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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하늘에서 내려다본 섬

by 캘리그래피 석산
하늘에서 내려다본 섬(187*105)

하늘에서

내려다본 형국이

새떼처럼

올망졸망하여라

새섬에서

삶이란

높고 낮음의 경계를

무시하며 살아도 좋은 곳.


새;조(鳥) 섬;도(島)

전남 진도군 조도면에 속하는 섬으로 현재 자신이 기거(起居)하는 곳이기도 하다. 봄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보낸 조도는 내가 지금껏 잊고 살았던 많은 것들(인내하는 법, 배려하는 법, 나누는 법, 소통하는 법, 내려놓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또한, 나에게 1년이라는 섬 생활은 나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계기도 부여해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조도(鳥島; 새섬)는 하나의 새무리가 군집(群集)을 이루고 날아가는 형국이다. 유·무인도를 합쳐 170여 개가 넘는 섬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는 모습은 섬과 함께 평생을 살아온 섬사람들의 옹골찬 기상을 말해 준다.


2018년 1월부터 서각 문패를 달아주기 위해 섬 안의 섬을 돌아다니면서 예전에 미처 몰랐던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면서 섬사람들의 고충, 애환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려고 했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서 해맑게 피어나는 미소도 보았고, 힘든 일상의 피로를 이겨내기 위해 소주를 물처럼 마시는 사람들도 있었고, 뜨거운 가마솥에서 멸치를 찌며 진한 땀방울을 연신 훔쳐내는 아낙들도 있었고, 여름 햇살을 맞아가며 찢어진 그물을 수선하는 할아버지도 볼 수 있었다.


마냥 섬을 아름답게 바라보지 마라. 하루에도 섬의 일기(日氣)는 변덕의 연속이다. 잔잔한 날이 있는가 하면, 갑자기 먹구름이 밀려오면 비바람을 동반한다. 덩달아 파도는 높아지면서 바다의 이중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한차례 태풍과 폭풍이 밀려오고 지나가면 바다는 평온을 되찾는다. 바닷속을 한번 뒤집어 놓으면 바다환경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나에게 섬은 ‘등대’였다.

칠흑 같은 어두운 밤바다에서 이정표를 잃고 떠밀려가는 밤배의 한 가닥 희망이 되어 준 생명의 은인처럼, 방황의 끝에서 만난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어주고 늘 긴장감을 잃지 말고 도전하라는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


또, 섬은 내게 ‘변화’를 주문했다.

고인물은 반드시 썩게 되어 있고, 지금 생활에 정체되고 변화를 모르고 대처하지 못한다면 반드시 도태된다는 것을...


나는 지금 이곳 새섬에서 새로운 변화의 칼날 앞으로 나아가기 위에 비장함으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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