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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Jan 06. 2020

#19 내 힘들다

광주광역시로 올라온 지 두 달이 채 안된 시점의 어느 가을날 저녁에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기거하는 주변에 해장국집을 찾았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마주 앉아 따뜻한 해장국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혼자 먹는 저녁밥이 왜 그리도 초라하고 슬퍼 보였는지.. 그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에 그날을 생각해 보니 짠한 생각이 들었다.     


해장국 주문 후, 주방 쪽 광목천 커튼 형식의 문에 쓰여진 글귀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내 힘들다”


그리고, 밑에는 작은 글씨로 ‘내 힘들다’를 거꾸로 읽어보세요?

    

“다들 힘내”였다.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계속 그 글씨를 쳐다봤다. 그리고, 내 글씨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이 시기에 ‘다들 힘내’라는 메시지가 그 음식점에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얼마나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낼지는 알 수가 없지만, 분명한 것은 글씨 쓰는 나에게는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메시지임에 틀림없었다.     

‘내 힘들다’ 캘리그래피 디자인

해장국을 먹고 난 후, 서실로 들어와 붓을 들었다. 500만이 넘는 대한민국의 자영업자를 생각하며, 힘들어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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