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마지막 달 12월이 되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치열했던 1년의 시간들을 회상하며 다가오는 새해의 새 희망을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 오른 달에 새해를 시작해 꽃샘추위를 이겨내고 뫼와 들에 물이 차 올랐다. 차오른 물은 나무 잎에 흠뻑 취해 푸른 달에 이입되어 생명의 소리가 가득 넘치는 아름다운 달을 만들었고, 하늘과 땅 그리고 가슴이 타는 열정의 시간들을 보냈다. 가지마다 튼실하게 열매가 맺었으며 하늘 연 달을 넘어 겨울로 들어서니 마음을 가다듬는 한 해의 끝자락에서 새해의 희망을 본다.
다시 계절은 사계의 끄트머리에서 멀어져 간 날들을 헤아리며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을 감지한다. 유년기에서 청소년기를 거치는 동안 나는 “왜 이렇게 시간이 가지 않을까?” 한탄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중년기에서 장년기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시간의 속도는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지나간 날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현재의 시간 속에서 남아 있는 인생 여정을 어떻게 하면 값지고 올바르게 써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12월은 모든 자연의 생명들이 움츠리고 성장이 멈춘 상태로 따뜻한 봄을 기다리며 혹한의 겨울을 보낸다. 그러나, 나는 거칠고 메마른 땅에 나무를 심으며 새봄에 피어날 희망의 꽃을 보려고 한다. 분명 혹한의 겨울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고사(枯死)하는 나무들도 생겨나겠지만, 그렇다고 희망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