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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수 Apr 22. 2024

밥이 원래 이런 거였어?

[생태유학]⑱인제 하추리 가마솥밥 체험+기적의도서관

지난 주말에는 생태유학 프로그램 운영주체인 인제로컬투어사업단이 주관한 하추리 가마솥 체험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하추리는 인제군 인제읍의 한 마을인데요. 여러 가지 훌륭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주민들도 열심히 마을 사업에 참여하고 계신 것 같았고요. 덕분에 매년 수많은 상을 타고 있기도 합니다. 예로부터 화전민들이 터를 잡고 살았기 때문에 논농사 말고 밭농사가 강세였다고 합니다. 덕분에 지금도 이 마을에선 잡곡이 많이 난다고 합니다. 매년 10월에는 하추리 도리깨 축제가 열린다고도 하고요. 단합이 잘 이뤄지는 마을, 굉장히 부럽습니다.

강원도 인제군 하추리 가마솥 밥 짓기 체험장입니다.

설피마을 생태유학 어린이들은 하추리 아궁이 가마솥밥 짓기 체험에 참여했습니다. '산신령' 마을 체험팀장님이 마을의 역사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고, 가마솥밥 짓는 요령을 알려주십니다. 생태유학 식구들은 엄청나게 큰 가마솥을 상상하고 있었는데요. 도착해서 마주친 건 '귀여운' 작은 아궁이에 얹힌 작은 가마솥입니다. 일단 재미있게 설명을 들은 뒤에 미리 씻어서 불려놓은 쌀을 받아다가 물과 1대 1로 가마솥에 담습니다. 성냥 1개비로도 불을 잘 붙일 수 있습니다. 관솔(송진을 머금은 장작)을 이용하면 되는데요. 작게 잘라놓은 관솔 여러 가치의 가는 부분을 모아 땅으로 향하게 한 뒤 성냥으로 불을 붙입니다. 송진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작은 나뭇가지 전체로 불이 붙습니다. 그다음 미리 아궁이에 준비된 검불 위에 불붙은 관솔을 올립니다. 검불에 불이 옮겨 붙으면 굵은 장작 개비를 2개 가져다가 불 양쪽에 기초를 쌓듯이 고여놓습니다. 

생태유학 식구들이 가마솥에 쌀을 넣고 있습니다. 


그다음은 장작을 얼기설기 X자로 13개 정도 쌓습니다. 얼기설기 쌓아야 공기가 통하면서 불이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오릅니다. 불이 붙는 동안 '산신령' 체험팀장님이 이런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시네요. 주로 하추리의 역사와 자랑거리에 대해 말씀하시는데요. 주변에 곰배령, 원대리 자작나무숲, 인제읍도 가깝고 볼거리 즐길거리가 참 많은 곳이라고 하십니다. 


아궁이에 넣은 장작이 활활 타오를 기세입니다. 동그란 나뭇가지는 자작나무인데요. 탈 때 자작자작, 자글자글 하는 소리가 나서 자작나무로 이름이 붙었다고 하네요.

집집마다 어린이들이 불을 피우고 장작을 넣고 하느라 바쁩니다. 불장난은 재미있는 것이니까요. 아궁이 속에 장작이 활활 타오르면서 밥물이 끓고 모락모락 하얗게 김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은 참 풍요롭습니다. 그 구수한 냄새는 또 어쩌고요. 물이 끓어오르고 쌀이 잘 익어서 밥이 되고 뜸이 들고 할 동안 별도로 화력 조절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하추리 '산신령'님들이 밥이 끓고 뜸이 들고 감자를 구울 때까지 화력이 알맞게 조절되도록 장작의 개수, 굵기, 길이 등을 다 조절해 놓으셨으니까요. 


밥이 되는 동안 아이들은 하추리의 인기스타 '흰콩이'를 따라 우르르 몰려다닙니다. 흰콩이는 하얀 고양이인데요. 개냥이입니다. 사람을 엄청 잘 따르고 좋아합니다. 특히나 아이들 소리가 나면 바로 존재를 과시하며 만져달라고 한답니다. 동물을 좋아하는 생태유학 어린이들은 강아지풀을 뽑아 흰콩이와 사냥놀이를 해줍니다. 


하추리 가마솥 밥 짓기 체험의 하이라이트. 역시 밥은 먹어야 제맛이죠.

밥이 다 됐습니다. 구수한 냄새를 더 이상 참을 수 없군요. 하추리에서 미리 준비해 주신 맛난 반찬들과 함께 밥을 먹습니다. 제육볶음, 된장국, 강된장, 산나물, 계란프라이 반찬에 갓 지어낸 가마솥밥을 먹습니다. 이 세상 맛은 아닙니다. 특히 강된장이 너무너무 맛이 있었습니다. 평소 된장을 좋아하지 않는 딸아이에게 강된장에 들어있는 메주콩 하나 빼서 먹어보라 했더니 극구 거부하다가 하나를 먹고 나서 눈이 동그래집니다. 어릴 적 집에서 메주를 빚을 때 메주콩 빼먹다가 혼나던 생각이 납니다. 참 고소한 추억입니다. 생태유학 어린이들에게도 가마솥 밥 짓기 체험이 구수한 추억이 돼 오래도록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하추리 산촌마을 체험에 관한 내용은 여기를 눌러 홈페이지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인제 스피디움으로 레이싱카 체험을 하러 떠났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 딸내미는 일주일 만에 자동차를 타서 그런지 멀미할 것 같다면서 레이싱카 체험을 고사하네요. 그래서 우리 식구는 인제 기적의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뉴스에서도 많이 보고 인제를 아시는 분들은 기적의 도서관을 먼저 말할 정도로 인제의 자랑거리가 된 곳이기도 하죠. 드디어 우리도 갑니다.

인제 기적의도서관은 개방감이 참 좋습니다. 어린이 자료실도 너무너무 훌륭합니다.


들어서는 순간 유리 지붕에서 쏟아지는 빛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다른 도서관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압도적 개방감이 인제 기적의 도서관을 돋보이게 하는 매력 중 하나입니다. 별도의 서가가 있기는 하지만 1층 벽면을 가득 채운 책꽂이와 미디어월, 그리고 그 앞에 가벼운 마음으로 앉아서 책을 꺼내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배치가 참 편안하고 좋습니다. 시험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책에 고개를 파묻고 있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인제의 작가, 인제군과 관련된 내용을 다룬 책들을 따로 모아 둔 코너도 있어 매우 흥미가 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책이 보존 상태가 좋고 시리즈물의 1권이 대부분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그만큼 이용자들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일 것도 같지만요. 여하튼 쾌적하고 밝고 진지한 향학열이 불타오르는 인제의 자랑거리라고 해도 부족함 없는 훌륭한 도서관입니다. 우리 집 어린이는 '쿠키런' 학습만화를 뽑아 들고 세계여행을 떠났습니다. 


못다 본 책과 함께 몇 권 더 대출을 해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인제읍내에서 설피마을은 자동차로 1시간 조금 넘는 거리입니다. 56km 정도 떨어져 있는데요. 인제가 넓기도 하지만 인제읍내는 인제군의 서쪽 거의 끝에 자리 잡았고, 설피마을은 양양과 붙은 동쪽 끝이라 거리가 멀죠. 게다가 산과 계곡 때문에 길이 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에 속도를 낼 수가 없기도 하고요. 구불구불 먼 길 가는 도중에 딸아이는 빌려온 책을 열심히 보다가 멀미가 났나 봅니다. 아름다운 내린천을 제대로 구경하지도 못하고 골골대다가 결국 중간에 차를 세우고 아까 먹은 걸 확인하고야 말았답니다. ㅜㅠ


죽을 것 같다느니, 이게 마지막일 것 같다느니 온갖 엄살을 부리던 딸아이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장화를 신고 우산을 받쳐 들고는 물웅덩이 첨벙거리기 놀이를 시작합니다. 한참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아 쓰러졌나 밖에 나가봤더니 흰 옷이 갈색 점박이 옷이 될 때까지 물 튀기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속은 괜찮냐고 물었더니 오케이 사인과 함께 '말짱~'이라고 하네요. 비구름이 곰배령을 넘어가면서 안개가 돼 깔렸지만 해맑은 아이의 미소는 안갯속에서도 반짝 빛이 났습니다. 

아궁이 숯더미 위에 감자도 올려서 맛있게 구워 먹었습니다. 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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