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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oung Apr 02. 2019

여전히 성장 중...

Brown (Oh! Captain, My Captain.)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영화광이었다. 그 당시에는 아직 인터넷이나 IPTV 같은 최첨단 기술들이 보급화되진 않았기에 주로 영화관을 직접 가거나 아니면 VHS 테이프를 대여점에서 빌려 집에서 보곤 했었다.

학교에 가지 않는 주말이 되면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서 영화비를 받아 조조할인 영화를 보러 가곤 했으며 약간의 거짓말로 학교 야자를 뺀 후 영화관으로 달려갔던 일도 부지기수였다..(이때부터 영화관을 혼자 다녔기에 혼영은 아주 익숙한 일입니다.) 성인이 된 지금은 오히려 영화를 보는 일이 줄어들었지만 어린 시절 닥치는 대로 보았던 수많은 영화들이 나의 잡다한 지식의 대부분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나의 영화로의 입문은 바로 존 키딩 선생님 때문이었다. 중학교 시절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우리들에게 정말로 큰 선물을 해주셨는데 그것이 바로 VHS플레이어였다. 우리 집에 들어온 이 최첨단 기계는 그 이후 정말로 수많은 영화들을 상영하게 되는데 그 첫 주자가 바로 '죽은 시인의 사회'였다. 물론, 더 어린 시절부터 TV에서 방영해주는 영화들을 봤었지만 무언가 돈을 주고 빌려다 보는 영화가 처음이었기에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여 영화를 감상했었다. 방안의 문이란 문은 다 닫고 진짜 영화관에서 보는 것처럼 언니들과 모여서 영화를 보는데 돈을 지불했기 때문이 아니라 영화 그 자체에 흠뻑 젖어 버렸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지금까지 내가 가장 많이 본 영화일 것이다. 그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의 감동이 잊혀지지 않아 지금도 가끔씩 꺼내보고는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훌쩍거리는 그런 영화이다.

처음 그 영화를 봤을 때는 어린 나이였기에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이 누구인지는 (딱히 배우라는 의미 자체도 관심 밖이었던 영화 쑥맥이었었다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물론 대부분 다 보셨겠지만 혹 아직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알려드리면 로빈 윌리암스(이제는 더 이상 스크린에서 볼 수 없는 분이 되셨지만 정말 잊지 못할 겁니다. 영원히...)와 에단 호크, 노먼 레이든 등 정말 훌륭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영화를 보고 나서는 배우들을 일일이 다 찾아보고 또 그들이 나오는 영화들을 찾아보면서 조금씩 영화의 맛을 알기 시작했으며 나의 영화에 대한 지평이 넓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존 키딩 선생님은 나의 꿈의 선생님이 되었다. 물론 영화의 배경은 미국이고 나는 한국에 살고 있지만 언젠가 존 키딩같은 선생님을 아니 어른을 만나기를 항상 바라고 있었던 거 같다.

현재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늘 어떻게 해야만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는가를 항상 고민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고민의 끝은 바로 우선 나 자체로 좋은 사람이 되고 나서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만도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사람이 사람을 신뢰하고 좋아한다는 것은 참 어렵고도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나처럼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늘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많은 사람들을 포용하고 좋아해야만 하는 것이 많이 힘들고 지치는 일임에 틀림없다. 또 거꾸로 생각해보면 나 또한 그들에게 받아들여져야 하고 사랑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고로 먼저는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하지 않을까?. 내가 나 자신에게 자랑스러울 때(꼭 물질적으로나 지위적인 위치가 아닌) 나 스스로가 맘에 들 때 내가 좋은 사람,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를 떠올리면 명확히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있다.(물론, 하도 많이 봐서 모든 장면이 생생하긴 하지만..) 학생들이 축구 수업을 하고 나서 시합을 하는 장면이 영화 중반부에 나온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행복한 얼굴들로 뛰어다니는 학생들과 존 키딩 선생님 뒤로 가을의 갈색 노을이 지고 있다. 그리고 시합에서 이긴 학생들이 존 키딩 선생님을 헹가래 태운 채 환호하며 달려가는 그 장면은 이 영화에서 학생들과 존 키딩 선생님의 사랑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 중에 하나일 것이다.

영화에서 존 키딩 선생님은 학생들의 모습 자체를 사랑해 주신다. 어느 누구에게도 강요가 아닌 행복한 자기 자신의 삶을 살라고 가르쳐 주신다. 존 키딩 선생님의 유명한 첫 대사가 바로 '카르페 디엠'이지 않는가.. 바로 '너의 삶을 살아라!'..(영화 속에선 에단 호크가 Seize the day로 우리말 자막으로는 '현재를 즐겨라'로 나옵니다.) 이 대사가 바로 나의 영화로의 입문을,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하는 첫 울림이었다. 또한 영원히 기억에 남을 그 유명한 마지막 장면은 키딩 선생님을 떠나보내는 학생들의 슬픔과 그리고 선생님의 대한 신뢰와 존경 그리고 키딩 선생님의 아련한 미소가 감동적으로 그려지면서 매번 나의 눈물을 빼는 장면이기도 하다.(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영화를 보면서 굉장히 현실적인 장면이라고도 생각한다. 학생들이 존 키딩 선생님을 위해 책상 위로 올라가 Oh! Captain, My Captain. 을 외칠 때 안 일어나는 학생들도 있다. 정말 현실적이지 않은가?)


내가 존 키딩 선생님처럼 좋은 선생님이 아니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내가 판단할 수도 없는 일이니 그냥 노력하는 수밖에..  그렇지만 나의 학생들에게 (열심히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이 세상 모든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이 영화 대사에서 인용해 보고자 한다.

'화려한 연극은 계속되고, 너 역시 한 편의 시가 된다.'  이 대사는 영화에서 수업 중에 나오는 윌트 휘트먼의 시구이다. 우리의 인생은 쉼 없이 계속될 것이고 우리 모두는 우리 인생의 주인공이니까 나, 그리고 나의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이 화려한 인생의 연극에서 한 편의 아름다운 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 모두가 존 키딩 선생님을 만날 수 있기를 (또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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