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걷다가 힘이 들면

by 캘리그래피 석산

걷다가 힘이 들면 잠시 멈추고 눈을 감아 보세요

당신의 코끝에 솔향기 한 가득 피어오르겠지요.

달빛 밝은 날에 손을 잠시 내밀어 보세요.

당신의 손등에 일렁이는 바람이 숨을 쉽니다.

걷다가 힘이 들면_사진제공 조현귀 작가(22*14)

2017년 KBS 설 특집 힐링다큐 ‘나무야 나무야’에서 소개되었던 ‘포항 덕동 마을 소나무 숲’ 편을 시청하면서 자연이 인간에게 위로를 해주는 광경이 얼마나 행복해 보였는지 소나무를 보면 자신도 위로를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봤다.



君抱琴兮倚長松

長松兮不改心

我長歌兮坐綠水

綠水兮淸虛心

心兮心兮

我與君兮

그대는 거문고 안고 큰 소나무를 의지하니

큰 소나무는 변하지 않는 마음이요

나는 길게 노래하며 푸른 물가에 앉았나니

푸른 물은 맑고 빈 마음이다.

마음이여 마음이여

나와 다만 그대로다.

[출처: 서산대사_ 청허가(淸虛歌)]


서산대사가 불렀다는 청허가(淸虛歌: 청허는 서산대사의 호)이다. 이 노래를 통해 서산대사는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어쩌면 서산대사 또한, 소나무에게 위로를 받았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세월이 가고, 강물이 바다로 흘러 온 산하가 변한다 해도 사시사철 본연의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힐링의 장소를 제공해 주고, 그늘을 만들어 따가운 햇볕도 막아주며, 바람과 함께 불어오는 솔향기는 포근함과 안정감을 준다. 크게는 재난을 막아주는 역할까지 하는 고마운 소나무... 길을 지나가다 만났거나, 산에서 흔하게 보는 소나무일지라도 그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소나무는 사람들에게 이렇묻는다.

뜨거운 여름 햇살을 온몸으로 막고, 시원함을 만들어주는 나(소나무)에게 한 번이라도 감사한 적이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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