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기구 위해성 팩트체크
1. 오늘 주제는 어느 집이든 다 갖고 계실 만한 물건입니다. 바로 프라이팬인데요. 이 프라이팬에서 유해물질이 나온다는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얼마나 위험한지, 관련 보도들은 사실인지,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프라이팬을 사용할 수 있을지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 건강매체 헬스조선은 2024년 5월 30일 <코팅 벗겨진 프라이팬, 고기 볶아도 괜찮을까?>라는 기사를 발행했습니다. 코팅이 벗겨진 프라이팬을 계속 사용하면 중금속을 섭취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에서 출발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실험결과를 인용해서 보도했는데요. 철수세미를 이용해 프라이팬 코팅을 마모시키고 중금속 등 유해물질 용출량을 관찰했는데, 처음 코팅이 마모될 때 중금속이 미량 검출됐지만 우려 수준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더 마모시킨 후에도 코팅 손상 정도와 관계없이 중금속은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2. 식약처가 실험을 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네 식약처 홈페이지를 찾아봤는데요. 2019년 9월에 내놓은 보도자료가 있습니다. 5 여 전에 내놓은 보도자료를 왜 이제야 기사화하는 것인지는 의문이지만, 식약처가 발표한 것은 맞습니다. 당시 식약처 보도자료는 <코팅 벗겨진 프라이팬 새 제품으로 교체하세요>였습니다. 프라이팬 바닥 코팅이 벗겨져 본체가 보인다면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주 내용입니다.
3. 프라이팬 코팅이 벗겨져 본체가 보인다면 새 걸로 교체하라는 이유는 뭔가요?
- 과도한 코팅 손상으로 프라이팬 바닥의 본체가 드러날 경우 알루미늄과 니켈 용출량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헬스조선 기사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납, 카드뮴, 비소 등 중금속은 코팅 마모가 진행되더라도 거의 용출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코팅 프라이팬 관련해선 중금속보다는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불안감이 높았는데요. 코팅 프라이팬은 알루미늄에 불소수지 코팅제를 입혀서 만듭니다. 이 코팅제를 이루는 성분이 과불화화합물인데요. PFOA, PFOS 뭐 이런 이름으로 불립니다. 이런 것들이 환경에서 잘 분해되지 않고 인체에 들어오면 오랜 기간 동안 빠져나가지 않고 축적이 됩니다. 그런데 이 물질이 동물실험에서 발암성이 확인된 발암물질로 지정이 됐고요. 국제적으로도 금지물질로 규정됐습니다. 2019년 이후에 국내에선 이 물질의 제조 사용 수입 유통이 금지됐습니다.
4. 최근 나온 코팅 프라이팬 관련 조사는 없나요?
- 지난해 1월 한국소비자원이 시판 중인 코팅 프라이팬 주요 브랜드 13종에 대해 코팅 내구성, 유해물질 안전성, 손잡이 품질, 기름 누설성 등을 시험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시험 결과는 코팅의 납 등 유해물질 안전성은 모든 제품이 관련 기준을 충족했고, 과불화화합물(PFOA·PFOS)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모든 시험 결과와 더불어 가격까지 비교해 놓은 표가 소비자원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되고 있으니까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5. 그렇다면 시판되는 코팅 프라이팬은 안전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 코팅 프라이팬을 곱게 잘 사용하면 안전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문제는 코팅이 벗겨지거나 고열에서 코팅 프라이팬을 사용하면 불소수지가 분해되면서 유해물질이 배출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코팅 프라이팬은 음식물 없이 가열하지 말라고 강조하는 것이죠. 프라이팬 색깔이 변할 정도로 코팅이 탔다면 미련 없이 버리는 게 좋습니다. 센 불로 조리하는 중화요리식의 조리법이나 토치를 사용해서 음식을 굽는 방식의 요리는 굉장히 고열로 조리를 하기 때문에 코팅 프라이팬에서는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주물팬이나 스테인리스팬 등 코팅하지 않는 조리기구를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코팅이 벗겨졌다면 일단 음식물이 잘 눌어붙고요. 미세한 흠집에 음식물 찌꺼기가 남아서 미생물 오염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코팅 프라이팬을 사용할 때는 철제 뒤집개 등 날카로운 조리도구를 사용하는 것보다 실리콘이나 나무 재질로 된 조리도구를 사용해 흠집을 방지하는 게 좋습니다.
코팅 프라이팬을 세척할 때도 금속 수세미나 연마제가 많이 들어있는 초록색 강력 수세미를 사용하면 코팅이 손상되기 쉽습니다. 수세미 구입하실 때 제품설명 잘 보시고 흠집이 덜 나는 부드러운 재질인 논-스크래치 제품을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6. 검증대상인 <코팅 벗겨진 프라이팬, 고기 볶아도 될까?> 이건 어떻습니까?
- 온도가 중요할 텐데요. 보통 집에서 불고기 전골 등을 한다고 가정하면 온도가 크게 올라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화요리처럼 불맛을 입힌다고 엄청 센 화력으로 온도를 매우 높이는 방식으로 조리한다고 하면 코팅 벗겨진 프라이팬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코팅이 변색됐거나 많이 벗겨졌다면 과감하게 교체하시는 게 좋습니다. 코팅 프라이팬은 소모품이라는 점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티타늄 코팅, 다이아몬드 코팅 등 불소수지 코팅이 아닌 것처럼 광고하는 제품도 있는데요. 이런 제품들은 해당 물질을 소량 첨가해 만든 불소수지 코팅 제품입니다. 이것들 역시 코팅 프라이팬이라는 점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7. 조리도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라면은 양은냄비에 끓여야 제맛이라고 하시는 분들 많아요. 그런데 이 양은냄비가 인체에 유해하다 이런 내용도 많이 돌아다닌단 말이죠.
- 양은냄비는 알루미늄으로 모양을 만들고 산성용액에 담가 전기를 흘려주는 공정을 거칩니다. 이렇게 되면 표면에 산화알루미늄 피막이 형성됩니다. 이 산화피막으로 경도와 내구성이 향상될 뿐 아니라 음식물이 쉽게 들러붙지 않는 표면을 만들 수 있어 위생적인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 산화피막이 벗겨지면 알루미늄이 용출될 우려가 있으므로 알루미늄 식기에 음식을 조리할 때에는 목재 등 부드러운 재질의 기구를 사용하고, 조리 후 식기를 세척할 때에는 금속 수세미 같은 날카로운 재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 오래 써서 색상이 변하고 흠집이 많은 알루미늄 식기는 알루미늄이 쉽게 용출되거나 음식물 찌꺼기가 흠집에 끼어 미생물 번식 가능성이 있으므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식약처의 입장입니다.
알루미늄은 체내에 흡수되는 양은 매우 적고, 흡수된 알루미늄도 대부분 신장에서 걸러져 체외로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다노출 시 구토, 설사, 메스꺼움 등을 유발하는 물질이긴 하나, 현재까지 알루미늄 식기를 통해 섭취되는 알루미늄의 양은 위해 우려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8. 양은냄비에서 나온 알루미늄이 치매를 유발한다. 이런 이야기도 있는데요. 사실입니까?
-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알루미늄 함량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있기는 한데요. 이게 질병의 원인인지 결과인지 불분명합니다. 그러니까 알루미늄 섭취가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것인지, 어떤 이유로 알츠하이머병이 생기면 그 결과로 알루미늄 수준이 높아지는 것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죠. 그런데 체내로 들어온 알루미늄은 대사과정을 거쳐 99.9%가 배출되고 0.1% 정도만 흡수돼 생체 이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닳아빠지고 색이 변하거나 찌그러진 양은 냄비는 과감히 버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것 아니라면 과도하게 공포심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9. 나는 알루미늄도 싫고 과불화화합물도 싫다. 이런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애초에 아무런 걱정이 없는 재질은 뭘까요?
- 네 걱정이 많은 분들이 계시죠. 프라이팬은 불소수지 코팅이 돼 있지 않은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이나 주물팬을 사용하면 유해물질 걱정을 좀 덜 수 있는데요. 이게 생각보다 사용법이 까다롭습니다. 예열을 해야 하고 중불 내지는 약불에서 사용해야 눌어붙지 않습니다. 그래서 코팅 프라이팬이 개발된 것이기도 하고요.
냄비 종류는 뚝배기 같은 세라믹 재질로 만들어진 제품이나 법랑 재질을 선택하면 유해물질을 좀 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코팅 프라이팬도 양은냄비도 올바른 사용법과 관리방법을 따른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10. 조리기구 안전성과 관련해서 또 주의해야 할 재질은 뭐가 있을까요?
플라스틱 국자, 식판, 밥그릇, 컵 이런 것들을 만드는 재질이 멜라민수지입니다. 이 멜라민수지는 잘 깨지지 않고 가격이 저렴해 다양한 주방용품에 사용되고 있는데요.
이 멜라민 수지는 가정이나 음식점 등에서 사용하면서 고온에 직접 또는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균열이 생겨 멜라민과 포름알데히드가 용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멜라민수지 주방용품을 세척할 때는 솔 또는 연마분으로 세척하지 말고 부드러운 스펀지를 사용하여 세척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변색되거나 균열, 파손이 있는 경우 새 제품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전자레인지에 넣으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이런 내용을 담은 근거 없는 정보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바닥면에 전자레인지용으로 표시된 것만 전자레인지에 넣으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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