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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 가지 죽는 방법

- 로렌스 블록/김미옥 옮김


벌거벗은 도시 뉴욕에는 죽음에 이르는 800만 가지 방법이 있다. 
이 이야기는 그 많은 이야기들 중의 하나이다.



TV가 없던 어린 시절.

동네 꼬맹이들 저녁이면 꼬물꼬물 모여드는

장소가 있었는데요 바로 동네 구멍가게였답니다.

각자 한 손에 알사탕이나 과자 봉지 하나씩 들고 가게 안쪽에 있던 마루 바닥에 

옹기종기 앉았습니다.

일종의 현물 입장권이었죠.


혹시 도둑놈이 훔쳐갈까 봐

텔레비전을 어른 키 높이의 서랍장에 모셔두고

자물쇠로 채워두었다가

어린 코흘리개 꼬마 손님들이 오면

주인 양반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보물을 꺼내

듯 조심스럽게 개봉했습니다.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 드라마는 최불암 아저씨의 '수사반장'이었습니다.

까까머리 꼬마들이 일제히 일렬횡대로 줄을 맞춰 10시 방향으로 고개를 들어 마법의 창을 주시했답니다. 

모두 입에서 사탕이 흘러내리는지도 모르는 채 

드라마가 끝나면 투덜투덜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었죠.


지금처럼 CSI 수사대나 범죄 심리학, 프로 파일러도 없었던 시절. 정의감에 불탄 강력반 형사들의 끈질긴 추적과 직감에 의존한 아날로그식 수사 등이 어린 팬들을 열광시켰죠.
미국 추리 작가 협회의 그랜드 마스터. 애드커 상 4회 수상, 세이머스 상 4회 수상자 로렌스 블록(사진 참조 트위터 계정)


로렌스 블록의 ‘800만 가지 죽는 방법’은 뉴욕의 한 호텔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한 한창녀의  죽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최불암의 수사반장급은 아니지만 전직 경찰 출신으로 알코올 중독자인 사립탐정의 필마단기식 맹활약을 다루고 있죠.

미국의 대표적인 추리 소설가답게 갖가지 정황 증거와 탐문 수사를 통해 범인을 추적하고 검거해 나가는 장면을 생동감 있게 잘 그리고 있습니다.


제목의 의미는 당시 뉴욕시의 인구가 800만인데요. 각자 죽을 수 있는 방법이 800만 가지라는 의미라는군요. 

그만큼 대도시는 죽음이 창궐하는 살육의 도가니라는 것이죠.

이유 있는 자살과 이유 없는 타살이 난무하고 약육강식의 도시 정글에서 자행되는 죽음의 행렬은 도시의 비정함과 허무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어느덧 시작되는 지루한 여름 장마.

빗소리와 함께 한 권의 추리소설로 빠져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미국 추리 작가 협회의 그랜드마스터, 로렌스블록

#죽음의 도시 뉴욕에서 건져올린 생의 찬가

#정확한 대사와 예리한 묘사. 허술한 구석을 찾을 수 없다 - 뉴욕타임스

#1등급 소설 이보다 더 나은 추리소설을  찾기는 어렵다 -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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