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가 부른 불면증이 우울증으로 이어져 자살률을 높인다!!??
2023년 12월 5일 포털 다음 카페에서 검색 상위에 오른 콘텐츠는 <[스크랩][흥미돋]전세계 자살률 1위 지역> 이었습니다. 이 콘텐츠는 전 세계 자살률 1위 지역을 그린란드라고 언급합니다. 팩트체크 해 보겠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그린란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구 1000명 당 1명 꼴로 자살을 하고, 전체 인구 중 1/4이 살아가면서 최소 1번 이상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힙니다.
이어 “놀랍게도 일반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린란드의 자살률은 몇 날 며칠 동안 밤이 지속되는 겨울철이 아니라 오히려 백야 현상이 일어나는 여름, 정확히 6월에 최고점을 찍는다”라고 설명합니다.
이유에 대해선 “대부분 가난과 우울증, 그리고 알코올중독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라고 하면서 “도대체 왜 백야인 6월에 이렇게 많은 이들이 자살을 할까”라고 묻습니다. 이어 “일각에서는 백야현상으로 인한 불면증이 우울증의 원인이 되어 자살을 유발한다고도 한다”라고 원인을 제시합니다. <그린란드 1990- 1994 10만 명당 매년 107명 자살, 2015년 기준 10만 명당 83명 자살> 한국 <10만 명당 26.5명>이라는 수치도 제시하죠.
먼저 그린란드의 자살률부터 파악해 보겠습니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그린란드의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10만 명당 53.3명입니다. 원자료는 보건지표평가연구소(IHME: THE INSTITUTE FOR HEALTH METRICS AND EVALUATION)에서 가져왔습니다. 세계 최악입니다. 그 뒤를 레소토(42.2), 가이아나(32.6), 키리바시(26.6), 우크라이나(26.3), 솔로몬제도(24.6), 에스와티니(24.5), 수리남(24.1), 리투아니아(23.9), 짐바브웨(23.4), 미크로네시아(23.1), 러시아(22.8), 카자흐스탄(22.7), 나우루(22.6), 마샬제도(21.7) 등이 따르고 있습니다. 한국은 10만 명 당 19.5명으로 바로 이 뒤에 있습니다. 그린란드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인 것은 사실입니다.
‘전체인구 중 1/4이 최소 1번 이상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주장을 알아보죠. 2018년 수행된 그린란드의 인구조사에 따르면 15~24세 여성의 13%가 지난 1년 동안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 연령대 남성의 응답률은 5.3%였습니다.
그린란드의 법의학정신과 환자를 대상으로 한 2022년 연구에선 36%가 평생 한 번 이상 자살 시도를 해봤다고 응답했습니다. 법의학정신과 환자란 범죄에 연루된 정신과 환자들을 의미합니다.
‘전체인구 중 1/4이 최소 1번 이상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데이터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 시도율이 2%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그린란드 사람들은 굉장히 높은 비율로 자살 시도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콘텐츠는 “백야현상으로 인한 불면증이 우울증의 원인이 되어 자살을 유발한다”라고 설명합니다. 따져보겠습니다. 그린란드의 높은 자살률을 분석한 여러 가지 연구들이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덴마크의 식민지배 과정에서 진행된 주거 이전과 생활양식 파괴 등 급격한 환경 변화 및 전통과의 단절 등에서 원인을 찾는 연구가 많습니다. 덴마크 국립공중보건연구소는 <그린란드 이누이트 자살의 시간적 추세와 지리적 패턴>이라는 논문을 통해 “50년 동안 그린란드의 자살률은 식민지 시대 이후 급격한 사회 변화를 반영하여 급격히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역 사회에 대해 강하게 초점을 맞추고 세대 간 유대와 문화적 연결성을 높이는 보호 요소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라고 예방책을 제시했습니다.
백야현상이 일어나는 다른 북유럽 국가들에서 진행된 연구는 일조시간이 1시간 길어질 때 자살률은 0.75% 증가했다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노르웨이 공중보건연구소 연구진은 <일광이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통해 “일광의 변화는 자살률의 계절적 최고치를 설명하지 않는다”라고 결론지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자살률 1위라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린란드가 세계 최악의 자살률을 나타내고 있었네요. 그럼 대한민국 자살률 세계 1위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말일까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위라는 이야깁니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자살률 10만 명당 24.1명을 기록했습니다. 현재 OECD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자살률이 높은 나라는 없습니다. 2018년 리투아니아가 OECD에 가입하면서 2016년과 2017년 자살률이 우리나라보다 높았던 적이 있기는 합니다. 리투아니아는 1996년 10만 명 당 52명을 기록할 정도라 자살률이 높았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져 2021년에는 18.5명까지 낮아졌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자살률은 25.2명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자살률은 그린란드보다 낮습니다. 그러나 그린란드는 전체 인구가 5만 6000명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자살률에서 굉장히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지만 연간 자살 사망자 수로 환산해 보면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린란드는 2019년 34명이 자살로 사망했습니다. 한국은 같은 해 1만 457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하루 평균 39.9명이 자살한 거죠. 모든 생명은 귀중합니다. 그린란드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큰 문제입니다. 인구가 많지 않은 곳에서 높은 비율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많다는 건 슬퍼해야 하고,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암담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가뜩이나 초고령화와 초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마당에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고민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기 힘든 것과 살기 힘든 것은 결국에 같은 뿌리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압도적으로 노인 인구의 자살률이 높습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70세 이상 자살률은 10만 명당 73.7명으로 세계 3위입니다. 세계 10위 나라들을 살펴보면 레소토, 짐바브웨, 모잠비크, 그린란드, 차드,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부르키나파소, 중앙아프리카공화국입니다. 씁쓸한 우리의 현주소를 보고 있습니다.
대한신경과학회는 2021년 6월 <우울증, 자살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학회는 자살에 관해 잘못 알려진 정보를 바로잡았습니다.
1. 자살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실제로 자살하지 않는다.
→ 아니다.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은 그전에 대개 자살에 대한 경고나 사인을 보인다. 죽음에 대한 어떤 말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2. 자살하려는 사람은 미친 거다.
→ 아니다. 대부분 정상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화가 나고, 슬픔에 잠기고, 우울하고, 절망하거나 극심한 스트레스와 감정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3. 자살하겠다고 마음먹으면 그 어떤 것도 자살을 막을 수 없다.
→ 아니다. 매우 심한 우울증 환자도 마지막 순간까지 죽을지 살지 고민한다. 대부분은 죽기를 원하지 않는다.
4. 자살하는 사람들은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 아니다. 자살하는 사람들의 2/3가 죽기 전에 여러 가지 신체, 정신 증상으로 병원, 의원을 방문한다. 따라서, 의사가 모든 환자들에게 자살 생각에 대해 물어보기만 해도 살릴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이것을 못하고 있다.
5. 자살에 대하여 물어보면 자살을 생각하게 할 수 있다.
→ 아니다. 자살 질문이 다른 사람에게 자살 생각을 하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살하려는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대한신경과학회 보도자료, 2021. 6. 29)
주변에 자살을 고민하는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 세 가지를 기억하면 됩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불쑥 ‘이 사람 자살하려는 것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여졌다면 물어보기, 들어주기, 연결하기를 기억하자"라고 강조합니다. 다음 카드뉴스를 보시면 이해가 쏙쏙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