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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고양이를 죽였나

- 윤대녕 소설집/문학과 사상사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환멸과 무기력의 날들이 매듭 없이 이어졌다





그 해 4월의 봄.
목련꽃이 핀 저녁 무렵
나는 포장마차에서 혼자 소주를 마셨고 아비는 인근 대학병원의 암병동에 누워 있었다.  

아비는 오는 봄이 아닌 가는 봄을 보기 위해 병든 몸을 이끌고 
남쪽 바다로 향했고 그것은 우리 가족의 마지막 여행이었다.


남해로 이어지는 국도에는 어김없이 벚꽃이 만발하였고 
보리밭은 바닷바람에 피리소리가 났다.


해안가를 돌고 돌아 우리는 미조항에 도착했고
아비는 멸치 회무침에 한 잔의 술이 그리웠지만 차마 앉은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먼 바다만 바라보았다.


그것이 아비의 마지막 봄이었다.




윤대녕의 소설집(총 8편)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는 2014년 4월 16일 남도의 바다에서 끝난 아이들의 마지막 봄을 이야기하고 있다.(서울-북미 간편)
소중한 가족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절망적인 삶이 애련하게 표현돼 있다.

소설가 윤대녕과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 소설집



그날 이후 ‘작가인 나의 죽음’을 경험한 후 극도의 우울과 불안의 고통 속에서
오직 다시 살기 위해 이 한 편의 소설을 썼다고 한다.


이 소설집은 윤대녕 특유의 시적인 문체가 상처 받은 이들의 절망과 허무를 담고 

문장과 문장 사이의 강으로 유유히 흘러간다. 

그래서 우리는 여덟 편의 단편을 읽고 나면 지극한 슬픔과 스산한 쓸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병들어 견디고, 견디며 죽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것이 오래전부터 읽어 온 윤대녕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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