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휴대폰 충전, 낮에 해라?

에너지 절약도 타이밍이다.

by 선정수

1. 미국 이란 전쟁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원유 수송이 막히고 그 여파가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도 미치고 있는데요. 정부가 자원안보위기 경보를 주의 단계로 격상하면서 생활 속 에너지 절약을 위한 12가지 국민 행동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전까지 진행됐던 에너지 절약 방법과 달라진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먼저 내용부터 좀 살펴보죠.

-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4일 에너지절약 국민행동을 발표했는데요.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이동할 때, 회사에서, 가정에서>로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동 부문에선 승용차 5부제 참여, 대중교통 이용, 친환경 운전하기,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 타기를 강조했고요. 회사에선 적정 실내온도 준수, 불필요한 조명 끄기를 권고했습니다. 가정에선 샤워시간 줄이기, 주택용 에너지 캐시백, 도시가스 절약 캐시백 참여하기,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하고 LED 조명으로 교체 이런 것들인데요. 여기까지는 이전 내용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권고안에서 이전과 달라진 것들이 있는데요. 저녁시간(5~8시) 가전제품 효율적으로 이용·절약하기, 휴대폰 낮 시간에 충전하기, 세탁기, 청소기는 주말에 사용하기 이런 내용은 예전엔 없던 내용입니다.


2. 저녁시간 오후 다섯 시부터 여덟 시까지 가전제품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거나 절약하기. 이 내용부터 짚어보죠. 왜 특별히 이 시간대를 강조하는 건가요?


-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나라들은 전력 수요에 맞춰서 발전량을 조절합니다. 전기가 모자라도 문제지만 너무 많이 남아도 문제가 발생하거든요. 주파수가 낮아지면서 대정전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급전 우선순위라는 걸 정해놓습니다. 켜고 끄기 어려운 원자력발전이 전력량 수요가 변동에 관계없이 일정하게 사용하는 기저부하의 일부를 담당하고요. 그 위로 재생에너지, 석탄 발전, LNG 발전이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해 전원을 공급하게 됩니다. 정부는 하루 중 전력 수요량이 가장 많은 시간인 오후 다섯 시부터 일곱 시까지 가정 부문에서 전력 소비를 줄여주면 발전에 들어가는 LNG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고 보는 거죠.


3. 하루에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간은 낮 동안 일하는 시간이지 않을까요?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산업활동을 하면서 사용하는 전기가 엄청날 것 같은데요.


-시간대별로 사용하는 전력량을 차트로 그려보면 최근에는 2개의 봉우리가 나타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오전 9시 전후로 첫 번째 봉우리가 나타나고, 오후 7시 전후로 두 번째 봉우리가 나타납니다. 전력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전기량이 이 시간대에 가장 많은 건데요. 아침에 출근해서 공장과 사무실에서 전력을 많이 사용하니까 9시 전후에 첫 번째 피크가 나타나는 것이고요. 오후 7시 전후로는 퇴근한 사람들이 집에 와서 저녁밥 먹고 씻고 티브이도 보고 하면서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는 것이죠. 그런데 전력 총수요량과 전력 거래량을 나타내는 그래프 두 개를 겹쳐 놓으면 흥미로운 현상이 발생합니다. 오전 7시 이전과 오후 7시 이후에는 총수요량과 전력거래소 거래량이 일치하는데요. 그 사이 낮 동안은 총수요량이 거래량보다 훨씬 높게 나타납니다. 바로 태양광 발전 때문인데요. 낮에 태양광 발전량이 늘어나면 대규모 공장이나 대학 등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곳들이 설치해 놓은 자가용 태양광 발전기가 전력 수요를 많이 충당하게 됩니다. 태양광 발전 비중이 낮을 때는 낮 시간에 전력 수요량이 가장 많았었는데요. 지금은 태양광 발전 비중이 높아져서 해가 비치는 낮 시간 동안에는 전력거래소를 통해서 거래되는 전력량이 오히려 퇴근 시간보다 적어진 것이죠.


태양광발전의 위력.png 2026년 3월26일 전력 총수요량과 전력시장 거래량을 나타낸 차트. 출처: 전력거래소 데이터 가공

4. 그렇다면 오후 7시부터 9시 사이에는 식기세척기나 전기밥솥 등 고전력을 사용하는 가전제품은 가급적 사용하지 말아야겠네요?


- 네 그렇습니다. 이 시간에 전력 사용량이 한꺼번에 늘어나게 되면 빠른 대응을 위해 LNG 발전을 가동해야 하는데요. 미국 이란 전쟁 탓으로 LNG 수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호주 말레이시아 카타르 미국 이런 순서로 LNG 수입량이 많은데요. 작년 기준으로 카타르산 LNG 비중은 15%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전쟁 이후 세계 LNG 가격이 급등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LNG 사용량을 줄이는 게 경제적이겠죠.


5. 휴대폰을 낮시간에 충전해라. 이런 권고가 있는데요. 이건 에너지 절약과 어떻게 연관되나요?


- 이것도 마찬가지인데요. 보통 휴대폰 충전을 밤에 잘 때 많이 하시잖아요. 그런데 밤에는 태양광 발전이 일을 안 하니까. 모든 국민이 휴대폰을 밤에 충전한다면 그만큼 LNG 사용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죠. 그래서 낮에 태양광 발전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 때 휴대폰을 충전해 달라는 권고입니다. 휴대폰뿐만 아니라 충전이 필요한 모든 제품이 마찬가지죠.


6. 그렇다면 흐린 날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태양광 발전량이 줄어드니까 낮에 충전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 되지 않나요?


- 흐리거나 비가 오더라도 태양광 발전량이 0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태양광 패널은 직사광선이 아니더라도 구름에 산란된 빛으로도 발전이 가능합니다. 다만 효율이 좀 떨어지죠. 구름이 짙게 낀 날은 햇빛 쨍쨍한 날과 비교하면 4분의 1 정도로 발전량이 낮아진다고 하는데요. 그래도 밤에는 아예 빛이 없어서 발전을 하지 못하니까. 낮에 충전하는 게 좀 더 효율적이긴 하겠죠. 전국적으로 비가 오는 날에도 낮 동안의 총수요가 전력시장 거래량을 훌쩍 뛰어넘는 양상은 비슷합니다. 그러니 정부 입장에선 낮에 충전하세요라고 하는 겁니다.

7. 세탁기와 청소기 주말에 사용하기, 이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권고인가요?


- 이것도 역시 피크 시간을 피해서 전력 사용을 분산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건데요. 맞벌이 부부라면 퇴근 시간 이후에 잠자기 전에 빨래하고 청소하고 하니까 저녁 피크 시간에 전력 사용이 몰릴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는데요. 이런 전력 사용을 주말로 보내게 되면 평일 저녁 피크 시간에 전력 부하를 줄일 수 있죠. 그럼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LNG 발전량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것이고요.

그런데 이건 안내를 좀 잘못한 측면이 있는 게요. 충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평일에 하자고 이야기를 했어야 합니다. 정부가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했어야 하고요. 결국 전기 많이 쓰는 제품은 주말이나 낮에 쓰자 이런 메시지를 줬어야 하는 건데요. 요즘 많이 보급되고 있는 세탁부터 건조까지 한 번에 되는 제품들은 예약기능을 활용해서 낮 시간에 빨래를 하는 것도 방법이고요. 로봇청소기도 예약기능을 사용하거나 원격조종을 통해서 낮 시간에 청소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결국 태양광 발전이 원활한 시간에 전기를 써달라는 측면이 강하니까요.


8. 종량제봉투 등 비닐봉투 수급이 불안해지고 배달음식 포장용기 가격도 들썩인다고 하는데요. 휘발유 가격도 오르고요. 전쟁이 오래 끌면 불편이 심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뭔가 신박한 해법이 있을까요?


- 원유 수급 차질 영향은 크게 에너지 분야와 물질 생산 분야로 나눠볼 수 있겠는데요. 우리나라는 전체 자동차 중 전기차 비중이 3%에 그칠 정도로 수송 분야의 원유 의존도가 높습니다. 게다가 전국에 깔린 도시가스망으로 LNG가 공급되고 있고요. 취사, 난방용 수요도 아직은 많고, LNG 발전이 전체 발전량의 30% 안팎을 담당하고 있거든요. 여태까지는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 탈탄소, 탈화석연료를 추진했다면, 이제는 에너지 안보라는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바라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종량제봉투와 포장용기를 만드는 플라스틱도 원유를 원료로 만들거든요. 이걸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찾아야 하겠습니다. 일단 폐플라스틱을 고열로 녹이고 불순물을 정제해 원료용 열분해유를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요. 이게 활성화되려면 분리 배출하는 폐플라스틱을 잘 모아줘야 합니다.

근본적으로는 플라스틱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생활 습관을 바꿀 필요가 있는데요. 배달 음식에 다회용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고요. 조금 불편하더라도 배달보다는 매장 식사를 하는 게 자원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더 낫겠죠. 편리함만 추구하기보다는 플라스틱을 덜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게 필요합니다. 커피 마실 때 개인 컵 또는 텀블러 사용하기, 장바구니 사용, 일회용 포장용기 없는 제로웨이스트 숍 사용 등을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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