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에게 ‘숲’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저 위로와 치유.. 힐링의 공간으로 여겼다면 큰 오산이다. 겨울 숲은 재도약을 위한 소중한 휴식처다. 한파로 낡은 것을 떨쳐내고 새로운 것을 길러내기 위한 재충전의 힘을 비축하는 곳이다.
깊은 산속에서 노인과 건장한 청년이 도끼질을 하고 있었다. 청년은 노인보다 더 많은 나무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땀도 닦지 않고 열심히 도끼질을 했다. 그러나 노인은 전혀 서두르지 않고 숲이 주는 좋은 기운을 온몸으로 담으며 쉬엄쉬엄 일을 했다. 땀이 흐르면 수건으로 닦고 숨이 차면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무뎌진 도끼 날을 갈았다. 집으로 돌아갈 무렵, 그동안 쌓아 놓은 장작더미를 보던 청년은 깜짝 놀랐다. 자신의 장작이 훨씬 많으리라 생각했는데 노인의 것에 비해 겨우 절반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청년이 물었다.
“제가 더 열심히 일했는데 어떻게 제 장작이 더 적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노인이 대답하기를,
“일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휴식이나 도끼 날을 가는 재충전의 시간이 꼭 필요한 법이라네.”
봄 숲은 모든 자연의 생명의 부활을 예고한다. 척박했던 겨울 숲에서 잠시 죽어지내던 청순의 녹색 잎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아침에는 새들의 희망 노래를 들을 수 있고, 저녁에는 소망을 꿈꾸며 짧은 봄날의 시간을 아쉬워한다.
여름 숲은 어떤 모습일까? 무더운 여름날 나무 그늘에 앉아만 있어도 시원한 바람이 코끝을 자극한다. 숲 속의 다양한 풀잎들은 더욱더 짙어가고 꽃들의 개화로 향기로운 여름날을 만난다.
가을 숲으로 가보자. 형형색색 알록달록 물들어가는 단풍의 아름다움과 농익은 낙엽송의 애처로움을 느낄수가 있다.
가을 찬바람에 낙엽은 자목(自木)에 이웃 나무에 철저하게 거름을 자초하고 대지의 습기를 거침없이 앗아가기라도 하는 날이면 겨울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감지한다.
시련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고 성공한 사람들은 반드시 좌절과 실패를 경험한다. 겨울의 앙상한 나무도 일정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원색의 화려함으로 변한다. 잠시만 쉬면 인생에서 낙오되는 것처럼 걱정들을 하지만 불명예 퇴진이나 강등도 더 큰 도약을 위한 재충전의 휴식 과정에 불과하다.
숲이 내게 주문한 것은 “무엇을 잡을 것인가?”보다는 “무엇을 놓을 것인가?”를 숙고하라고 한다. 그리고 쉼(休)을 통해 지난날을 돌이켜보고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