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소설 ‘상록수’를 읽으면서 소설가가 되겠다는 명랑한 꿈을 꾸기보다는 소설 속에 나오는 주인공과 같은 농촌운동가가 되겠다는 지순한 꿈을 품었으나, 20여 년 푸른 제복에 젊음을 보냈고 지금은 과학기술 정통부에서 근무를 하며 자연과 가까운 에세이며 시, 소설을 쓰는 김창환 작가를 만났다.
인생과 여행은 다른 듯 닮은 게 있다. 늘 무언가 주머니에 챙겨지기를 바라지만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 해도 그 안에서 또 다른 기쁨을 찾아내고 깨달음을 얻기도 하기 때문이다. 비로소 길을 나서야 무엇인가를 챙겨 오기도 집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허물이 드러나고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처지, 입장의 현실을 벗어던지고 이른 새벽의 산책길이든 익숙하지 않은 낯선 길을 나서야 한다.
김 작가는 본인의 삶에서 거둔 마음의 이정표는 “길을 나서라” 라고 했다.
추억은 아름다운 것인가? 결코 그런 건 아니었다. 문득 색 바랜 앨범을 넘겨보듯 가끔 돌아다보고 싶은 삶의 궤적일 뿐. 그 섬에 머무르는 동안 가시울타리에 갇힌 짐승처럼 허둥대거나 버둥거렸을 것이다. 시간과 공간은 서로 분리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에 의해 얽어맸고 스스로가 한계를 정하는 공간 속에서 시간은 먼지처럼 부유했다.
바다와 너른 백사장이 내려다보이던 중대본부, 그 시간 속의 공간은 허물어지고 칡넝쿨이 그 잔해마저 덮고 있었다. 주어지는 시간은 넉넉했으나 인식되는 공간 속에서 허둥거리고 버둥거렸던 숱한 날들.., 아쉬움처럼 시간의 파편이라도 주어볼 것이라며 두리번거렸지만 칡넝쿨만이 발목을 걸고 있었다. 백사장을 지나 석양이 선명한데 곧 사라질 빛처럼 너와 나의 삶도 다르지 않음을 생각했다.
지금까지 언젠가 섬에 다녀왔던 길에 적어두었다는 김 작가의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