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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oung Mar 26. 2019

여전히 성장 중...

어떤 색이라도 닮을 수 있는 White(친구란?)

우리는 일생동안 정말로 많은 사람들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고 살아간다. 잠깐 스쳐가는 인연도 있고 영원한 인연도 있으며, 만남은 잠깐일지라도 기억 속에서 결코 잊히지 않는 그런 인연도 있다.

인간관계를 정의하는 많은 단어들 중 혈연관계인 가족을 제외하면 우리의 마음을 아련하게 울리는 말은 아마 친구일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 또한 친구라는 이름의 수많은 사람들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여러 경험들을 해왔고 그 수많은 인연들 속에서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인연들이 있었음에 새삼 감사함과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나의 친구들은 언니들과 동생이었고 그리고 우리 집에 하숙을 하던 오빠들이었다. 그러다 6살 때 노랑 망토의 소년(Yellow 편에 나옵니다.)을 만나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친구가 생겼다. 물론 나보다 한 살 많은 오빠였지만 우린 친구였고 그리고 그 후 그 오빠네가 이사를 나가기 전까지(그 오빠는 우리 집에서 초등학교 5학년까지 살았었다.) 무려 6년을 같이 학교를 다녔으며 학교가 끝나면 같이 뛰어놀았다. 그러다 우리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을 때 우리에게 새로운 친구가 한 명 더 생기게 되었다. 그 새로운 친구는 엄밀히 말하면 노랑 망토 소년의 친구였지만 허구한 날 우리 집으로 놀러 와서 놀다 보니 우리 형제들과 모두 친구가 되었고 우리 모두는 아주 오래된 소꼽친구인냥 그렇게 지냈다.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그 친구(오빠)를 만났을 때 우리 모두는 사실 조금 놀랬었다. 왜냐하면 노랑 망토 소년의 단짝 친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 바람직한 소년(일명 엄친아)이었다.(노랑 망토 오빠 죄송해요. 사실 오빠는 공부나 행동이나 많이....음.....좀.... 약간.....그랬잖아요.)

그 당시 매일매일을 밖에서 뛰어놀아 까만 우리들과는 달리 하얀 얼굴에 옷도 잘 입고 공부도 엄청 잘하고 키도 크고 또 부잣집 아들이었던 그 오빠가 왜 노랑 망토 오빠를 졸졸 쫒아다니며,(정말 그랬다. 이 엄친아 오빠가 노랑 망토 오빠를 더 많이 좋아했다. 불가사의다.) 노랑 망토 오빠가 시키는 일을 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심지어 넷째 언니와 내가 노랑 망토 오빠를 잡아다가 엄친아 오빠 괴롭히지 말라고 선생님께 이른다고 혼내기도 했지만 노랑 망토 오빠는 절대 괴롭히거나 못살게 굴지 않는다며 우리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었다.

그 엄친아 오빠는 정말로 똑똑해서 모르는 게 없었다. 한 번은 방학이 되어서 늦게까지 낮잠을 자고 있던 우리를 엄친아 오빠가 와서 급하게 깨우는 것이었다. 내가 언니 그리고 노랑 망토 오빠랑 밖으로 나가자 대뜸 셀로판지를 건네더니 일식이 곧 일어날 거라며 하늘을 보라는 것이었다. 일식이 정확하게 뭔지도 모르는 우리 셋을 앉혀놓고는 엄친아 오빠는 수많은 과학현상들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놨고(아마 갈릴레오와 코페르쿠스를 그때 처음 들어봤던 거 같다. 당최 뭔 소리인지..) 우리 모두는 돌아가며 그 오빠에게 쌍욕을 퍼붓고는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그러나  인간들은 같이 지내다 보면 닮아가는 무서운 종족들이지 않은가... 고로 모든 것에 있어 완벽하던 그 엄친아가 노랑 망토의 소년을 그리고 우리를 닮아가는 일은(다 엄친아 오빠를 닮아서 똑똑해지면 좋았을 텐데, 그 오빠가 우리를 닮아 같이 바보가 되어간 것이다. 하긴 그 오빠가 수적으로 열세이니 어쩌겠는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런 연유로 나는 유유상종은  어쩌면 틀린 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닮은 사람끼리 만나는 게 아니라 만나다 보니 닮아가지 싶은데...


우리 집은 아빠께서 술을 좋아하시고 또 식구가 많은 관계로 술병이나 음료수병이 많이 생기곤 했고 우리 엄마께서는 그 빈병들을 차곡차곡 모아서 자두나무 옆에 두셨다가 한꺼번에 슈퍼에 가서 돈으로 바꾸시곤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병들이 조금씩 실종되는 것이었다. 엄마는 그 범인을 잡고자 몇 날 며칠을 우리 형제들을 심문하셨지만 우리 중에 범인이 색출되진 않았다. 결국 내가 몰래 잠복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고(전 경력이 있으니까요. 하숙생 오빠들에게 욕먹은 경험이 있습니다요. 잠복을 하다가.. Green 편에 나와요. 하하..) 범인을 찾을 수 있었다. 그 범인은 바로 그렇게 바람직하던 엄친아 오빠였다. 물론 단독범행은 아니었다. 노랑 망토 오빠가 밖에서 망을 보고 있었고 엄친아 오빠가 우리 집 담 밖에서 긴 팔과 다리을 이용하여 병을 하나하나 빼가고 있었던 것이다.(자두나무는 우리 집 뒤편 언덕 위에 심어져 있어서 담 밖에서 키가 큰 사람이라면 쉬이 손이 닿습니다.) 엄마께서도 범인이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다 보니 많이 혼내시지도 않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는 그 두 오빠를 돌려보냈다. 엄마에게 가벼운 야단만 맞고 돌아 나가는 그 두 오빠의 모습이 어찌나 닮았던지 나를 비롯한 우리 가족과 노랑 망토 오빠의 가족 모두가 한바탕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똑같이 닮아가고 있었다.

엄친아 오빠와의 마지막 만남은 노랑 망토 오빠네 가족이 이사를 나가고 새로 이사한 집에 우리들을 초대해서 놀러 갔을 때이다.(그 뒤로는 중학생들이 되었고 학교가 달라지다 보니 만날 수가 없었다.) 그날 노랑 망토 오빠의 누나가 그만 욕실에서 갇히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 모두가 어른들을 불러야 하나 아님 119에 전화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엄친아 오빠가 10원짜리 동전으로 순식간에 욕실 문을 따고는 그 언니를 구출해 내었다.(맞다! 이 오빠 엄청 똑똑했었지? 까먹고 있었네.) 그때 우리 모두는 실존하는 맥가이버를 만난 거 마냥 존경의 눈빛을 보내며 다 같이 환호했었다. 그렇게 그 오빠의 마지막 순간은 찬란히(약간 과장해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오빠의 대한 소식은 아주아주 시간이 많이 흐르고서야 듣게 되었다. 노랑 망토 오빠의 언니를 통해서 들은 바에 의하며 엄친아 오빠는 다시 본인의 모습을 되찾고는(바보스러움을 벗고) 뉴질랜드로 유학을 갔고 거기에서 치과의사 선생님이 되었다고 했다.(그때 더 친해졌어야 했는데.. 아깝다.)


친구란 그런 것이다. 많이 다르더라도 서로 싸워가며 뒹굴며 그러다 서로 이해하며 그렇게 같은 모습이 되어가는... 나의 친구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또 나에게서 친구의 모습과 행동이 나타나는 그런 관계 말이다.

시간이 많이 흘러 우리 모두는 또 다른 친구들이 생겼고 그 친구들과 또 닮아가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나의 어린 시절 그 친구들을 다시 만난다면 아마도 우리는 그 예전의 우리의 모습으로 돌아가 다 같이 그 시절 바보들이 되어 서로에게서 우리의 모습을 그리고 우리의 추억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친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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