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날 특집 팩트체크
1. 매년 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입니다. 오늘은 물의 날을 앞두고 물에 대한 여러 가지 알쏭달쏭한 주제들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먼저 살펴볼 주제는 마시는 물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양의 물을 마시면 사망할 수 있다. 이런 언론 보도가 있는데요. 이건 사실인가요?
- 보도 제목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물 20분 만에 2리터를?... 덜컥 마셨다가 해외 사망 사례>, <물도 많이 마시면 죽는다>, <물 많이 마시면 죽을 수도?>, <"의사가 물 많이 마시라 했는데"... 물 중독으로 사망한 50대男, 무슨 일?> 이런 기사들이 나와있습니다.
대부분 짧은 기간 안에 물을 많이 마신 사람이 사망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원인을 물 중독이라고 지목을 하고 있습니다.
2. 병원에서도 물 많이 마시라고 하고, 물 많이 마셔야 한다는 건강 관련 언론 보도도 많이 나오는데요. 물을 많이 마셨다고 죽는다면 너무 무서운데요. 사실인가요?
-일부에선 물 중독, 수분 중독 이런 말을 쓰기도 하는데요.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혈액이 희석되고 체내 전해질, 특히 나트륨 수치가 감소해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합니다. 그 결과, 수분이 체내 세포로 이동하여 세포를 팽창시킵니다. 뇌세포에 수분이 과다하게 축적되면 뇌에 압력이 가해져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의식, 운동, 행동의 변화(정신 상태 변화)로 이어질 수 있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체는 수분이 들어온 만큼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건강에 이상이 없는 분들이 일상생활에서 조금 물을 많이 먹는 수준이라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한두 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3~4리터 정도의 많은 양의 물을 한꺼번에 마시면 수분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만성 신장질환이나 간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은 특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마라톤, 등산, 자전거 타기 등 오랜 시간 동안 땀을 많이 흘리는 스포츠나 극심한 더위 속에서 작업하시는 분들도 주의하셔야 합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물을 한꺼번에 많이 마신 뒤에 메스꺼움, 피로감, 두통, 어지러움, 집중력 저하, 불안 등의 증세가 나타나면 저나트륨혈증을 의심할 수 있고요. 나트륨 농도가 급격히 큰 폭으로 떨어지면 발작, 의식소실, 혼수, 호흡곤란, 심한 저혈압, 심장박동 이상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세계 병원 순위 평가에서 항상 최상위권에 드는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 따르면 목이 마를 때는 물을 마시는데, 한 시간 내에 1리터 이상을 마시는 것은 과도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물을 많이 마신 뒤에 소변 색깔이 투명하다면 체내에 수분이 과다한 것을 나타낼 수 있고요, 메스꺼움이나 복부 팽만이 나타난다면 물을 너무 많이 마셨다는 초기 징후이므로 물 마시는 걸 멈추라고 전합니다.
3. 하루에 2리터 정도 물을 마셔야 한다는 이야기도 한참 유행을 했는데요. 어떤가요?
- 수분 섭취량이 부족할 경우 수분 불균형과 탈수가 나타나며, 이로 인해 신장결석, 담석증, 방광암이나 결장암 등의 암,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노년기에는 갈증을 느끼는 반응이 둔화되고, 소변을 농축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탈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목이 마르지 않아도 물을 조금씩 나눠 마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겁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영양학회가 만든 2025년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남성의 수분 충분섭취량은 음식을 포함해 계산하면 2.1리터, 액체류만 따로 계산하면 1리터 75세 이상은 1.1리터입니다. 65세 이상 여성은 음식포함 1.8리터, 액체류로만 따로 계산하면 65~74세는 0.9리터, 75세 이상은 1리터입니다. 청장년 남성은 액체류로만 1~1.2리터, 총수분으로 2.2~2.6리터 정도입니다. 청장년 여성은 액체류로 0.9~1리터, 총 수분 1.9~2.1리터입니다.
그러니까 음식을 포함해서 하루 2리터 정도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고 보면 맞는 말인데요. 음식 제외하고 음료나 음용수 형태의 수분을 하루에 2리터를 추가로 마셔야 한다고 하면 충분섭취량을 훨씬 초과하게 되는 거죠.
4. 찬물은 흡연보다 더 나쁘다. 아침에 일어나 냉수를 마시면 폐암에 걸린다. 이런 말도 많이 떠돌았었요. 사실인가요?
- 아침에 일어나서 마시는 찬물, 또는 찬물을 마시는 습관이 폐암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냉수를 마시면 체온이 떨어지고 면역력 약화로 이어지며 폐에 물이차게 된다는 주장입니다. 한 스님의 사례를 들면서 평생 흡연 음주를 멀리했지만 아침마다 냉수를 마신 습관이 폐암을 불러왔다는 이야기도 덧붙입니다. 그럴싸한가요?
국가암정보센터는 아침에 찬물 마시면 폐암에 걸린다는 말을 거짓으로 판정했습니다. 찬물을 마신다고 해서 폐암 발생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암은 발암성 물질에 오랜 시간 노출이 되어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유전적 변형을 하는 것인데, 마시는 물(찬물)은 발암물질이 아닌 데다가 물을 마시는 것이 폐나 기관지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폐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흡연과 간접흡연이고, 대기오염, 라돈, 비소, 니켈, 석면, 방사선 등의 노출이 폐암 발생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5. 뜨거운 음료를 마시면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말도 있는데요. 이건 사실인가요?
- 네 사실입니다. 2016년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매우 뜨거운 음료수(65도 이상)를 발암물질 2A군으로 분류했습니다. 인간에게 발암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지만 확정적이지는 않은 상태라는 뜻인데요. 동물실험에선 충분한 증거가 나와있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선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 그룹에는 적색육, 야간교대근무 등이 포함됩니다.
뜨거운 음료를 마시면 식도 점막이 열로 인해 손상을 받게 되고, 반복적인 염증과 점막 재생이 증가하면서 DNA 손상이 누적되는 걸로 보고됩니다. 그에 따라 식도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겁니다.
음식이든 음료든 아주 뜨거운 상태로 먹거나 마시지 말고, 따뜻한 정도로 식혀서 드시는 게 혹시 모를 위험을 낮추는 방법이 됩니다.
6. 요즘에 텀블러 쓰시는 분들도 많고, 찬장에 선물 받은 텀블러가 한 개 이상 있는 집도 많을 텐데요.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텀블러 신상이 나왔다고 줄을 서는 것도 낯설지 않은 장면이 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 텀블러가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어요.
- <“매번 텀블러 챙겼는데” 안 쓰는 것만 못하다?… 뜻밖의 현실, 알고 보니> 헤럴드경제 보도입니다.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를 18회 사용하면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보도합니다. 플라스틱 컵은 제조부터 폐기까지 이산화탄소 66g을 배출하고, 텀블러는 1146g을 배출한다고 하는데요. 텀블러를 만드는데 재료와 에너지가 일회용 컵보다 더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러 차례 사용하지 않고 모셔놓기만 하면 오히려 텀블러 쪽이 탄소 배출량이 많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 보도에선 더 나아가 텀블러 사용으로 줄어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미미하다고 지적합니다.
2023년 기준 한국 사람 한 명이 일 년 동안 내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1톤이고, 매일 2회씩 텀블러를 사용해 일회용 컵 사용을 줄여서 줄어드는 탄소배출량은 31kg 정도, 그러니까 전체 탄소배출량의 0.3%에 불과하다고 보도합니다.
7. 텀블러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량이 그렇게 적을지는 몰랐는데요.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탄소배출, 사례를 통해 좀 알아보죠.
유럽환경청에 따르면 비행기 여행 1km 당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85g으로 나타납니다. 오키나와 여행을 한다고 가정하면 거리가 1260km니까 왕복으로 따지면 718kg 정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되는 셈인데요. 일회용 컵 1만 개 정도 분량입니다. 카페라테 한잔 마시면 이산화 탄소 440g, 일회용 컵 6개 분량이고요.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탄소직접포집 등 기술 발달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텀블러 사용으로 대표되는 소시민들의 기후대응이 쓸모없다는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고도 하는데요.
결국 기술 발달을 이끌어내는 것은 정부와 기업의 정책이고, 이런 정책이 나오게 하는 것은 결국 사회적 압력, 그러니까 소비자와 시민의 행동이거든요. 그래서 텀블러의 탄소배출 줄이기 효과는 미미하다고 할지 몰라도,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거죠. 실제로 막대한 양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기도 하고요. '물의 날'을 맞아서 물을 물 쓰듯 펑펑 낭비하는 생활습관도 바꿔야겠습니다. 샤워기를 절수형 샤워기로 교체하기만 해도 연간 이산화탄소 150kg을 줄일 수 있는데요. 승용차 800km 정도 주행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양 정도 된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