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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새봄 마중

by 캘리그래피 석산
새봄 마중(8*10)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 봄은 우리들에게 설렘을 예고한다. 새로운 출발의 시작을 알려주고 탄생을 상징하는 봄이 그래서 다른 계절보다 좋다. 파릇파릇한 봄의 채소도 좋고, 녹색 빛으로 물들어가는 산과 들의 풀 향기는 봄이 안겨주는 귀한 선물이다.


봄이 시작되던 지난 2월 말, 목포의 한 모종 가게에서 고추, 방울토마토, 애호박, 오이, 참외 등 몇 가지 모종을 사서 시골집 텃밭에 심었었다. 처음으로 직접 호미질도 하면서 생명의 씨앗을 가꾸었다. 동안 바람도 불고, 비도 수차례 내렸는지 모종은 벌써 초록의 줄기를 내보이며 하나의 식물의 한 객체로 태어나는 기쁨을 봤다. 쑥쑥 자라나는 고추 잎과 방울토마토 나무에는 꺾이지 않고 흔들림 없이 자라도록 긴 나무 지지대를 받쳐 주었다. 여름을 알리는 6월이 시작되자, 모종은 이미 어른이 되어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서울의 둘째 누나는 “어머니 안 계셔도 농사를 잘 짓네”라며 격려를 해주었다.


봄에 심은 모종의 시작이 계절의 옷을 갈아입었고, 여름날에도 봄의 기운은 여전히 남아 싱그러움을 자극한다. 꼬르륵~소리에 확인한 시간 오후 12시 30분.., 그때서야 배를 채워야 하는 시간임을 알아채고 쌀을 씻어 밥솥에 앉혀놓고, 텃밭으로 나갔다. 어제 장맛비가 요란스레 내렸는지 모든 게 빗줄기에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벌써 고추는 어른 손 크기로 자랐고, 방울토마토는 여기저기 영글어 가고 있었다. 먹을 만큼 고추 5개를 따서 점심을 먹으면서 자꾸 웃음이 나왔다. 몇 개월 전에 직접 심은 모종이 밥상에 한 구성원의 식재료로 올라와 나를 기쁘게 하다니...


봄을 기다린다는 것은 따뜻한 마음으로 온정을 느끼고 싶어서다. 답답한 겨울 외투를 벗어던지고 또 다른 자아를 찾고 싶은 마음에서다.

봄을 기다린다는 것은 추억이 되어버린 내 젊은 날을 기억하고 싶어서다. 내 사라진 젊음의 시간의 시작은 이른 봄날 청운의 꿈을 가슴속에 깊이 새겼기에 더욱 그렇다.

봄을 기다린다는 것은 퇴색된 겨울의 빛바랜 색채들을 거두고, 맑고 푸른 청명한 날 봄꽃의 아름다움을 소중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을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봄이 부여해 준 혜택을 충분히 누리고 있다.

그래서 봄이 좋다.


내년의 봄은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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