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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시절인연

by 캘리그래피 석산

오늘도 내가 사는 섬마을에서 도보로 20여분, 자동차로 5분여 거리에 있는 나만의 힐링 숲을 찾아간다. 지난해 겨울부터 하나 둘 정성을 다하여 조성해 놓은 힐링의 숲은 매 마른나무에 초록의 잎들이 돋아나고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계절의 순환과정을 통해 나무에 잎이 나고 꽃들이 피어나는 것 같지만, 그 과정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봄이라고 해서 꽃들은 피지 않는다”


지난가을부터 마른나무 잎이 떨어지면서 살점이 떨어지는 아픔을 겪으며, 겨울 눈보라와 비바람을 몸서리치게 맞으며 꿋꿋하게 견뎌낸 나무만이 자양분을 가득 품고 초록의 잎으로 각양각색의 꽃으로 피어난다.

꽃을 피우겠다는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없이는 결코 꽃은 피어나지 않는다.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다 그럴 진데 사람 역시 계획과 준비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

시절인연2.jpg 시절인연_ 캘리그래피 석산作

사계절의 변화 속에서 꽃이 피고 지는 위치를 그저 자연현상이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시절인연의 법칙에 따라 늘 준비가 되어 있는 나무만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가 있다.


사람 사는 환경에서도 시절 인연의 법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과 철저한 준비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과의 차이는 하늘과 땅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목적 없는 좌표는 이정표 없는 떠나가는 배에 불과하다. 살아 숨 쉬는 동안은 그것이 비록, 허상을 쫓는 신기루에 가깝다고 해도 무엇인가를 찾아 헤매 보아야 하는 것이다.


깨어 있어야 때를 만날 수가 있고,

때를 만나기 위해서 몸부림을 쳐야 한다.


하루, 한 달, 일 년, 평생을 적당하게 살다가는 삶은 무엇이 남을 까요? 내가 꿈꾸고 하고 싶은 일에 처절하게 부딪쳐 깨지고 박살 날지언정 도전해보는 것이 후회로 남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나요? 그 시작은 빈틈없고 철저한 준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겠지요.


준비의 시간 속에서 시절인연을 만난다면 세상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보물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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