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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거리에서
만난 라오스의 풍경

2. 황금 공예품 불교 사원과 아름다운 꽃 독참파


라오스는 세 가지가 없는 나라라고 한다. 


첫째 자동차 경적소리가 없고 둘째 짜증내거나 화를 내는 사람이 없다 셋째 장례식장에서 우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오늘 아침은 그 첫 번째 항목을 확인한다. 빠뚜샤까지 걸어가고 있지만 경적소리 하나 없다. 좁은 2차선 도로를 질주하는 네 바퀴의 자동차, 세 바퀴의 톡톡, 두 바퀴의 오토바이들은 하나 같이 경적 소리 없이 물 흐르듯 달려 나간다. 여유로움과 배려의 마음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길가의 붉은 꽃마저 평화롭다.

비록 메콩강 주변의 여행자 거리에서 6km 정도 떨어진 곳에 호텔을 잡는 우매함을 저질렀지만 천천히 길가를 걸으며 라오스인들의 생활모습을 볼 수 있는 예상 밖의 행운을 얻었다. 

미소가 아름다운 그녀도 만나지 않았는가. 


대략 20분 정도를 걸었을까. 주황색 승복을 입은 스님 세 분이 사원 정문에서 꽃 장식을 하고 있었다. 한쪽 어깨와 가슴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채 무언가를 상의하고 있는 듯했다. 정문은 온통 황금색으로 수놓은 미세한 조각들로 구성돼 있다. 두 마리의 용은 서로 마주 본 채 정문 상단에 자리 잡았다. 그 가운데 라오스 국기를 매달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경내로 들어갔다. 조용하다. 영어 'V'자를 거꾸로 매단 지붕이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그리고 아주 오래된 사원이 눈 앞에 나타났다. 


하나의 황금 공예품 같다. 예술 그 자체이다. 절대적인 불심의 발로로 빚어진 황금색의 조각품들이 섬세하게 조각돼 있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본다. 너무 강한 황금빛 때문에 내 몸도 왕의 빛깔로 빛난다. 

사원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다. 경내에는 스님들이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 사원 뒤편으로 돌아가자 큰 나무 하나와 라오스 전통가옥이 서 있다. 그리고 작은 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처음에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조금 더 둘러보니 탑 전면에 고인들의 사진들이 부착돼 있고 유골이 담긴 듯한 항아리들이 줄 지어 있었다.

라오스인들의 공동묘지인 듯하다. 


사원을 빠져나와 다시 빠뚜샤를 향해서 걷기 시작한다. 목은 마르고 배는 고프다. 작은 하천 다리를 건너자 넓은 광장과 함께 전쟁 박물과 그리고 멀리 빠뚜샤가 보인다. 반가움도 잠시 아직도 걸어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

날씨는 점점 더 더워진다. 길가에 선홍빛의 독참파가 아름답게 피워 있다. 꽃을 보자 마음의 여유로움이 생긴다. 한국은 아직 겨울인데 라오스에서 먼저 봄을 느낀다.


꽃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쉰다. 그리고 여행 책자에서 현재 위치를 찾고 부근에 볼거리를 찾는다. 정면에는 전쟁 박물관이다. 넓은 광장에는 혁명 기념탑과 국회 건물이 있다. 무엇보다 위대한 불탑 파탓루앙이 근처에 있었다. 나는 공원 길을 따라 찾아 나섰다. 이곳은 라오스 첫 방문지가 될 것이다. 벤치에 있던 두 처녀가 나를 보고 빙긋이 웃는다. 왜 이 나라 백성들은 웃기만 하는가. 파탓루앙으로 입구 들어가기 위해서는 넓고 뜨거운 광장을 가로질러가야 한다.

이글거리는 태양 광선이 지친 어깨에 내리 꽂힌다. 얼굴은 벌써 타는 듯하다. 선 크림은 바르지도 못했다. 벌써 지쳐간다. 시원한 라오 맥주가 간절하다. 정문 앞에 서자 황금빛 투구 모양의 불탑이 우뚝 서있다. 부처님의 가슴뼈와 머리카락이 있다고 전하는 사원이다.

루앙프라방에서 비엔티안으로 천도한 세타티랏 왕이 긴 칼을 양 무릎에 올려놓은 채 위엄 있게 의자에 앉아 있다. 그 뒤로 탓루앙이 보인다.


30개의 작은 불탑은 중생의 깨달음을 상징하고 중앙의 45미터 불탑은 연꽃 모양을 형상화하였다. 

나는 세타티랏 왕을 알현하고 탓루앙으로 들어가고자 했으나 입장료가 있다고 한다. 나는 돈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바깥에서 훔쳐볼 뿐이다. 


큰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잠시 더위를 피하고 여행 노자돈을 구하기 위해 바삐 움직여야 한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 볼거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 주마간산식이다.

단지 내 눈으로 내 발로 확인했다는 차원뿐이다. 사원 주변에는 그 흔한 관광상품 매장도 없고 매점도 없다. 관광객들의 기념사진을 찍어 주기 위해 서성거리는 몇몇 사진사들만 있을 뿐이다. 다시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광장으로 걸어 나온다.

어린아이가 먹고 있는 아이스크림이 너무 맛있어 보인다. 나는 지쳤다. 과연 메콩강까지 걸어갈 수 있을까. 빨리 달러를 환전해야 한다. 그것이 살길이다.

광장에 톡톡이 두 세대 보인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흥정을 해본다.

다시 환전소를 지도에서 보여주고 달러 1장을 보여준다. 이번에는 달러를 거절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2달러를 달라고 한다. 나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리고 뚜벅뚜벅 광장을 가로질러간다. 뒤에서 톡톡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운전수 아저씨가 1달러 오케이라고 한다. 너무 기쁜 나머지 냉큼 뒷자리에 올라탔다. 감격 무량 그 자체였다. 아침나절 이 톡톡을 타기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했으며 이 무더위에 얼마나 많은 길을 걸었는가.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졌다. 톡톡은 나를 싣고 여행자 거리로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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