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생활 속에 어느새 커피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커피를 많이 마시는 나라 6위에 올라와 있다. 한국인들은 연간 무려 111억 9060만 잔의 커피를 마시며 이를 1인당으로 환산하면 한 사람이 일 년에 228잔의 커피를 마신다.
우리는 왜 이리도 커피에 열광하는가?
한국인들은 왜 커피에 빠졌을까?
에티오피아 산악 지대가 기원이며 우리와는 거리가 먼 아랍에서 번성한 커피 문화가 우리들 생활에 가까워지면서 다양한 커피 전문가가 생겨나고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커피나무를 전문적으로 키우는 지역까지 생겨났다.
과연 커피의 매력은 무엇이며, 커피 한 알에 담긴 인문학적 의미는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대한민국 커피 성지를 순례하며 커피 한 잔에 담긴 무한한 매력을 파헤친 MBC스페셜 ‘커피에 미치다’는 이러한 기획의도로 제작되었다.
방송 1주일 전인 지난 9월 15일 집 앞 테라스에서 산 너머로 불 들어가는 낙조를 감상하고 있을 무렵 백헌석 감독으로부터 오랜만에 전화가 걸려왔다. 어찌 보면 지방 문화방송과는 수차례 작업을 했지만, 서울 MBC와는 처음 작업하는 입장이다 보니 상당히 반가웠다.
백 감독은 서체의 방향은 불광 불급(不狂不及; 미치려면, 미쳐라)이라고 했다. ‘미(味) 친 사람들’의 열정과 커피에 담긴 역사성과 섬세한 커피 맛의 차이를 함축적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서체가 필요했다는 것.
참! 어려운 숙제였다.
‘미(味) 친’, ‘열정’, ‘역사성’, ‘섬세한 커피 맛의 차이’..., 1차적으로 ‘섬세한 커피 맛’에 주안점을 작업했다. 1차 시안에서는 1안과 2 안중 2안이 마음에 들어했으나, 불광불급(不狂不及)에 조금 더 포커스를 더해달라는 주문이 있어 다시 2차 수정 작업에 돌입했다.
백 감독은 ‘부라보, 부라보’를 두 번 연신 외쳤다. 2차 수정안 1,2안 모두가 맘에 든다면서 작가님의 추천 시안을 말씀해 달라고 했다. 난 주저하지 않고 1안을 추천했다.
굳이 이번 작품만이 1안을 추천하는 것은 아니었다. 본인은 프로그램 성격상 제일 느낌이 가는 시안을 1안으로 올리는 게 나의 서체 시안 결정의 첫 번째 요소다. 모든 장르의 서체 작업에서 그 기준은 변함이 없다. 의뢰인의 취향과 본인이 취향이 다를 경우, 내가 추천한 1안이 아닌 반대의 2안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꼭 내가 추천하는 게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면 본인과의 불일치로 시안을 선택할 수 있다. 굳이 의뢰인의 선택사항에 대해서 왈가왈부(曰可曰否; 좋으니 나쁘니 하고 떠들어댐) 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