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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수 Apr 28. 2024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영재들이 자란다

생태유학⑳ 인제야생동물생태학교

오늘도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설피마을에서 쑥쑥 자라고 있는 생태유학 어린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야생동물입니다. 등하굣길에 만나는 새와 벌레들, 가끔씩 보이는 네발짐승에 대한 이야기가 쌓이죠. 아이들끼리 탐조대를 조직해 탐조활동을 떠나기도 합니다. ([생태유학]⑭어린이 탐조단 출동 편을 통해 소개해 드렸죠) 이 어린이들에게 정말 귀한 기회가 생겼습니다. 바로 인제야생동물생태학교입니다.


전 세계를 통틀어 한반도 야생동물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최고 권위자인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님을 모시고 야생동물에 관심이 있는 어린이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강원도 인제군과 그 주변의 야생동물을 직접 탐방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 기회입니다. 인제 유엔지속가능발전교육센터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입니다. RCE는 Regional Centre of Expertise on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를 줄인 말인데요. <유엔(UN)이 추구하는 지속가능발전의 구현에 필요한 지속가능발전교육 확산을 위해 유엔대학에서 세계 각지에 조직한 지역전문센터이자 지역전문기관들의 네트워크를 지칭>한다고 하네요. 유엔에서 우리 아이들을 신경 써주는 것 같아서 굉장히 감개무량합니다.

인제야생동물생태학교 4기 첫 시간은 백로와 왜가리 서식지 관찰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야생동물 최고 전문가 한상훈 박사님이 이끌어 주십니다.

여하튼 우리 생태유학 아이들은 인제야생동물생태학교 4기 신입생 모집에 신청을 했고, 모든 집이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생태유학씩이나 온 아이들인데 주최 측에서도 누구를 탈락시키기는 어려웠겠죠. ㅎㅎ (사실은 이번 기수는 신청하는 모든 가정을 입학시키기로 내부 방침을 바꿨다고 합니다:) 이번 4기는 신청자가 많아 3반으로 나눴습니다. 설피마을 생태유학 친구들은 2반에 배정됐는데요. 2반에는 설피마을 외에도 귀둔리로 유학온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귀둔리는 점봉산 서쪽 편에 자리 잡은 두메산골입니다. 진동리 설피마을과 쌍벽을 이루는 곳이라고 할 수 있죠. 여하튼 야생동물생태학교는 매달 한 차례씩 9월까지 왜가리와 백로, 박쥐, 수달, 곤충, 어류, 야행성 동물, 고층습원생태계를 주제로 진행됩니다. 아이들의 기대가 참 큽니다.


첫 시간은 인제군 어론습지 주변에 살고 있는 왜가리와 백로를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소나무숲 꼭대기에 백로와 왜가리가 잔뜩 몰려들어 둥지를 틀고 번식을 하고 있습니다. 나무 위에 앞다퉈 둥지를 튼 백로와 왜가리를 보면서 아이들은 연신 감탄을 쏟아냅니다. 한상훈 박사님이 준비해 주신 망원경(스코프)과 쌍안경으로 탐조에 열을 올립니다. 그 와중에 우리 집 어린이는 자신의 쌍안경이 다른 아이들 것과 비교해 잘 안 보인다고 투덜거리네요. 좀 오래되긴 했습니다. 다섯 살 때 재미로 갖고 놀라고 사준 유아용 쌍안경이었으니까요. 본격적인 탐조를 위해 장비를 좀 업그레이드시켜줄까 합니다.

어론습지에서 탐조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 

왜가리와 백로를 한참 동안 관찰하다가 한상훈 박사님의 설명을 듣습니다. 새들의 한살이와 습성 등 들려주시는 설명에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입니다.  '학마을 사람들' 소설 기억나시나요?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관통하는 훌륭한 작품이죠. 저도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접하면서 굉장히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나는데요. 이 작품은 안타깝게도 생물학적 고증이 잘못됐다고 하네요. 학(두루미)은 나무 위에 집을 짓지 않는다고 합니다. 나무 위에 둥지를 트는 건 두루미가 아니라 왜가리와 백로 종류죠.  두루미는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데 주로 평야지대를 찾아옵니다.  번식은 우리나라보다 더 북쪽인 시베리아나 홋카이도 지역에서 여름철에 한다고 하네요.

누군가 두더지가 땅을 파고 지나간 흔적을 발견했죠. 박사님과 어린이들이 두더지를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론습지로 내려가 백로와 왜가리의 먹이활동을 관찰합니다. 냇가에 자리 잡고 먹이를 사냥하던 백로들은 인기척이 느껴지자마자 날아오릅니다. 이미 한상훈 박사님이 몇 차례 주의를 줬지만 '예견된 미래'인 거죠. 아이들은 재잘거림과 통통거리는 발소리를 스스로 제어할 수 없으니까요. 먹이를 쫓던 백로와 왜가리는 일제히 날아올라 저만치 떨어진 곳에 다시 내려앉습니다. 한동안 탐조에 열을 올리던 아이들의 학구열은 가라앉고 장난기가 발동했습니다. 습지 주변으로 조성해 놓은 데크 위로 달리기 시합을 하는 아이들이 생겨납니다. 어린이의 본성, 또는 임무는 아무래도 탐조보다는 놀이에 가까우니까 뭐 당연한 거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설피마을 생태유학 어린이들은 인제야생동물생태학교와 사랑에 빠진 것 같습니다. 야생동물을 관찰하러 가는 흥미진진한 모험이 있고, 그곳에 가면 야생동물이 있고, 자연이 있고, 최고의 안내자와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원래 첫 시간에 왜가리 백로를 탐조한 뒤 황금박쥐(붉은박쥐)를 보러 가기로 했었는데요. 마침 박쥐가 살고 있는 동굴 지역에 무슨 훈련이 예정돼 있어서 한주 미뤄졌습니다. 다음엔 생태유학 어린이들이 박쥐 동굴로 탐험하러 간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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