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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티안 자전거으로 돌아보다

3. 느리게 느리게! 사람과 풍경이 다가온다


툭툭은 경운기 엔진 소리를 내며 거침없이 달린다.

그 흔한 경적소리 하나 없이 요리조리 차량과 오토바이를 빠져나가며 달린다. 그리고 도로 중간에서 한 사람을 태운다. 그냥 운전수와 몇 마디 던지더니 날렵하게 올라탄다. 그리고 나에게 인사를 한다. 생김새를 보니 현지인은 아닌 듯하다. 짐칸에 가득 손님을 태운 툭툭과 오토바이들이 쉴 새 없이 도로를 질주한다. 가까스로 편안한 마음으로 시내를 둘러본다. 많은 여행자들이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타고 유유자적하게 도로를 달리고 서양 금발 미녀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거리를 거닌다. 그 속에 라오스 인들의 일상적인 생활이 낯선 모양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환전소 앞에 도착한다.




BECL 은행이다. 나의 생명줄인셈이다. 이제 곧 시원한 라오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나는 100달러 꺼내 킵으로 환전한다. 내게 지폐 한 뭉텅이를 준다. 생전 처음 받아 보는 라오스 화폐. 818,706 LAK를 준다. 대략 원화와 1/8 수준으로 만 알고 있다. 나는 지폐를 주머니에 나눠 넣고 이리저리 둘러본다. 왼쪽으로 메콩강 변이 보이고 짜우아우웡 공원이 있다. 오른쪽으로 다양한 음식점과 카페들이 줄지어 서있다. 나는 오늘 밤 잘 숙소를 잡기 위해 골목 안쪽으로 들어갔다. 호텔과 게스트 하우스,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이미 서양인들이 백주대낮에 맥주를 마시고 있다. 두리번거리며 걷고 있자 흰수염을 단 할아버지가 호객 행위성 멘트를 던진다. 게스트하우스를 보니 한국어로 '깨끗'이라는 단어가 보인다. NINY BACKPACKER 게스트하우스이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 하룻밤 계약을 하고 숙박계에 국적과 이름을 적자 여주인이 '사우스 코리안'이라고 하며 뒷좌석 아가씨에게 눈을 돌린다.


그녀가 나를 본다. '한국분이군요'라며 웃는다. 숙박료는 8만킵. 그리고 내일 방비엥 버스까지 예약을 했다. 덤으로 오토바이까지 신청했다.


한국 처녀는 내게 일정을 묻는다. 빡빡한 일정이라 비엔티안과 방비엥만 둘러보고 떠날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녀는 이곳에서 장기간 투숙하고 있는지 여주인과 매우 친해 보인다. 혼자서 여행 중인 듯하다. 나는 배정된 방으로 이동했다. 5평 정도 되는 공간에 2층 침대 3개가 있다. 아직 아무도 없고 가방만 침대를 지키고 있다. 여주인은 한국 사람만 있다고 한다. 예전부터 여행지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해 본 적이 없다. 대개 저렴한 호텔방을 이용해 왔다. 낯선 여행자와의 조우를 좋아하지 않고 하루 동안의 여행을 끝내고 들어온 숙소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게스트하우스라니. 이곳은 배낭여행의 천국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젊은 외국인 친구들과 우연스럽게 어울리며 짧은 영어라도 한마디 나눠보는 것이 여행의 별미라고 생각했다. 

벌써 여기저기 아름다운 금발 미녀들이 인터넷과 스마트 폰을 만지며 옹기종기 모여있다. 그들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자체가 여행자 간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 


조금 있으니 게스트하우스 종업원이 오토바이를 끌고 온다.

그는 여러 가지 조작법을 가르쳐 준다. 사실 오토바이를 타본 지 20년은 넘었다. 여자들도 쉽게 타는 바이클 이기 때문에 폼나게 비엔티안을 누비 줄 알았다. 그러나 마음과 달리 오토바이만 앞으로 튀어나가는 대형사고를 저지를 뻔했다. 까닥 잘못했으면 지나가는 행인을 치거나 가게로 돌진하여 개박살을 낼 뻔했던 것이다.

여주인은 짜증과 화난 표정을 짓더니 즉각 오토바이를 회수했다. 그 대신 여성용 자전거를 내주었다.

자전거 탑승도 꽤 오랜만의 일이다. 잠시 핸들이 비틀거리고 바퀴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그러나 다행히 중심을 잡고 앞으로 나아간다.


비엔티안의 전도로는 일방향이다. 나는 많은 차와 오토바이들이 난무하는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역시 경적소리는 없다. 한국이었다면 빵빵거리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도로를 조금 달리자 그 유명한 조마 카페도 보인다. 그리고 조금 더 달리자 큰 나무 아래 영업용 큰 냉장고가 보이고 그 옆에 노천 국숫집이 보였다.

우선 생수와 라오 맥주 하나를 사고 단숨에 맥주 하나를 비웠다. 시원함 그 자체였다.

아침나절 동안 한 끼도 먹지 못한 허기짐과 목마름이 일순간에 풀어졌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국수 하나를 주문했다. 여러 주민들이 국수 재료들을 사고 있었고 한쪽 구석에서는 마침 점심시간인지 묘령의 라오스 아가씨들이 국수를 먹고 있었다. 할머니는 전혀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다.              


이것저것 주문한 것을 다 챙겨주고 계산을 다해준 후 그제야 국수를 말기 시작했다 정말 급한 것이 없었다. 천천히... 또 천천히..... 낡은 플라스틱 의자를 라오스 처녀들 옆에 갖다 두더니 여기서 먹으라고 한다. 나는 약간 쑥스러웠다. 낯선 처녀들과 함께 먹는 것이 부끄러웠던 것이다. 더구나 나는 남자 외국인 아닌가. 그렇지만 오늘 아직 한 끼도 먹지 못한 거지 신세이다. 체면이고 뭐고 먹어야 한다. 국수는 생긴 것은 단지 면과 국물뿐이다. 아무런 고명도 없다. 다소 위생적이지 못해 보인다. 그러나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다. 국수를 풀고 한 입 먹어 본다. 예상외로 맛있다. 면과 국물이 잘 어울렸다. 다소 밋밋한 면발을 육수로 잘 극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중앙에 나뭇잎을 담은 그릇이 있다. 웬 잎사귀를 두었을까. 조심스럽게 씹어본다. 근데 이것이 묘한 맛이다.



국수 맛을 조금 더 풍미 있게 만든다. 근데 이 잎은 무엇일까. 허브 같기도 하고 이상 야릇한 잎사귀이다. 나는 한 그릇을 완전히 비웠다. 이제 배도 부르고 갈증도 해소되었으니 자전거는 신나게 달린다. 라오스 대통령 궁전도 나타난다. 정문 앞에서 바라보니 멀리 빠뚜사이가 보인다. 그리고 왓씨싸켓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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