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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Jul 30. 2023

제12편_ 낙도 새섬

전남 진도의 한 외딴섬!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형국이 새떼 같아 새섬이라

불리는

어머님품처럼 따뜻한 섬 조도...,

그 섬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오늘도 파도처럼 밀려온다.

(새섬_ 석산 진성영 詩 중에서)



진도 팽목항에서 뱃길로 40여 분.. 그곳에 그립고 그리운 섬하나가 있다. 나고 자라 학창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부모의 자양분을 받아 성장한 청년은 그 섬을 떠나 객지 타향살이 20여 년을 방황하다 다시 지천명의 나이에 안착을 했다. 이젠 모든 것이 세월의 흔적 앞에 추억이라는 명분으로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은 부모의 마지막 유산인 집 한 채와 평생을 일궈 7남매를 건사한 밭대기가 전부다.


부모가 안 계신 낙도 새섬에서의 5년은 늘 그리움의 날들이었다.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부모 생전의 빛바랜 흑백 사진은 그대로 마음속에 남아 아직도 그날의 전초를 밟고 있구나.


바다에서 건져 올린 폐목은 수십일을 건조해도 마르지가 않았다. 물 먹은 나무에는 개미들의 집성촌이었다. 살기 좋은 개미집을 헐고 푸석 푸석한 나무에 글자를 새겼다.

서각 칼이 아닌 전각 칼로 도려내는 나무는 몹시도 아파하는 느낌을 받았다. 물 먹은 나무 결은 글자 원형을 유지하기에 몹시 힘겨웠다. 이미 시작된 작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조그맣게 구멍이 보이는 것이 개미들이 서식을 하고 있었고 글자가 완성된 후에도 그곳에 개미들이 여전히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낙도 새섬.. 부모가 떠난 그곳은 더 이상 내게 큰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단지 뿌리가 그곳에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내게 위로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곳이기에 인연을 끊을 수가 없다. 올여름휴가는 잠시 낙도 새섬에 머물며 지나 온 흔적들을 더듬어 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서각 비하인드>>

1. 위 '낙도 새섬'에 새긴 작품의 폐목은 겉은 멀쩡해 보였으나 속은 미생물(개미 외)의 습격으로 인해 썩어가는 나무였다. 수 삼일 정도 자연광에 건조 후 작업에 들어갈 때도 속은 푸석푸석한 상태로 작업하기가 용이하지 않았다. 나무를 더 견고하고 단단하게 하기 위해 목재용 본드로 2회 이상 발랐고, 미생물 접근을 차단한 후 작업에 들어갔다.


2. 폐목 작업을 진행하면서 나무 상태에 따라 실내 ㆍ외 거치를 생각하면서 작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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