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가 내게 큰 힘이 되어주는건 맞지만, 가끔은 버거울 때가 있다. 저 무한한 사랑과 신뢰에 답하듯 내 상태가 호전되었음을 증명해야 하는 삶. 산산조각난 가슴을 부여 안고 바스러지는 입꼬리를 끌어 올린다.
이뤄낸 것이 아무것도 없다. 사적으로도 공적으로도. 그냥 하루 하루 살아내는 일조차 버겁다. 이제 집에 돌아가면 어둑한 방이 나를 기다린다. 내 속의 암흑이 어둠을 집어 삼킨다.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다. 크게 들이쉬며 입 밖으로 새어 나가는 흐느낌을 잡아 들인다.
나는 쓰레기다. 이제 그냥 활활 타버려 한 줌 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