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뜨거운 태양의 계절이 다가온다.
지난여름 백사장위에 발가락으로 사랑하는 연인의 이름을 써놓고 한없이 사랑의 맹세를 다짐했던 추억의 계절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하루에도 쉴 새 없이 입술이 파래지도록 미역 감던 그 바닷가에서 함께 물장구치던 동무들이 생각나는 곳... 바로 여름 해변의 추억이다.
그 옛날 내가 살던 섬의 바닷가는 물이 빠지는 날이면 맨발로 걸어 다니기만 해도 꼬막, 조개류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어 흔했지만, 지금은 하얀 조개 무덤만이 예전의 풍부했던 조개 군락들을 상상할 뿐이다.
하얀 백사장은 또 어떤가?
학창 시절 봄, 가을 소풍 장소로 내가 살던 바닷가는 단연 0순위였다. 하루 종일 하얀 모래 위에서 씨름도 하고, 보믈 찾기를 즐겼던 곳! 소풍이 끝나고 각자 집으로 가는 틈을 이용해 친구들과 함께 백사장을 기어 다니며 여기저기 흘린 동전을 줍던 추억들로 생생하게 기억되는 곳.., 그러나, 지금은 그 옛날 백사장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모든 것이 바다를 생업수단으로 하는 톳, 미역, 다시마, 전복양식을 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방파제 접안시설을 확충하다 보니 모래의 유입이 끊기면서 백사장에는 그 많았던 모래들이 점점 사라지고 그 위에 자갈만이 남아 있어 과거의 영화를 그립게 만든다.
그렇더라도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이라 그런지.., 지금의 모습이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변하지 않는 부분들이 더 많다는 점에서 큰 위안을 삼는다. 백사장에 발 도장을 찍어도 조개는 나오지 않지만 시원한 바닷바람과 나의 목소리를 닮은 파도소리가 화사하게 포말로 부서지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여름 해변가
설 익은 백사장
맨발로 걸어가네
모래 무덤 속
조가비도 반짝이는 곳
때 이른 여름에
파도소리만 요란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