 이전글 딸냄, 이 빵은 살도 안찐데이~ 그래도 많이 묵음 찐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