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산 허리 깨
물밀듯이 내려온 해무가
온 바다를 휘감는구나
갯벌에 틀어 박힌
늙은 할아버지의 고깃배는
오늘도 마냥 멈춰 섰구나
어이할꼬 어이 해
할망구 근심에
또 주름살이 늘어가네
[출처: 석산_ 해무선]
덜커덩 쿵쿵...
어제 밤바람소리가 요란스럽게 요동을 치더니 오늘은 또 바다에서 밀려오는 해무(海霧, sea fog: 고온다습한 공기가 찬 바다 위를 지나면서 이슬점 아래로 냉각되어 발생하는 이류 안개의 일종.) [출처: 다음 백과]가 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는 할아버지 배를 또 며칠 째 묶이게 만들었다.
바다 안개가 걷히기만을 기다리던 할아버지가 담배를 물고 계셨다.
“저 염병할 안개 땜새 그물도 못 치고,”
할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배를 보러 나왔다면서 내게 한 말이다.
이곳 진도군 조도 새섬은 이 시기 바다 안개로 진도 팽목 간 여객선 취항도 하루가 멀다 하고 잦은 결항이 되어 섬사람들의 근심거리로 자리하고 있다. 지극히 섬사람들 입장에서 보는 바다 안개의 기억은 뭇사람들의 낭만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렇게 급할 것 같지 않았던 할아버지 배는 무려 나흘 동안이나 갯벌에 묶여 있었다.
오랜만에 지어 본 시(詩) ‘해무선’은 그렇게 글에서, 글씨로, 사진에 옮겨졌다.
마냥 안개에 묻힌 배를 바라보며 감성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것과는 달리, 할아버지의 푸념 섞인 말에 귀를 기울여 시로 승화시킨 현실감이 더욱 나에게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 후, 갯벌에 계속 묶여 있었던 ‘해무선’은 많은 배들이 오고 가는 방파제로 옮겨 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