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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의 우산

- 황정은 지음/창비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아름답다고 여길수 있는 마음으로 인간은 서글퍼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게도 청년의 순간이 있었죠.


비록 지나간 시간들의 축제였지만

내 생애 유일의 사랑도 그늘진 의자에 잠들어 있고


'김수영'과 '네루다'의 시편이

잿빛 담배 연기를 따라 공중에서 휘돌아 다니며

행과 연을 이루던 시절이 있었죠.


때론 술 취한 합창이

거대한 반정부 구호가 되었던  낡은 술집도 

청춘의 시간 속에 남이 있어요.


이제

혁명은 어제가 되고

밥은 오늘이 되어 버린 비루한 중년이지만

청년 시절 꿈꾸었던 혁명은 쉽게 사라지지 않죠.


황정은의 연작 소설 ‘디디의 우산’은
청년들의 삶의 편린과 혼돈의 사회적 풍경을 담고 있어요.


첫 번째 소설 ‘d’는

‘d’의 삶을 따라가면 청년과 노동의 문제가 드러나요.

그렇다고 매우 딱딱하고 지루한 다큐적인 방식은 아니에요.


작가는

날카로운 펜촉으로 사회적 뇌관을 터뜨려

충격적인 고발을 내세우기보다 그저 ‘d’의 삶 자체를 보여줄 뿐이죠.

소설가 황정은과 그녀의 작품 '디디의우산'


불안한 주거환경과

비정규직 택배 노동자의 고단한 삶.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세월호 1주기 집회.

그때 ‘d’는 낮은 목소리로 혁명과 변화를 외치죠.


두 번째 소설 ‘아무것도 말할 것도 없다’ 편은

일상에서 느끼는 여성에 대한 소소한 편견과 

부당한 차별을 다루고 있어요.


이는 용산과 세월호 참사 등 국가적 폭력으로 확대되어

결국 박근혜의 탄핵 심판까지 다루고 있죠.


이 역시 과격한(?) 구호가 난무하는 전투적인 문장이 아니라
고양이의 부드러운 발걸음처럼 
우리에게 서서히 다가와 나도 모를 사이에 깊은 공감과 연대의 파동을 일으켜요.


“세상의 모든 존재들에게, 우산을”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서로의 우산이 될 필요가 있죠. 그것이 진정한 혁명의 시작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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