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애(愛)

by 캘리그래피 석산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땅에서는 연리지가, 바다에서는 비목어가 되기를 원했네.”

애(愛)(67*44)

중국 전설에 의하면 동쪽의 바다에 비목어(比目漁)가 살고 남쪽의 땅에 비익조(比翼鳥)가 산다고 한다. 비목어는 눈 한쪽이 없기 때문에 두 마리가 좌우로 달라붙어야 비로소 헤엄을 칠 수가 있고 비익조는 눈도 날개도 한쪽에만 있어 암수가 좌우로 일체가 되어야만 날아갈 수가 있다고 한다. ‘연리’, ‘비목’, ‘비익’은 모두 남녀 간의 애절한 사랑, 떨어지기 힘든 ‘결합’을 뜻한다.


손 한번 맞닿은 죄로

당신을 사랑하기 시작하여

송두리째 나의 전부를 당신에게 걸었습니다.

이제 떼어 놓으려 해도 떼어 놓을 수 없는

당신과 나는 한 뿌리 한줄기 한 잎사귀로 숨을 쉬는 연리지입니다.

단지 입술 한번 맞닿은 죄로

나의 가슴 전부를 당신으로 채워버려

당신 아닌 그 무엇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는

몸도 마음도 당신과 하나가 되어버려

당신에게만 나의 마음을 주는 연리지입니다.

이 몸 당신에게 주어버린 죄로

이제 한 몸뚱어리가 되어 당신에게서 피를 받고

나 또한 당신에게 피를 나누어 주는

어느 한 몸 죽더라도 그 고통과 함께 느끼는 연리지입니다.

이 세상 따로 태어나 그 인연 어디에서 왔기에

두 몸이 함께 만나 한 몸이 되었을까요?

이 몸 살아가는 이유가 당신이라 하렵니다.

당신의 체온으로 이 몸 살아간다 하렵니다.

당신과 한 몸으로 살아가는 이 행복 진정 아름답다 하렵니다.

[출처: 연리지_황봉학]


가까이 자라는 두 나무가 맞닿은 채로 오랜 세월이 지나 서로 합쳐져 한 나무가 되는 현상을 연리(連理)라고 한다. 두 몸이 한 몸이 된다 하여 흔히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에 비유했고, 알기 쉽게 ‘사랑나무’라고도 부른다.


나뭇가지가 서로 이어진 것을 연리지(連理枝), 줄기가 이어진 것을 연리목(連理木)이라 하는데 가지는 다른 나무와 맞닿을 기회가 적을 뿐만 아니라 맞닿더라도 바람에 흔들려 좀처럼 붙기 어렵게 때문에 연리지는 만나기 어렵다.


두 그루의 나무가 가까이 붙어 있으면 보통 죽는다고 생각하는데 연리지는 그렇지 않다. 처음에는 살갗이 벗겨지는 아픔을 겪으며 가지 하나씩이 붙으면서 두 가지가 하나가 되고 뿌리를 내려 마침내 두 나무는 한 나무로 살아간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두 나무가 붙어서 하나가 되지만 각각 가지고 있었던 본래 개성은 그대로 유지가 된다.


한쪽 날개로 짝을 지어 날아가는 ‘비익조’처럼, 손을 맞잡고 뻗어가는 두 그루의 ‘연리지’처럼,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어’처럼 그리움으로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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