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기다림은 희망이다

by 캘리그래피 석산

실직한 사람의 형이 매일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언제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려고 하니? 다른 일을 찾아보자.” 귀찮을 정도로 하루에도 여러 통의 전화가 온다. 물론,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신경을 써준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도가 지나치면 불편함과 짜증으로 변질되고 급기야! 상대에 대한 불신(不信)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람 개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특기가 있고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 상황과 여건을 만들어 가기 위해 잠시 시간을 가지고 기다린다는 것은 간절함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요즘에 밥 못 먹고사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삼시 세 끼를 걱정하기 위해 그 사람의 고유 전공을 하루아침에 버리고 아무 일이나 한다. 일이 자기의 옷걸이에 맞지 않으면 아무리 비싼 옷일지라도 내동댕이칠 것을 감수해야 한다. 기다림은 철저히 준비하는 시간이다.


하물며 꽃들도 기다림의 시간을 갖는다. 향기와 꿀로 벌과 나비를 유혹하기 위한 시간이다. 수정할 때까지 꽃잎은 버림받지 않기 위해 싱싱함을 유지하려고 애를 쓴다. 화병의 꽃이 쉬 시들지 않는 것은 벌과 나비를 기다리는 애절함이 있기 때문이다.


기다림은 언제나 길다. 또한 아리고 눈물겨운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다림은 멈춤의 시간이 아니고 준비의 시간이다. 기다림 속에서 건강하게 자생할 수 있는 힘이 만들어진다. 기다림이 있기에 씨앗은 흙을 뚫고 나올 수 있다. 어려운 난관에 부딪히면 함부로 나아가지 말고 천천히 기다리며 새로운 동력을 쌓아야 한다.


영과후진(盈科後進)이라고 했다. ‘물은 구덩이를 만나면 그 구덩이를 채운 후에야 흘러간다. 학문을 할 때는 헛된 명성을 추구하지 않고 차근차근 기초를 견실하게 닦아야 한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물은 흐르다가 웅덩이를 만나면 반드시 가득 채우고 다시 흐른다. 빠르게만 간다고 좋은 것은 결코 아니다. 기다림은 나를 다시 돌아보는 기회의 장이다. 기다리는 순간은 늘 아름다운 설렘이 있다. 기다릴 것도 기다려 주는 것도 없다면 삶은 얼마나 슬프고 불행하겠는가. 그래서 기다림은 언제나 희망을 불러일으킨다.

희망이 있는 생명체는 그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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