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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엽 Jan 21. 2020

Beyond Expectation

2015년 말에 합류한 후 이 회사에서 일한 지 햇수로 5년째가 되었다. 매년 초에 전년도에 대한 performance review가 진행되니 나는 벌써 네 번의 평가 시즌을 지나쳐온 셈이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이 시점에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본 후 단 한 번도 '이번에는 나의 목표와 회사의 기대에 부합할 만큼 충분히 잘한 것 같다'라는 결론에 닿은 적이 없다. 그런 탓에 스스로의 성과에 만족하고 자신만만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일견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self review는 자연스럽게 나의 실패와 부족함 들을 지적하고 열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고, 반성의 문장들로 점철되며, 어떻게 하면 또다시 이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을 거쳐 결국 나의 뾰족함을 잃지 않으면서 부족함을 극복해낼 나름의 방안을 제시하고 다짐하며 이 self review인지 반성문인지 모를 회고는 그렇게 기진맥진하게 마무리된다. 회사가 내게 기대한만큼 기여하고 있는걸까 매번 의심스럽고 두렵다.


언젠가 김연아 선수의 피겨 스케이팅 퍼포먼스에 외신 해설위원이 'Beyond expectation'이라는 표현을 쓰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지만, 그 ‘기대’에 부합하는 것이 절대 쉽지 않다는 걸 깨달은 요즘, 실은 프로페셔널에게 건넬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일 그 표현이 부쩍 크고 멀게 느껴진다. 동료의 기대를 넘어서는 것, 매니저의 기대를 넘어서는 것, 회사의 기대를 넘어서는 것, 나 스스로와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는 것. 내 삶의 어느 순간에도 과연 그런 날이 존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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