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young Apr 04. 2019

여전히 성장 중...

시원시원한 Blue (우윳빛깔 김혜수! 사랑해요 김혜수!)

누구에게나 이상형은 있다. 배우자나 이성을 향한 이상형도 있을 것이고 내가 닮고 싶은 롤모델로서의 이상형도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우리의 이상형은 대부분 우리 부모님이나 선생님이었을 것이고 시간이 지나 우리의 마음과 몸이 자라면서 우리의 이상형은 좀 더 구체적이 되고 현실화되어 왔을 것이다.

나의 이성으로서의 이상형을 뽑자면 꽤 오래전부터 배우 지현우였다. 물로 그 외 다수의 이상형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현우라는 배우는 오래전부터 막연한 이상형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나의 한 제자님께서(남자아이입니다.) 예전에 나에게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냐고 물어봤었다.

"음... 나는 키가 좀 크고 그냥 평범한 스타일이면 된단다. 지현우 알지? 지현우가 선생님의 이상형이야. 쉽지 않니?" 그러자 그 아이는 버럭 성질을 내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선생님!!!! 정녕 결혼을 안 하실 겁니까?"  

지현우가 이상형인 것이 결혼 불가 사유였다니... 저 쉐이를.. 쩝!

중학교 시절은 나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쾌발랄한 시절이었던 거 같다. 학교 친구들 대부분과 두루두루 잘 어울리면서 즐거운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었고 사춘기조차도 딱히 어렵지 않게 지나칠 수 있었던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지 않나 싶다.(나만 그런가? 주위분들은 혹 나의 중2병이 힘들었나?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전 그저 좋아서 몰랐습니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사립중학교였다. 뭐 그렇다고 명문 사립 같은 학교는 아니고 그냥 사립재단일 뿐이다. 학교가 사립이다 보니 선생님들이 이동하시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3년 내내 늘 같은 선생님들과 생활을 했고 졸업할 때에는 그 미운 정 고은 정이 눈물범벅이 되곤 했었다. 그리고  수많았던 중학교 시절의 추억들도 나의 기억 속에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다.

나의 중2 시절, 우리 학교에서 영화를 촬영한 적이 있었다. 실화가 바탕이 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였는데 그 소설 저자가 우리 학교에서 실제로 무용선생님을 하셨던 분이었고 소설의 주인공이다 보니 배경으로 우리 학교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영화가 개봉하였을 때 청불영화라 내가 직접 영화관에 가서 볼 수는 없었지만 그 당시 우리 학교에서 영화를 촬영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그리고 마냥 설레기도 했다. 그리고 주인공이 무려 김혜수 님이었다..(엄청난 감동이었습니다. 그분을 실물 영접할 수 있다니..)

전체 영화상 많지 않았던 몇몇 장면을 촬영하는 동안 학교의 수업들은 많이 자습시간으로 바뀌었고(저희에겐 꿀 시간이었죠.) 심지어 영화 장면에 학생들이 출연하는 일도 생기게 되었다. (저희 반은 아니었습니다. 아쉬웠습니다. 사실, 제가 연기가 좀 되거든요. 하하..) 그렇게 영화 촬영이 있었던 기간 동안 우리들은 김혜수 님과 다른 배우들을(다수의 배우들이 있었으나 김혜수 님밖에 기억이 안 납니다.) 따라다니느라 정신이 없었고 또 선생님들은 그런 우리를 단속하시느라 정신없으시고, 그렇게 영화를 촬영하던 그 짧은 시간은 왁자지껄하게 우리들을 지나가고 있었다. 자습을 하는 시간에도 우리는 교실 창문에 매달려서 지나다니는 배우들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러면 어김없이 우리 담임선생님께서 배우님들 뒤에서 등장하시면서 우리를 향해 소리를 지르시곤 했다.(근데, 어째 우리 담임선생님께서(남자 선생님이셨습니다.) 김혜수 님을 따라다니는 거 같다는 생각은 나의 기분 탓인가?)

그리고 그  아쉬우면서도 짧았던 시간이 지나고 우리 학교에서의 마지막 촬영 날이 되었다. 학교가 끝나고 하교를 하는데 마침 운동장에서 수업을 하는 장면의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고 나는 그 현장을 옆에 서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김혜수 님을 정말 코앞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사람에게서 후광이 비친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너무나 예쁘고 너무나 멋있었다! (눈물 날 뻔했어요.)

영화 촬영 현장에 한참 몰입하고 있던 그 순간, 감독님의 컷 소리가 들리고 모든 아이들이 일제히 김혜수 님께 달려들었다. 그러나 우리의 김혜수 님은 엄청 빠르셨다. 그 넓은 운동장을 순식간에 가로질러서 차가 주차된 곳으로 뛰어가는데 너무 빨라서 어느 누구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그 큰 로 성큼성큼 뛰어가는 모습이 나에게는 아주 가볍게 날아가는 모습처럼 보였다. 마치 정말로 무용수가 되어 춤을 추며 나아가는 것처럼 그렇게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김혜수 님은 나의 이상형이 되어버렸다.


고3 시절, 우리 수험생들은 모두 대입시를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공부하며 매일매일을 보내고 있었고 심지어 일요일도 학교에 가서 자습을 하던 무한 반복의 시절을 지내고 있었다. (말이 자습이지 강제였습니다. 일요일도.) 그나마 일요일은 아침 9시까지 등교하라며 엄청난 관용을 학교에서 베풀어 주었고(고.... 맙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수능을 보게 되는 날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교를 제집으로 삼고 생활들을 했던 것이다. (그 당시 우리는 부모님께 '학교 다녀오겠습니다'가 아닌 선생님들께 '집에 다녀오겠습니다'로 인사를 했었네요.)

그런데 내가 고3이던 수험생 시절, 일요일 아침 9시에 TV에서 드라마를 방영하던 때가 있었고 그 드라마에 감격스럽게도 나의 이상형인 김혜수 님께서 출연을 하게 되신 것이었다. 스튜어디스로 등장하시는데 일요일 아침 드라마답게 가벼우면서도 행복한 가족드라마였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나의 딜레마는 시작되었다. '과연 학교를 가야 하는 것인가? 아님 김혜수 님을 보고 지각을 할 것인가?'

이 엄청난 고민 끝에 난 비교적 간단하게 결정을 내려버렸다. '까짓것 공부야 평일날 더 열심히 하면 되지. 김혜수 님은 일주일에 한 번인데..'

그 이후 난 드라마가 종영할 때까지 일요일에 제시간에 등교를 하지 못했다. 운이 좋은 날은 담당 선생님께 걸리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기도 했고 지각이 걸리는 날이면 운동장을 돌거나 몇 대 맞고 하루를 시작했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날, 그날도 어김없이 김혜수 님을 보고 행복하게 10시가 넘어 등교를 하고 있었다. 학교의 교문이 시야에 들어오고 어떻게 하면 선생님께 안 걸리고 교실에 입성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걸어가던 그때, 바닥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다리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불안감이 엄습해 왔지만 교문을 코앞에 두고 돌아가자니 그건 매타작을 앞당기는 거라서 그냥 저 두 다리를 못 본 체 뛰어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는 두 주먹 불끈 쥐고 뛰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두 다리는 우리 학교에 자주 출몰하시는 노출증 환자(일명 바바리맨) 이셨다. 그분은 하의를 탈의하시고는 그곳에 조신하게 누워계셨고 나는 너무 무서운 나머지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학교로 무작정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교실로 향하는 계단을 헐레벌떡 오르다가 그만 담당 선생님과 정면으로 마주치고 말았다.

"너!! 이 쉐끼가 지금 몇 시....."

"선생..헉..님! 저기...헉헉....바바리맨이...헥헥...누워서....헉..바지를 벗고... 그래서 제가..헥헥..막..뛰어서.."

그 순간 나를 위하여 바바리맨을 잡으러 가실 줄 알았던 그 선생님은 나의 머리를 회초리로 툭 때리신 후 말씀하셨다. 그것도 박장대소를 하시면서..

"그러게 왜 지금 이 시간에 오래? 니가 잘못했네. 일찍 일찍 다녀라."  (대체  긴박한 상황에 이게  맞는 대사란 인가?) 

그러고 나서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지각한 이유를 물으셨고 서러운 나는 화가 나서 김혜수 님을 보고 오느라고 늦었다고 일요일은 어차피 자습이니까 좀 늦게 와도 괜찮지 않냐고 대들었다가 결국 운동장을 다섯 바퀴 돈 후에 교실에 입성을 하였다. 그리고  모든 일이 김혜수 님 때문이었다. 중학교 시절 나의 마음속으로 사뿐히 날라들어온 바로 나의 이상형 때문이었다.


시간이 한참 흘렀지만 김혜수 님은 여전히 멋있고 아름다우시다. 나의 어린 시절 이상형 그 모습 그대로..  그리하여 한편으로는 또 그분께 감사하기도 하다. 여전히 나의 이상형으로 남아계시니까.. 많이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그리고 여전히 열심히 활동하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남아계시니까 나의 어릴 적 이상형은 변하지 않고 여전히 그대로이다. 연예인이다 보니 늘 볼 수 있는 것은 그리고 직접 만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가 화면에서 김혜수 님을 보면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고 그 당시 사뿐히 운동장을 가로지르던 그 아름답던(여전히 아름다우시지만) 여배우가 생각난다. 그리고 그분을 매주 일요일마다 만나고 나서야 학교를 가던 나의 학창 시절도 행복하게 떠오른다...

우리의 이상형은 말 그대로 꿈꾸며, 바라볼 수 있으며 동경할 수 사람들이지 않을까? 내가 꼭 닮아가지 않더라도 혹 평생 만날 수 없더라도 그야말로 이상형이니까.. 그저 꿈꿀 수 있고 바래볼 수 있는, 그렇게 우리의 기억 속에 그리고 마음속에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우리의 이상형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작게나마(정말 쪼끔이라도) 이상형이   있다면 참으로 기쁠 거 같다.



이전 12화 여전히 성장 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