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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섬마을 ‘현판’ 이야기

by 캘리그래피 석산

옛 부터 우리는 서로에게 사랑과 정을 나누는 것을 큰 미덕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정이란 서로에게 큰 것을 주거나 바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 서로에게 작은 것 하나라도 신경 써 주며, 이해하고 배려해 주려는 마음이 정을 나누는 기본이 되는 것이다.


또, 사랑이란 무엇일까?

비록 다른 길을 걸었던 사람일지라도 마음 한구석에 함께 걸을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다.

편안 길, 험한 길이여도 좋다. 빨리 가는 사람이 뒤쳐져 오는 사람을 기다려주면서 함께 발맞추어 걸어가는 길이 바로 사랑이다.


지난해 인생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홀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모든 걸 접고 무작정 고향 새섬으로 들어와 7개 여월을 섬 작가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세찬 비바람에 풍랑도 맞아보고, 추운 겨울날 폭설에 파묻혀 산등성이 고갯길에서 밤새 고립된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를 버티게 한 것은 아직도 사랑과 정을 나누려는 섬 주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늘 저희 집으로 저녁 식사하러 오세요"

명지마을 김현숙 이장님의 문자 메시지였다.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낙후된 명지마을을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려는 노력이 그녀의 진심 어린 행동과 말속에서 느낄 수가 있었다.


차 한 잔을 나누며 조금이나마 명지마을에 도움 드릴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라고 묻자, 이장님은 "25 년 넘게 노인복지회관 현판이 낡아 글씨를 알아보지도 읽히지도 않아 바꾸고 싶은데 마을 재정상 마음만 가지고 있네요"라고 했다. 충분히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부분일 것 같다는 약속을 한 후. 광주광역시에 어울 공방 최선동 서각작가께 그간의 사연을 이야기했더니 흔쾌히 서각 현판으로 작업해 주겠다고 했다.

(좌)25년이 넘어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기존 현판 및 (우)편백나무로 새로 제작한 서각 현판 모습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원하는 섬 주민들에게 매달 한 집을 선정해 문패를 제작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마을 현판까지 도움을 주신다니 내가 "인생을 허투루 살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되었다.


한편, 진도 조도 명지 마을 어르신 복지회관 ‘현판 달아주기’는 지난 41일(일) 오전 7시 20분부터 채널A “新대동여지도(진도 조도 편)”에 방송된 바 있다.

진도 조도 '명지마을 어르신 복지회관' 현판식이 끝나고 기념촬영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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