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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김치에 관한 여러 가지를 확인하다

by 선정수

1. 오늘은 김치에 관한 팩트체크입니다. 김치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이 많습니까?


- 네 그렇습니다. 잘못 알려진 사실도 많고요. 오 이게 사실이었어? 하는 내용도 많습니다. 오늘은 여러 가지김치에 관해 알려진 사실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2. 첫 번째 확인해 볼 내용은 김치가 나트륨 초과 섭취의 주범이다. 이런 말인데요. 김치는 짜고 맵잖아요. 또 거의 매끼 먹는 음식이구요. 맞는 말인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1일 나트륨 권장량은 성인기준 2,000mg(소금 5g) 인데요. 우리나라 성인 기준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3389mg입니다. 권장량을 초과하죠. 그래서 우리나라 보건 당국은 나트륨 섭취량 줄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책 연구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김치로 인해 섭취하는 나트륨 양은 408mg으로 나타납니다.

우리가 자주 먹는 음식의 나트륨양 (100g 기준, mg)을 살펴보면요. 김치는 593, 단무지 637, 멸치조림, 1,418, 콩나물무침 620, 진미채 874, 고사리나물 471 등으로 나타납니다.

나트륨 양도 중요하지만 칼륨이 나트륨을 배출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식품에 함유된 나트륨과 칼륨의 비율이 중요한데요. 이 비율이 1:1에 가까울수록 고혈압 예방과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 비율은 김치가 1:1.7, 단무지 15.2, 멸치조림 4.0, 콩나물무침 6.7, 진미채 3.6, 고사리나물 10.6 이렇습니다. 김치에 칼륨이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나트륨과 칼륨의 비율이 굉장히 이상적으로 나타나죠.

세계김치연구소가 동물실험을 했는데요. 소금을 첨가한 사료와 김치를 첨가한 사료를 먹인 그룹으로 나눠 관찰을 했더니 김치를 첨가한 사료를 섭취한 그룹의 혈압 상승이 12%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치는 혈압을 낮출 뿐만 아니라, 장내 미생물 군총(마이크로바이옴)을 변화시켜 비만을 억제한다고 합니다.


3. 김치가 비만을 억제한다... 연구 결과도 나와있나요?


-중앙대학교와 세계김치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가 있습니다. 모두 5만 8,29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김치 섭취와 체중 감소와의 상관성을 분석했습니다. 김치를 매일 2~3회(50g/회)씩 섭취하면 1회 미만 섭취군에 비해 비만지표인 체질량지수 감소량이 약 15%로 나타나 결과적으로 비만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비만 남성(25≤BMI <30 kg/m2)의 경우, 정상체중(BMI <25 kg/m2)으로 돌아가는 체중개선 효과에도 김치가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푸드 앤 펑션’에 게재됐습니다.

또 연구팀은 40~69세의 11만 5,726명 참가자를 선정해 김치 섭취와 비만 간의 관련성을 분석하기 위한 단면연구를 진행했는데요. 남성의 경우 하루 1~3회의 김치 섭취가 비만 발병률을 약 12%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가장 많이 섭취한 ‘배추김치’의 경우 남성에서 비만 및 복부 비만 발병률이 각각 10% 낮았고, ‘깍두기’를 섭취한 남성(3.5회/주)과 여성(1.5회/주) 모두에서 복부 비만 발병률이 비섭취자 대비 남성은 8%, 여성은 11% 정도 낮았습니다. 이 연구는 영국의학협회 국제 의학저널인 BMJ open에 게재됐습니다.


4. 그럼 김치는 먹으면 먹을수록 살이 빠지는 겁니까? 나트륨 걱정하지 않아도 되구요?


- 그런 건 아닙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모든 결과에서 'J자형' 연관성을 보인 만큼 과도한 섭취는 비만 유병률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김치는 나트륨 섭취의 주요 공급원 중 하나이므로 다른 성분의 건강상의 이점을 위해서는 적당한 양의 김치를 권장해야 합니다. 또한 김치 섭취와 비만과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사와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다.” 이렇게 말합니다. 적당량 먹으면 비만율이 낮아지다가 섭취량이 계속 늘어나면 비만율이 높아진다는 것이죠. 알파벳 J 모양처럼 줄어들었다가 다시 늘어나는 거죠.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 김치의 1회 섭취 참고량은 배추김치 기준 40g입니다.



5. 얼마 전에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이 발암물질로 분류되면서 논란을 일으켰어요. 그런데 일각에선 김치도 발암물질로 분류됐단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는데요?


- 지난해 7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Group 2B)로 분류했습니다. 이 Group 2B에는 절임채소(Pickled vegetables)도 포함돼 있는데요. 일부 언론에서는 절임채소에 김치가 포함되어 있어서 김치까지 모두 위험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세계김치연구소는 한국 김치와 관련된 발암 연구결과는 없다고 강조합니다.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절임채소를 Group 2B로 분류한 설명문에 인용된 발암의 근거는 일본, 중국, 하와이의 절임채소 연구라고 합니다. 오히려 김치는 세계김치연구소가 김치 유산균의 항암 효능을,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한 바 있으며 이외에도 여러 연구팀의 논문을 통해 대장암, 위암, 간암, 췌장암 등에 대한 김치의 항암 효능은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고 합니다. 세계김치연구소는 보다 체계적으로 김치의 항암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정리해 앞으로 김치가 Group 2B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세계보건기구(WHO)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6. 중국에서는 김치의 원조가 중국이라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이건 어떻습니까?


- 이미 여러 차례 팩트체크가 됐는데요. 나와있는 결과를 요약해서 말씀해 드리면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연합뉴스의 팩트체크를 살펴보면요. '김치의 기원과 제조변천과정에 대한 종합적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한 박채린 세계김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이란 분이 있는데요. 김치 역사 연구의 권위자입니다. 박 연구원은 "채소를 오래 저장하기 위해 소금이나 술, 식초 같은 담금원에 두는 것은 인류 보편적인 문화"라며 "특히 절임 채소는 위도가 북위 35도~45도에 위치한 농경 문화권 지역에서 공통으로 나타난다"라고 말했습니다. 절임 채소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각 나라와 지역별로 사용된 기술과 방식이 다르고, 이에 따라 고유한 음식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두 문화권의 침채(沈菜·절임채소)류 계통이 이미 삼국시대 이전부터 분화됐으며, 한반도는 독자적으로 발효기술을 정착시켜 왔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의 채소절임은 오랜 기간 저장할 채소를 말리거나 익힌 뒤 살균력이 강한 술이나 식초 같은데 담가두는 '초산저장(醋蒜貯藏)' 방식의 비중이 높고, 소금절임을 하더라도 강한 신맛을 갖는 게 특징이라고 합니다.

반면, 한반도의 채소절임, 즉 김치는 채소를 장기간 저장하면서 발효까지 시키는 '젖산발효' 음식입니다. 익히지 않은 생채소를 장과 소금에 절이거나 생채소 자체를 활용하며, 고유의 저장용기인 옹기(甕器)에 넣어 발효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부패를 막기 위해 공기가 통하지 않는 용기에 밀봉해 보관하는 중국 파오차이와 다릅니다. 오히려 중국의 파오차이는 김치보다는 서양의 피클이나 독일의 사우어크라우트, 일본의 쓰케모노(漬物)와 더 비슷하다고 합니다.


7. 중국김치가 세계 표준이 됐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이건 어떤가요?


- 2020년 이야기인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실이 아닙니다. 중국 환구시보는 중국의 쓰촨(四川) 성 메이산(眉山) 시 시장감독관리국을 주도로 중국이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틀 속에서 김치산업의 6개 식품 표준을 제정했다고 보도했는데요. ISO는 각종 분야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국제적 교류를 용이하게 하고 상호 협력을 증진하는 걸 목적으로 하는 기구입니다. 환구시보는 ‘중국 주도로 김치산업 국제표준 제정, 한국 언론 폭발: 김치 종주국 굴욕’이라는 제목으로 SNS에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건 중국이 파오차이라고 부르는 절임채소의 식품 표준을 제정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김치와는 상관이 없는데 중국 내 누군가가 억지로 김치와 엮어 SNS에 게시했고, 이걸 환구시보가 자신의 SNS 계정으로 퍼 나르는 과정에서 오해를 사게 된 것이죠.

한국의 김치는 이미 2001년 국제연합(UN)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국제표준으로 정해졌습니다. 당시 ISO에 등록된 문서를 살펴보면 파오 차이(Pao cai)로 명시하면서 해당 식품규격이 김치(Kimchi)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8. 식생활 변화로 1인당 쌀 소비량이 줄어든다고 하잖아요. 그럼 김치 소비량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요?


-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08년 우리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김치 섭취량은 114.41g이었습니다. 2020년엔 88.33g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연간으로 따지면 41.7kg이었던 김치 섭취량이 32.2kg으로 줄어들었죠. 12년 사이에 4분의 1 정도 소비량이 줄어든 셈입니다. 배추김치만 따져보면 2008년 79.43g에서 2020년 57.06g으로 줄었습니다. 30% 가까이 줄어든 겁니다.

코로나를 거치며 김치의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조명을 많이 받았는데요. 정작 국내에선 소비량이 줄어드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국내외적으로 김치가 더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겠네요. 요즘에 월동 배추가 가격도 좋고 튼실하거든요. 배추 한 두 포기 사다가 시원하게 백김치 담가 드시는 게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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