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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봄날에

by 캘리그래피 석산

벌써 섬 생활 1년 9개월이 지나고 있다. 2019년의 봄은 이미 왔지만 따뜻한 날씨를 기대하기 힘들 정도로 추운 날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산과 들, 바다에는 계절의 변화에 이미 봄단장을 마치고 봄날의 향연을 펼치고 있었다.

이 봄날에_ 캘리그래피 석산 作

가장 먼저 피었던 벚꽃은 하나 둘 봄눈으로 다시 내리기 시작했고, 그 위로 이름 모를 들꽃들이 예고한 듯 피어오른다. 그러다가 노란 유채꽃들이 들판을 노랗게 물들이고, 마지막으로 봄을 암시하는 선홍 빛 철쭉이 봄을 가로질러 초여름까지 봄꽃의 대미(大尾)를 장식한다.


“봄날은 짧아도 꽃들은 핀다”


봄은 격렬한 전투가 아니라 조용히 자신을 짧은 기간에 드러내고 말없이 추억으로 남기를 원한다. 찬란한 벚꽃을 구경하러 떠났던 경화역 벚꽃 길에서, 샛노란 유채의 프레쉬한 향기를 만끽하며 유채꽃밭을 걸어갔던 제주 표선 가시리 길에서의 추억까지.. 그래서 봄은 한 편의 교향악이 되기도 하고, 시(詩)이기도 하며,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 원색의 극상(極相) 음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사람은 눈물로, 꽃은 향기로 사랑을 부른다고 한다.


봄날이 전해주는 추억은 이토록 진한 사랑의 향기로 마음 깊은 곳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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