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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타자기

- 폴 오스터 지음/김석희 옮김

작가는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
글 쓰는 것 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평생 동안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




그때 그것이 

내 소망이었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라디오 방송에서 미사여구로 점철된 내 산문이 흘러나올 때
골방에 있던 나의 작은 심장은 터질 것만 같았죠.  

그저 낙서에 불과한 문장이었는데...

공중 전파를 타고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된 그날의 사건은 내 꿈의 시작이었죠.

시가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 겉멋만 잔뜩 든 저는 문학소년의 흉내를 내며

정확한 뜻도 모르는 어설픈 문자들을 운율에 실어 어지럽게 배열하곤 했죠.


문학, 그것은 내 최초의 소망이었는데

오랫동안 문학은 집 나간 절름발이 방랑자 신세.
비틀비틀 중심과 무게를 잃고 바위산에 누워버린 차가운 시체였죠.


앞으로 남은 내 생애.  

세계와 인간에 대해, 현실 너머 상상의 세계를 오롯이 경험된 몸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글을 쓴다는 것이 그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많은 실패들이 점철된 꿈이기에...

그 힘겨움을 알고 있죠.

이런 작가적 고통을 극복하고 좋은 소설을 쓴 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폴 오스터입니다.

폴 오스터의 ‘빵 굽는 타자기’는 밥을 먹기 위한 가난한 무명작가의 고군분투기입니다.
작가의 꿈을 향해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를 했던 폴 오스터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폴 오스터의 작품, 빵 굽는 타자기


오직 글밥으로만 삶을 지탱했던 주인공에게 가난은 창작의 장애물이자 원동력입니다.

가난을 극복하지 않으면  문장은 나오지 않으며, 문장이 팔려야만 가난이 극복되는 특수한 관계인 거죠.

고금을 돌이켜 볼 때 모든 예술가들은 평생 가난과 싸워야 했어요. 거기에 고독은 덤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정착과 안정의 생활 방식 대신 글쓰기의 자양분인 자유와 방종을 선택하여 오직 글만 쓰기를 갈구하는 인물이죠. 글쓰기는 생의 의무인 것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30대 작가 시절을 자전적으로 담담히 써 내려간 빵 굽는 타자기


그것은 생존을 위한 글쓰기인 거죠.

시와 번역, 희곡, 시나리오, 외설 잡문 쓰기, 도서 편집일 등. 심지어 유조선 주방 알바까지 하며 밥벌이를 해결하고 틈틈히 글을 씁니다. 장르 구분없이 돈이 되는 잡문을 인쇄소 기계처럼 막 찍어냅니다.

그야말로 '빵을 굽는 타자기' 인 셈이죠.

그 와중에 만났던 '존 레논', '마크 로스코', '존 마이어' 등에 대한 짤막한 일화도 감칠나게 소개하고 있어요.

생계를 위한 잡다한 일을 하다보니 작가로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죠.

겨우 희곡 몇 편을 발표하지만 무대 위에 올리지도 못하거나 관객들에게 혹평을 받기 십상이었습니다.

급기야 야구 카드놀이 '액션 베이스볼'을 개발하여 대박을 꿈꾸지만 완전 실패로 돌아가고 말죠.

결국 우연찮게 쓴 추리 탐정 소설이 출판사와 계약을 맺으면서 안정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서지만 생계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폴 오스터는 "작가들은 대부분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생계에 필요한 돈은 본업으로 벌고 남는 시간을 최대한 쪼개어 글을 쓴다. 이른 아침이나 밤늦게, 주말이나 휴가 때."라고 하소연해요.

그의 소설은

‘아름답게 디자인된 예술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죠. 가난과 고독, 방랑 속에서 작가라는 운명적 길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소설가. 폴 오스터의 이야기가 이 한 권의 책에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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