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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세영 Jan 21. 2024

여러분은 어떤 잠옷 취향이 있으신가요?

연재 공지] 나의 잠옷 연대기

객관적으로 나는 예쁘지 않다. 동아시아 미의 대표적인 기준인 하얀 피부와 거리가 멀다. 23호 파운데이션(대부분 국내 생산 파운데이션은 21호와 23호로 나온다. 요즘은 조금 더 다양한 범위로 나온다지만 내가 화장 하고 다닐 적만 해도 선택지 중 가장 어두운 호수가 23호였다.) 도 얼굴 위에 올라가면 허옇게 둥둥 뜰 정도로 까무잡잡한 피부이다.


눈은 쌍커풀 없이 자그마하다. 부모님 두분 다 쌍커풀이 있는데 어쩐지 우리 자매는 모두 쌍커풀이 없다. 그나마 피곤하면 눈이 쑥 들어가며 쌍커풀 비스끄무리 한 것이 생길랑 말랑 하지만 기본적으로 눈두덩이에 살이 많은 편이다. 쌍커풀 수술을 고려 해보기도 했지만 첫째, 수술이 무서웠고, 둘째로는 스스로도 이 눈이 고작 쌍커풀 수술만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전반적으로 인상이 또렷한 편이 아니다. 좋게 말하면 모범생 처럼 생겼고, 안좋게 말하면 재미 없게 생겼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내 기억 속 그 처음 언저리 부터 스스로를 뚱뚱하다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러 했으니 외모가 매력적인 편은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이 점을 스스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내면에는 공주님이 살고 있었다. 미미 인형처럼 늘씬하면서 웃는 얼굴이 화사하고 특히나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그런 공주님 말이다. 이런 취향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여겼기에 섣불리 드러낼 수 없었다. 특히 쇼핑을 가서는 더더욱 나의 작은 공주님을 마음 속 깊은 곳에 넣어두었다. 신발을 사도 투박한 운동화, 외투를 사도 칙칙한 기본 색, 머리끈은 검정색.


하지만 잠옷이라면? 가장 오롯하고 안락한 내 공간에서만큼은 나의 취향을 뿌려댈 수 있지 않겠는가. 이렇게 시작된 나의 잠옷 일대기는 강산이 몇번이 변하는 동안 계속 이어져왔다.


당당히 첫 핑크잠옷을 선택했던 순간부터, 지금도 회자되는 공주 잠옷 안사줘서 울었던 이야기, 사춘기 시절 잠시 겪었던  암흑기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야 드디어 내 취향을 인정한 순간까지. 잠옷과 함께 성장한 나의 자존감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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